전무후무 김영철 part2.

여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김영철은 김영철밖에 없다. 이의는 없는 줄로 안다.

의상 협찬/ 각진 어깨의 재킷은 발망 by 무이, 셔츠와 팬츠는 에르메스, 타이는 루이 비통, 깃털 머플러는 앤 드뮐미스터 by 무이, 진주색 포켓스퀘어는 톰 포드
의상 협찬/ 각진 어깨의 재킷은 발망 by 무이, 셔츠와 팬츠는 에르메스, 타이는 루이 비통, 깃털 머플러는 앤 드뮐미스터 by 무이, 진주색 포켓스퀘어는 톰 포드

옛날과 비교해서 사람들의 시선도 좀 변하지 않았나?
신인 때 <개콘>할 때랑은 너무 다르다. 그땐 솔직히 약간 비웃는 느낌도 있었다. 나를 보면서 사람들이 웃는데, 개그맨으로서 그게 좋은 게 아니라 약간 불쾌하게 느껴지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마냥 유쾌하다. 그게 달라졌다.

그건, 당신이 뭔가를 이겨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걸까? 고마운 얘기다.

돈은 마음에 들 만큼 버나?
데살로니카 전서 4장 13절,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만족할 줄 모르면 사는 게 피곤한 것 같다. 그래도 사실은. 송승헌처럼, 또 누구처럼 잘생겼으면, 입 좀 들어갔으면, 돈도 더 벌었으면 그런다. 친구들보다 많이 버니까 많이 버는 건 맞다.

자신을 위해서 쓰나?
일단 여행 가는 비용은 아끼지 않는다. 그러고는 대부분 가족을 위해서 쓴다. 쓸데없는 돈은 잘 안 쓴다.

옷 같은 거 사는 거?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돈이 룸살롱 가서 내가 내는 돈 같다. 형님들이 낼 때는 다르지만. (신)동엽이 형이 예전에 그랬다. 그 돈으로 차라리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삼백만원어치 와인을 마셨으면 좋겠다고. 어떤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크게 질러본 돈은? 이런 게 있었는데, 난 뭐 몇백짜리 이런 걸 산 적은 없는 것 같다. 시계도 아직 뭐, 45만원짜리 아르마니다. 그런 거 잘 모르겠다.

고향집 울산은 이맘때 어떤가? 거기선 한집에서 오래 살았나?
고등학교 때 한 번 이사했다. 부모님은 내가 고 2 때 서로 각자의 삶을 살게 되셨고, 고 3 때 큰형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1남 2녀에 누나만 둘이라는 정보엔 형 얘기가 빠져 있다.

누나 둘 밑에서 자란 남동생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형 얘긴 처음 듣는다.
부모님 이혼이나 큰형의 죽음에 대해 얘기를 안 했었다. 할 이유도 없었다. 음, 아버지랑 엄마는 잘 안 맞으셨다. 난 엄마 사이드로 가게 됐는데, 유전자 중에 외가 쪽이 많은 것 같다. 외삼촌이 농협조합장, 가운데 삼촌이 수협조합장, 다들 시골 유지다. 다들 마이크 잡는 거 좋아하시고 명절 때 서른 명 정도가 모이는데, 개그맨인 내가 말할 기회가 없다. 친가 쪽은 잘 안 보고 있는데, 아버지는 작년 설날 때 뵈었다. 그때 노희경 씨 책을 보다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음…. 어머닌 건강하신가?
엄마는 장부 같은 스타일이다. 지금 일흔 넷이신데, 아직도 장동건 결혼식 보면서 옛날 스캔들 기억하시고 그런다. 이런 적이 있다. 나더러, 내일 아침 몇 시 비행기고? 엄마 9시다 그러면, 아 그럼 7시 반에 집에서 나가면 되는구나, 알았다. 다시 저녁에 밥 먹다가, 영철아 내일 몇 시에 간다고? 9시! 그러면, 아아 맞다 9시. 자려는데 또 물으신다. 영철아 내일 몇 시에 간다고? 엄마 9시다 9시! 이러면, 아이고 세 번을 못 물어보네 아들한테, 우리 집은 딱 두 번까지만 물어야 하나 보네, 다음부턴 기억해서 꼭 두 번만 물어볼게 엄마가, 이러는 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고 너를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이러면 엄마도 후져지는 거 아닌가?

그 풍경이 보이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 가는 게, 참 애잔하달까? 그런 게 있지 않나?
사흘 정도는 그렇다. 이제 서울 사람 다 된 것 같다. 서울 떠났다가도 저기 쉐라톤이 보이면서, 구리 쪽에서 이렇게 오면서 성수대교가 보이면, 너무 서울이 좋은 거다. 어릴 때부터 너무 동경해왔던 곳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그럼 당신의 쓸쓸함은 어디에 나누나?
쓸쓸함은, 아까 형 얘기 잠깐 했는데, 최근에는 그렇게 보고 싶다고 느끼진 않았던 거 같지만, 문득 형이 너무너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아련한 느낌. 그리고 싱글 생활을 좀 오래 했다. 좋아하는 애가 있었는데 몇 번 고백했다가 까이기도 했고, 이런 반복의 쓸쓸함이 있다. 가을이 오면 ‘아 씨, 애인이 있어야 되는데’잠깐 사귀다가 혼자가 되고, 또 뭐 혼자서 잘 지내다가 ‘아 씨, 애인 없으니까 또 쓸쓸하네’그런다.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나?
올봄.

그렇군. 11년이 지나면서 당신은 어떻게 성숙했나?
욕심을 버리면 내가 산다는 거다. 예전엔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그게 왜 안 나와? 피디 진짜 감 없는 거 아니야?’그랬다면, 요즘은 ‘내가 좀 불안하게 못 살렸어’로 바뀌었다. 그 정도다. 완급조절은 지금도 잘못한다. 라디오나 가서 내가 막 ‘오버’하면 (최)화정누나가 그런다. “영철씨, 옛날어른들이 하는 말 알죠? 작작하라는 말요. 작작해라 영철아 두 번 했잖아, 누나가 두 번 웃어줬잖아. 그런데 세 번 해야겠니?”그게 영원한 숙제다.

개그맨들에겐 언제나 정극 배우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김수현 작가 드라마도 해봤는데, 지금은 어떤가?
김수현 드라마 하고 나서 완전 오버했었다. 어디 가면 “나 김수현 사단이잖아”그랬다. 음 드라마를 한두 편 해보니까,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었다. 드라마를 무조건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나도 이제 작품 한번 까다롭게 골라보려고. 하하. 옛날에 박중훈, 안성기 선배님이 얘기하지 않았나? 연기자들 변신 없다고, 똑같다고. 그냥 옷, 그림, 톤이 다른 거지, 뭐 ‘김혜수 팔색조 변신’그런 게 글쎄. 김영철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가지고 재생산하고 그러는 거라고 본다.

갑자기, 웃긴 얘기 하고 싶다. 전염되었는지, 당신과 얘기하면서 웃지 않으려니 조금 지루한 것도 같고. 싫어하는 연예인 얘기 어떤가? 나는 ‘아무개’가 참 별로다.
아, 악수 한번 하자.

노력하는 스타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것 같다.
왜냐면 ‘열심히’는 기본이니까. 그건 누구나 하는 거 아닌가? 나도 한 명 말하겠다. 혹시 ‘아무개’는 어떤가?

그게, 관심이 아예 없는 편이다.
하하, 인터뷰하다가 이런 얘기할 줄은 몰랐다. 재밌다.

예능의 추세라든가 그쪽의 생리로 보건대, 술렁술렁 두루두루 편하게 지내는 게 좋지않나? 죽어도 싫은 건 싫은 거지만.
나는 호불호가 확실하다. 나는 무색무취가 싫다. 연예인 중에 ‘왜 연예인 하니?’하는 애도있고, ‘왜 떴지?’이런 애들도 있지 않나? 누가 써준 것 같은 말만 하는 애들. 음식 맛보고 자기 느낌 하나 없이, 네, 형형색색 너무 맛있고요, 이런 말이나 하는 사람들. 가만 보면 정말 소속사 사장님도 의심이 가고 부모님 ‘빽’도 의심이 간다. 물론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내가 제일 웃기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시끄럽고 못생겨서 싫다고도 할 것이다. 그런 호불호가 있는 게 좋다.

개그맨 인기순위를 매겨볼까? 당신은 2010년 개그맨 인기순위 몇 위인가?
이런 거 좋다. 연예인은 매김이 있는 직업인 게 맞는 것 같다. 톱이 있고 상중하가 있고.

그래서 당신은 몇 위인가?
그래도 10위 안에는 든다. 잠깐만, 그러니까 요즘의 상승무드를 감안하고, 보아 따라한 거 확 떴고….

당신 위에 누가 있나?
일단 이경규 선배님, 또 김국진, 유재석, 강호동, 박명수, 박미선….

아니 지금 뭐 서열 매기나?
난 7위정도?

후회 없나?
음, 나도 좀 올리고 싶다. 그럼 올해는 미선이 누나를 살짝 빼면서….

당신은 유재석이 아니고, 강호동이 아니다. 그럼 김영철은 영원한 B급일까?
영원한 B급이어도 좋다.

B급 ‘이어도’좋다는 건.
올라가고 싶다. 내 뜻대로 정말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순위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내 순위와 남들이 매기는 순위는 언제나 같지 않다. 나는 유재석이 되고 싶었고, 신동엽이 되고 싶었고, 김용만이 되고 싶었고, 강호동이 되고 싶었고, 박미선이 되고 싶었다. 정선희를 보면서, 조혜련을 보면서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은 나였다. A급? 나는 더 진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김영철이 영어를 할 줄 몰랐던 것처럼, 혹시 모른다. 운동을 막 해서 식스팩을….

부탁해도 될까? 그건 안 했으면 좋겠다.
하하, 안 할 거다. 안 하는데, 계속 달라지고 나아갈거라는 얘기다. 하춘화 흉내 냈을 때, 더 이상 개인기가 안 나올 줄 알았다. 이 독한 걸 해놓고 뭘 또 해? 하지만 보아도 하고, 김희애도 했다. 세상도 컴퓨터 나오고 또 아이패드 나오지 않나? 뭔가 또 나올 거다. 어쨌든 그래도 B급은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싶은 걸하면서, 전무후무한 김영철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이런 김영철이 있었나?

SHARE
[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