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개의 신제품.1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니콘 쿨픽스 S1100PJ


S1100PJ는 S1000의 후속 모델이다. S1000은 국내 발매하지 않았으니, 프로젝터 탑재 컴팩트 카메라는 S1100PJ가 처음이다. S1100PJ는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에서 제 역할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방수와 충격 보호기능을 앞세운 카메라나 야외용, 레저용임을 강조해 왔지만, S1100PJ에게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듯싶다. 비교하자면 이어폰 한 쪽씩 나눠서 듣다가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경청할 수 있는 휴대용 스피커를 들고 갔을 때의 효과. 안에서는 별 것 아닌 것도 밖에만 나가면 요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콤팩트 카메라에 프로젝터 하나가 붙은 차이는 꽤 크다. 이 프로젝터로 대단한 걸 할 게 아님을 반영하듯 조작도 쉽다. 프로젝터 모드로 바꾸고 초점 다이얼을 맞춰 어두운 곳에 투사하면 그만이다. 다만 피코 프로젝터와 엇비슷한 14루멘의 밝기는 차광이 잘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면 화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치다. 물론 야외가 전부는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든 간단한 자료를 놓고 회의가 열리는 자리든 쓸모가 많다. USB나 메모리 카드를 이용해서 외부 이미지 파일을 투사할 수 있고, 감압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하고 있으므로 스타일러스 펜으로 사진 위에 간단한 스케치도 가능하다. 내장되어 있는 받침대 역시 이러한 쓰임새를 위한 배려다. 니콘 측에서 밝히는 자료에 따르면, 2.4미터 거리에서 47인치 사이즈까지 투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선명도를 감안하면 그 수치를 만족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가격은 생각보다 싼 최저가 46만원대. 1410만 화소수와 5배 광학줌 렌즈는 프로젝터와 가격 때문에 카메라가 희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우마저 없앤다.

RATING ★★★☆☆
FOR 회의실, 캠핑장, 암실.
AGAINST 독방.






소니 워크맨 NWZ-E453


소니의 음향기기는 전통적으로 중저음에 강했다. 동일한 성향의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함께 할 경우 소리가 뭉개진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작은 몸집으로 단단하고 풍성한 저음을 들려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NWZ-E453은 그런 소니의 전통적인 음향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고음과 저음이 다소 융화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음장 효과로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이다. NWZ-E453에는 유용한 음장 효과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사용자 지정 이퀄라이저다. 팝, 재즈, 헤비 등 미리 저장된 설정 이외에도 실제 이퀄라이저를 조작하듯 주파수대별로 음파를 조절할 수 있다. 저음을 줄이고 중고음대를 넓혀 완만한 우상향곡선 모양을 만들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를 위한 효과도 존재한다. 속도 제어 기능은 곡의 속도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함으로써 앨범을 빠르게 스캔하거나, 느린 곡을 빨리 돌려 들어볼 수 있다. 가라오케 기능은 목소리를 지워 MR로 만드는 기능인데, 목소리를 지운 후 조를 바꿈으로써 자기 목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기계가 예상하는 주파수에서 벗어난 목소리를 지울 때 편차가 있는 것이 아쉽지만, 노래 연습을 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이런 기능들은 실용적이든 재미를 위함이든 모두 음악과 유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이상 워크맨이란 브랜드가 예전 같은 힘을 갖고 있진 않다는 점, 워크맨을 듣던 세대가 음악을 진지하게 듣던 세대란 점에서 적절하다. 4기가바이트 제품 최저가로 10만원대.

RATING ★★★★☆
FOR 가수 지망생.
AGAINST 통번역가 지망생.






애플 아이팟 나노 6세대


아이팟 터치가 대세가 되자 셔플, 클래식, 나노 같은 다른 제품군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이어서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아이팟터치의 역할을 아이폰이 나눠 가졌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공정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여전히 클릭휠을 돌리고 싶어 하는 ‘올드 스쿨’ 취향이 잔존하는 가운데, 애플은 그런 구식 기술은 아이팟 클래식에나 줘버리고 ‘패션’을 취하겠단 전략이다. 애플이 새롭게 펼쳐놓은 아이팟의 청사진은 아이팟 나노 6세대에서 잘 드러난다. 간단히 말하면 나노5세대에서 클릭휠을 없애고, 아이팟 터치의 멀티 터치를 더하고, 아이팟 셔플의 클립을 합친게 나노 6세대라 할 수 있다. 작고 가볍게 하려고 멀티터치를 적용한 것, 부착을 용이하게 하려고 클립을 붙인 것은 궁극적으로 나노 6세대를 좀 더 ‘액세서리’처럼 만들기 위해서다. 얼핏 시계 표시기능은 뭔가 싶겠지만, 별매하는 손목 밴드를 나노 6세대와 결합해서, 정말 손목시계처럼 사용하라는 의도다. 재킷을 입었다면 깃이든 주머니든 간에 클립으로 고정시킨 채 손가락으로 터치 패널을 돌려주면 꼽힌 위치에 따라 화면 방향도 바꿀 수 있다. 심히 사소하지만, 휴대용MP3 플레이어의 본분을 잊지 않는 선에서 유난 떨지 않는 기능들. 애플이 만드는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지켜오고 있는 일종의 약속을 나노 6세대도 지킨다. 아쉬운 점은 손목시계로서의 활용도가 기대되는 마당에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폰을 손목까지 연결하기는 아무래도 불편하므로 누군가는 나노 6세대를 손목시계로만 쓸지도 모른다. 패션 아이템 아이팟? 애플에 힘을 실어준 음악 애호가들이 애플의 적이 될 가능성이 이번에 미세하게 보인다.

RATING ★★★☆☆
FOR 패셔니스타.
AGAINST 음악 애호가.






후지 파인픽스 리얼 3D W3


W3는 최초의 3D 디지털 카메라 후지 파인픽스 W1의 후속작이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LCD의 변화다. W3의 LCD는 렌티큘러 방식이다. 렌티큘러 방식은 두 눈의 간격 차이를 이용해 2D 평면 이미지를 3D 입체 이미지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3D 안경이나 3D 노트북 같은 특별한 장치 없이도 3D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사용설명서를 펴면 가장 먼저 경고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30분마다 10분 휴식을 취하십시오. 6세 이하 어린이는 사용을 피하시오. 피로, 불면증, 알코올의 영향을 겪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설명서에 이렇게까지 주의사항을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3D 촬영을 하다 보면 30분은커녕 5분이면 속이 울렁이고 눈이 피로해진다. 이렇듯 찍는 과정은 고생스럽지만 사진의 품질은 뛰어나다. 같은 3D 카메라를 지향하는 소니 TX9나 WX5보다 원근감 있는 3D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3D 동영상 촬영에도 무리가 없다. 2개의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렌즈로 확실한 원근감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3D 동영상 촬영도 불가능하다. 2D 촬영에서도 렌즈가 2개인 장점은 잘 나타난다. 망원/광각 동시 촬영, 2컬러 2감도 촬영등의 기능은 찰나를 담아야 하는 순간, 머릿속을 제법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2개의 CCD에 하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통에 뭘 하든 속도가 더디다. 3D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면 거의 10초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카메라를 이용하는데 필요한건 인내심이다. ‘키미테’라도 준비하던가. 최저가로 60만원대.

RATING ★★★☆☆
FOR 클럽 디제이.
AGAINST 영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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