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솔직해야 할 시간

GM대우 일페온을 시승한 두 병의 기자가 편을 갈라, 가감 없이 썼다.




기다려보세요


지난 8~9월 알페온의 판매대수는 1천1백65대였다. 기아 K7은 9월에만 2천7백25대가 팔렸다. 현대 제네시스도 1천4백49대는 팔렸다. 알페온의 상품성이 떨어져서는 아니었다. 지난달 제주 시승회에서 알페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GM대우가 강조한 정숙성엔 과장이 없었다. 태풍 곤파스로 아수라장인 바깥세상과 담이라도 쌓은 듯, 실내엔 까마득한 정적만 맴돌았다. 핸들링엔 품위가 깃들었다. 앞머리 움직임도 민첩해서, 실제보다 작은 차를 모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은 예상했던 결과였다.

브랜드 정체성과 개발 배경에 관련된 문제다. 알페온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지난 해 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뷰익 라크로스란 이름으로 굴러다녔던차다. ‘로컬’이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다. 그 차이는 현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로컬이 아무래도 우리네 정서에 밝다. 기아 K7과 알페온을 나란히 세워놓곤 눈을 의심했다. 수치론 알페온이 앞서는데 K7이 더 커 보여서다. 기왕이면 큰 차를 원하는 우리의 바람에 기아는 디자인 기교로 화답했다. 알페온에 그런 배려를 기대하긴 어렵다.

엔진의 굼뜬 반응과 미지근한 초반 가속도 질타를 받았다. 1~2단 기어비가 높아 단거리 가속이 빠른 국산차에 익숙해서다. 실내도 넓어 보이진 않는다. 빠듯하게 감싸는 디자인이다. 알페온의 성향은 기존의 GM과도 차이가 있다. 뼈대와 하체를 오펠에서 설계한 까닭이다. 미국차와 유럽차의 정체성이 뒤섞인 차를 한국에 떡하니 내놨으니, 낯선 건 당연하다.

신차 발표회 때 한 기자가 ‘하이패스 내장 룸미러’를 달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GM대우 손동연 부사장은 “애프터 마켓에서 얼마든지 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하이패스 룸미러 달자”고 제안한 들 GM은 콧방귀도 안 뀌었을 거다. 글로벌 체제에서 한 시장만을 위한 혜택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력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는 대답이 듣고 싶었다. 수입차도 인천항에서 대시보드를 다 뜯고 내비게이션을 심는데, GM대우가 룸미러 하나 못 달 이유는 또 뭔가. 세계적인 기준에 맞췄다는 자긍심은 좋은데, 악착같은 자세가 아쉽다. ‘두 자릿수 점유율’의 단기목표만 되뇔게 아니라, “현대기아를 넘겠다”는 1등의 마음가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벌써 10년이 넘은 기아 모닝을 갓 개발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계약은 곧 출시할 그랜저를 보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기범




사세요


시장은 현대기아가 양분했고, 대우 베리타스가 소리 없이 단종될 땐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나선 차가 알페온이다. 국산차 가격의 수입차라는 사실과 현대기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기대. 알페온에 대한 관심은 지당하다.

알페온은 패션보다 권위에 호소하는 차다. 하체는 대하소설처럼 두껍다. 전체적으로 둥글어서, 도드라지는 건 덩어리감이다. 미래지향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감성적이지도 않다. ‘예쁘다!’보단 ‘괜찮은데?’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순간적으로 매료되는 차는 아니라는 뜻이다.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초기 반응이 느리고 차체가 무겁다는 불평은 미디어 시승회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가속이 대형 세단의 미덕일까?

알페온의 최대출력 263마력은 6,900rpm에서, 29.6kg.m의 최대토크는 5,600rpm에서 터진다. 고출력에서 최대의 힘을 내니, 순간 가속이 더딘 건 당연하다. 알페온은 쏜살같이 뛰쳐나가기 위한 차가 아니다. 대신 활시위를 끝까지 당길 때의 팽팽함으로 꾸준하고 깊게 가속하는 차다. 그럴 때, 알페온의 정숙성과 인테리어의 미덕도 드러난다. 정숙성이야말로 한국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구매 요소다.

GM대우에 따르면, 알페온의 실내 소음도는 41데시벨이다. 렉서스는 42.5데시벨, 도서관이 40데시벨 정도다. 알페온은 비행기에서 이어플러그를 낀 듯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다. 남대문 복판에서, 산사山寺에 있는 것 같은 침묵은 비현실적이었다.

정숙성만은, 허풍이 아니다. 인테리어에 대한 반응은 ‘아늑하다’와 ‘좁아 보인다’로 나뉠 것이다. 전체적으로 양감이 두드러지고, 역시 활시위 같은 두 개의 곡선으로 수직과 수평을 나눴다. 하체가 두터워서, 실내에 앉은 사람은 쇄골 언저리까지 묻힌 느낌이 드는데, 답답하기보단 보호받는 느낌이다. GM대우는 넓어 보이는 차를 만드는 대신, 마케팅적으로 설명 가능한 철학 안에서 최대치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뷰익 라크로스를 그대로 들여온 차라는 것. 중국에서 이미 1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 장점으로 인식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알페온은‘많이들 사니까’믿고 계약하는 차가 아니다. (그건 현대의 몫이다.) 대신 모든 특성을 파악하고, 비교 우위를 확인한 후에야 충만한 애정으로 구매하는 차일 가능성이 높다. 첫 달 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다. 대중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게, GM대우의 숙제다. 애정이란 쉽게 생기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에디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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