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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2

2010.11.26GQ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도시바 AC-100

‘안드로이드 기반’ 이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파생한다. 스마트 미디어용 운영체제를 가졌다는 것,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라는 것, 안드로이드 마켓의 응용 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등등. AC-100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북이다. 스마트 북이란 명칭이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까닭은 노트북 형태로 발매하는 최초의 스마트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넷북을 대체할 만한 무엇이 있는 것일까? 넷북의 골칫거리는 휴대성보단 성능이었다. 휴대성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사양을 낮추면서 지나치게 벌어진 데스크톱과 넷북 성능 사이의 간극이 문제였다. AC-100은 휴대성과 가격과 성능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10.1인치 화면에, 무게는 0.87킬로그램이다. 엔비디아 테그라 250GPU의 클럭 속도는 1기가 헤르츠에 불과하지만, SSD 메모리를 채용해 전체적으로 가히 눈부신 속도를 보여준다. 가격은 넷북과 비슷한 59만원대 후반. 게임을 돌리지 않고, 외부에서 주로 문서작업과 웹서핑용으로 쓴다면 이 이상 적절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최초의 시도는 매번 그리 간단치 않다. AC-100은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는 말은 쓸 수 있을지언정, ‘구글인증’을 받았다는 말은 쓸 수 없다. 정규 해상도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구글 인증을 못 받았다. 즉, 안드로이드 마켓을 쓸 수 없다. 턱없이 부족한 기본 제공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또한 안드로이드는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다. 응용 프로그램을 트랙패드로 조작하기가 어렵고, 윈도우와 맥에서 사용하던 파일이나 플러그인, 외부 장치가 호환이 안 될 경우 해결책이 없다. ‘안드로이드 기반’이란 말만 믿고 구입했을때 치를 대가치곤 크다.

RATING ★★☆☆☆
FOR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박명욱, 박가서장.
AGAINST 스마트 패드 말고 좀 더 성능 좋고 가벼운 넷북이 필요한데.

모토로라 모토믹스

모토믹스의 생김새는 ‘휴대폰적’이다. 위로 밀면 슬라이드 폰처럼 액정 아래 버튼이 나타날 것 같다. 범퍼 대신 두 가지 색상의 배터리커버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 구입과 동시에 케이스를 씌우는 지금의 스마트폰 구매 행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토로라가 드로이드X와 드로이드2의 발매를 세월아 네월아 늦추고 있는 마당에 모토믹스를 내놓은 건 의미심장하다. 아이폰은 아직도 예약하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고, 갤럭시S 역시 꾸준히 판매량을 쌓아가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모토로라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들여오는 대신 휴대폰을 닮은 스마트폰 모토믹스와 폴더 휴대폰(모토쿠페)을 거의 동시에 준비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라지만, 사실상 모토믹스의 기능엔 특별한 점이 없다. 장점으로 내세우는 기능은 이제 기능이라고 부르기에도 겸연쩍은 DRM 프리 MP3, 3.5밀리미터 헤드셋 지원이다. 내부구성 역시 똑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브랜드만 바꿔 서너 개씩 넣는 아이폰을 제외한 스마트폰들과 달리 꼭 필요한 것만 장착해 단순화했다. 모토글램에 이어 모토믹스까지 이어지는 모토로라의 행보는 퇴보라기보다 작전상 후퇴에 가까워 보인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유년과 중장년 층이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어렵잖게 문자를 보내고 아이들은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닌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지 1년, 스마트폰이 아직 침투하지 못한 이들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시장의 파이 자체를 늘리려는 복안일까? 모토믹스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거기 아닐까? 승부는 가격에서 판가름 날것이다.

RATING ★★★☆☆
FOR 대가족.
AGAINST 아이폰 케이스 업체.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탭

아이패드가 전파 인증을 신청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린데, 아이패드가 나오고 나서도 아이덴티티 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가 ‘말 그대로’ 궁금하다. 그것은 곧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에서 가격의 힘이 품질의 힘보다 센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현재 아이덴티티 탭은 와이브로 KT 2년 약정시 무료로 지급되고 있다. ‘인터넷을 쓸 뿐인데’ 아이덴티티 탭은 덤으로 준다는 인상을 남기는 결합 상품의 설득력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광고 문구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패드를 손에 넣어보자”일까. 가격을 제외한다면 아이덴티티 탭은 비평하기에도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똑같은 480×80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7인치 화면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게다가 레티나나 아몰레드처럼 검증된 LCD를 채용하지도 않았다. 확연히 떨어지는 선명도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식별이 어려웠던 글자는 아이덴티티 탭에서도 알아보기 힘들다. 아이덴티티 탭을 사는 이유 가운데 주요한 부분이 ‘스마트폰보다 큰 LCD’이므로, 꽤나 치명적인 결점이다. 중대한 결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덴티티 탭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구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대안은 쇼 앱스토어인데, 잘 알고 있듯이 동격의 수준이 아니다. 기본제공 프로그램도 미비해서 응용 프로그램이라기보단 웹사이트의 바로가기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다. 구글 지도나 구글 일정을 클릭하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게 아니라 웹 페이지를 띄운다. 억지스럽게 짜맞춘 아이덴티티 탭을 보면서 애플은 비웃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결국 애플은 웃게 될까?

RATING ★★☆☆☆
FOR 쇼 앱스토어.
AGAINST 안드로이드 마켓.

아이리버 딕플 D200

전자사전은 도서관이나 독서실 같은 조용한 곳에서 사용 빈도가 높다. 수평이 잡히지 않으면 키를 누를 때마다 덜컹댈 수밖에 없다. 몸체곳곳을 곡선 처리한 D200은 땅에 놓았을 때 수평이 유지되지 않는다. 번개처럼 버튼을 누르고 검색하기보다 조심조심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D200은 전작 D100에 이어 펜타그래프 키보드가 아닌 페블 키보드를 고수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또각또각 소리가 난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여성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실용성을 포기한 탓이다. 어차피 스마트 폰을 비롯한 많은 기기가 사전 기능을 지원하는 점을 고려하면, 디자인을 양보하더라도 좀 더 사전 본연에 충실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장점도 존재한다. D200의 내부구성은 단정하다. 많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전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사전과 음악, 동영상 정도만 화면에 드러날 뿐 여타기능은 하단에 숨은 바를 열 때 비로소 드러난다. 사전도 비슷한 종류를 여러 개 넣기보다 꼭 필요한 80개만 추렸다. 구색 맞추기 용으로 사용되던 손 글씨 기능은 더욱 강화되었다. 영어 r이 v로 인식된다거나a가 q가 되는 등의 자잘한 오류가 있지만, 한문이나 일어를 쓸 때면 놀랄만한 정확도를 보여준다. 현재 D200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불어TTS 발음 지원이란 걸 생각해 보면, D200은 제2외국어 서비스를 원하는 층에 어필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갖췄다. 정전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응 속도가 뛰어난 감압식 터치 역시 칭찬할 만하다. 공부할 때 멋 부려봐야 성적 오르는 거 아니다. 8기가바이트 제품 최저가로 28만원대.

RATING ★★★☆☆
FOR 공부는 집에서.
AGAINST 도서관에 하이힐 신고 오는 여자가 제일 싫어.

    에디터
    정우영,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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