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옷장에서 나온 남자

2010.12.14GQ

ck 캘빈클라인과 캘빈클라인 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빈 캐리건이 도쿄 어느 호텔의 옷장 속에서 불쑥 나왔다.

당신은 뉴욕에서, 나는 서울에서 왔다. 도쿄에서 처음 만난 우리가 왠지 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둘 다 패션과 스타일을 사랑하니까. 너무 뻔한가? 그러고 보니 당신도 나도 데님에 재킷을 입었다.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산다는 게 실감난다.

당신이 만든 재킷과 데님 팬츠는 항상‘ 현재’를 말하는 것 같다. 항상‘ 지금’ 어울리는 비례로 디자인한다. 남자들의 체형은 시절에 따라 바뀐다. 재킷과 데님은 몸의 비례와 균형이 맞아야 사는 옷이다. 그래서 계절마다 현재의 체형에 맞게 옷의 비례를 재구성한다. 그리고 천연 소재 중에서 가장 새로운 옷감만 골라 쓴다.

도쿄엔 구제 숍이 많다. 빈티지 옷 가게에 가봤나? 구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옛날 옷과 그걸 재해석한 옷은 분명히 다르다. 단순히‘ 오래된 옷’은 싫다.

좋은 옷을 분별하는 기준은 뭔가? 옷감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간결한 형태, 입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돕는 기능,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 그래서 내 옷은 겉으로 바느질선이 드러나지 않는다. 간결하고 세련된 형태를 무너뜨리거나 기능을 방해하거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티치’가 없는 건 내 옷의 표식이다.

당신 옷에 뭘 담고 싶나? 감정. 지금 내 기분이나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고, 그 단어들을 디자인으로 발전시킨다.

이번 겨울엔 뭐였나? 부드러움, 낭만, 단순함. 그래서 딱딱하거나 날카로운 선을 뺐고, 직선보다는 곡선 자체로 강인한 남자의 몸을 표현했다. 아무리 단단한 남자의 어깨도 부드러운 곡선으로만 이루어졌으니까.

요즘 뭘 자주 입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이번 시즌 ck 캘빈클라인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이다. 면, 울, 캐시미어 등 갖가지 소재로 몽땅 다 만들었다. 매일, 어딜 가든, 어느 옷에든 이걸 입는다.

운동을 좋아하나? 너무 싫다. 수영과 요가도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 차라리 클럽에서 춤추는 게 낫지. 달라붙는 스피도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운동할 때 느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한국 남자,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 비. 개인적으로 그가 디자인에 손대지 말고, 내 옷만 입었으면 좋겠다.

어떤 옷을 입히고 싶나? 캘빈클라인 진의‘ 엑스 진’.

이번 캘빈클라인 진 캠페인에서 쓴 담담한 신발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신발이다. 원래 윙팁 브로그, 로퍼, 데저트 부츠 같은 고전적인 신발을 좋아한다. 그걸 데님 팬츠와 함께 신는 대비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어떤 남자는 평생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한다면 ck 캘빈클라인을 고르겠다고 말했다. 그 남자가 누군가? 만나보고 싶다. 분명 고전적이면서‘ 패셔너블’하진 않지만 멋을 아는 사람일 거다.

당신 이름을 건 브랜드를 갖고 싶지는 않나? 물론 하고 싶다. 시작만 하면 분명 성공할 거다. 영국의 고전과 현대, 거기에‘ 섹시함’을 버무린, ‘트위스트’가 될 것이다. 지금 만드는 옷과 비슷하겠지만, 가격은 훨씬 더 비싸면 좋겠다.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건?‘ 인텔리전트’. 한국 말로는 뭔가?

지성? 아는 사람끼리는 지큐라고도 한다.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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