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산

한국의 사막, 발목까지 푹푹 꺼지는 모래산을 박차고 오른 SUV 여섯 대의 위용.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모래산의 경사는 60도 정도였다. 스키장이라면, 가장 어려운 코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능청스러웠다. 3.6리터 펜타스타 V6VVT 엔진은 6,350rpm에서 최고출력 286마력을 낸다. 최대토크 35.9kg,m은 4,300rpm에서 나온다. 서울에서 빨리 달릴 때도 4,000rpm을 넘지는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쏟아지는 엔진 회전수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이 차의 태생이 ‘오프로더’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최대의 힘, 등을 떠미는 힘, 어디라도 오르고 싶은 의욕, 마침내 오른 언덕의 정상. 반대편 각도는 80도에 가까웠다. 그 언덕에 몸과 카메라를 뉘고, 정상의 크랜드 체로키를 올려다보았다. 6천8백90만원.





아우디 Q7


지프나 파제로 같은 정통 오프로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콰트로’의 명성은 잊은 채, 외모에 현혹된 탓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나, 함백산에서나, 거꾸로 오르는 스키점프대에서도 당당하려면 이 정도는 유려해야지 않을까? 2,967cc V6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6.1kg,m을 낸다. 최고속력은 시속 210킬로미터, 제로백은 8.5초다. 걸출하다. 어디서도 아쉬움이란 없을 성능이다. 다른 차들이 미리 지나가서 움푹 파인 모래산에 오른쪽 앞바퀴가 빠졌을 때, 그 바퀴는 그대로인 채 다른 모든 바퀴가 제각각 알아서 움직이는 순간 아우디의 ‘콰트로’가 다시 한 번 각인됐다. 이런 차라면, 서울에 다시 폭설이 내린대도 중심을 잃고 비척거리진 않겠지. 9천3백30만원.





벤츠 ML 30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


시내에선 육중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들리는 ‘푸르릉’ 소리는 경비행기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무게감은 그대로, 속도감과 힘도 벤츠의 그것이었다. 2,987cc 디젤 엔진의 최대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4.9kg,m이다. 제로백은 9.8초, 최고속도는 시속 205킬로미터다. 2톤이 넘는 무게가 이런 힘, 이런 속도로 움직이는 데, 공인연비가 리터당 9.3킬로미터인 건 ‘블루이피션시’라는친환경 기술의 힘이다. 게다가, 벤츠의 4륜구동 시스템 4매틱은 도로 상황에 따라 네바퀴의 최대한의 접지력을 확보한다. 사람이 발로 오를 수 없는 길에서도 이런 식으로 거침이 없으니 당연히, 한국의 어떤 지형이든 문제될 게 없는 위풍당당한 오프로더다. 8천9백50만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전 세계 자본이 지구 기준으로 통합되면서, 기술과 돈이 함께 섞였다. 자동차의 개성을 국적으로 구분하는 데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독보적인 미국적 개성으로 충만하다. 거대하고 편안하다. 서울 시내에선 차선에 꽉 찼다. 고래뱃속에 앉아서 조종하는 기분이 이럴까? 고속도로에선 자잘한 파도는 느껴지지도 않는, 육중한 범선에 앉은 듯하다. 그러면서 6,200cc V8 VVT 엔진은 최고출력 403마력, 최대토크 57.6kg,m을 낸다. 이곳엔 한국에서 곱기로 유명한 모래가 사막처럼 가파른 산을 이뤘는데, 22인치 대형 타이어가 저 꼭대기까지 오를 땐 한순간도 접지력을 잃거나 멈칫거리지 않았다. 1억2천9백만원.





BMW X1 xDrive23d


비교적 작은 몸집이어서, 언덕 입구에 있는 진흙 바닥을 통과할 때도 불안했다. 하물며 모래산이야. 하지만 BMW의 항시사륜구동 xDrive 기술은 그런 땅에서 빛났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을 0~100퍼센트까지 알아서 조절한다. 도로 상황을 미리 읽고, 가장 민첩한 구동력을 자동 배분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엔, 운전석보다 밖에서 오프로드를 달리는 X1을 보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네 바퀴 중 어느 하나가 접지력을 잃는 순간, 어느 바퀴는 완전히 정지하는 찰나가 있다. 엔진의 모든 힘이 접지력을 확보한 타이어에 옮아갔다는 증거다. 그래서,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기도 힘든 정도의 경사를 오를 때도 ‘파바박!’. 이렇게 힘찰 수 있다. 6천1백60만원.





미쓰비시 파제로


파제로의 성능은 다카르 랠리에서 이미 인정받았다. 25년 연속 참가, 12회 우승, 7회 연속 우승 기록을 챙기는 동안 ‘다카르 랠리의 전설’이 되었다. 사막을 가르면서 1만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건, 인간과 자동차의 한계를 동시에 시험에 들게 한다. 200마력의 최대출력은 3,800rpm에서, 45kg,m의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터진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의 힘을 낸다는 건, 마음을 졸일 필요도 없이 어떤 오프로드든 주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2륜과 4륜은 도로상황과 정도에 따라 각각 두 가지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차들이 날렵하게 다듬은 외모로 ‘도심형’이니‘ 섹시 유틸리티비히클’이니 할 때, 파제로는 꿋꿋하고 우직하기만 하다. 6천4백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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