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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1

2010.12.15GQ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삼성 HMX-T10

풀HD를 찍는 것과, 풀HD를 보는 것. 둘 중 어떤 환경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까? 단연 후자다. 풀HD를 지원하는 TV를 사는 데만 최소 60만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풀HD를 지원하는 캠코더는 이제 10만원 미만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풀HD 캠코더는 이미 대중화의 중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지금껏 주변에서 캠코더 구입 관련 질문을 받은 건 딱 한 번뿐이었다. 구입하려는 이유는 바로 자녀 출산. 영상 관련 직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도 60~70퍼센트는 같은 동기로 처음으로 캠코더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1백만원 미만의 보급형 캠코더 사용후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의 성장 동영상을 위해 검색을 거듭한 끝에 구입했습니다”, “대부분 실내에서 아이를 촬영하는데 어두운 곳에서도 화질이 좋고 손떨림 보정 기능도 있어 만족했습니다”, “70일 된 우리 아기 더 늦기 전에 찍어주려고 큰 마음먹고 결제했는데 하루 만에 도착해서 너무 기뻤습니다” 등. 아이가 크면 보여줘야지 생각하는 순간 디지털카메라에 포함된 동영상 기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 이런 얘길 늘어놓느냐 하면 삼성의 T10에 제일 어울리는 게 아이 촬영인 듯하기 때문이다. 일단 40만원 초반의 가격에 슈나이더 렌즈를 통해 풀HD 동영상(1080p가 아닌 1080i긴 하지만)을 촬영할 수 있다. 거기다 이면조사식 센서까지 채용해 어두운 곳에서 촬영해도 화면의 칙칙함이 훨씬 덜하다. 조작도 단순하다.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녹화와 모드 변환 버튼뿐이고 녹화가 시작되면 줌 레버 조작 외에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다. 촬영 상황을 알아서 판단해 바꾸는 스마트 오토 기능도 디지털카메라에 있는 비슷한 종류의 기능에 비하면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결정적으로 렌즈가 상단 25도를 향하고 있어 팔을 직각으로 들거나 손목에 힘을 주지 않고도 편안한 자세로 정면을 오랫동안 찍을 수 있다. 대신 바닥이나 삼각대에 놓고 찍을 땐 각도 조정을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RATING ★★★★☆
FOR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AGAINST 저용량 하드디스크 혹은 저사양 컴퓨터 사용자

로지텍 UE100

얼티밋 이어스란 이어폰 브랜드는 알아도 로지텍이 얼티밋 이어스를 2008년에 인수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얼티밋 이어스란 이름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로지텍 로고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아닌데다, 트리플 파이 등의 스테디셀러 모델도 꾸준히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메트로 파이 시리즈 같은 10만원 안팎의 (상대적) 저가 모델이 많이 나왔다는 것 정도가 제일 눈에 띄는 변화였다. 그런 점에서 로지텍 UE100은 상징적이다. 일단 로지텍이란 이름이 전면에 나왔다. 그리고 가격은 놀랍게도 1만9천8백원. 참고로 얼티밋 이어스의 어린이용 모델 라우드 이너프의 가격이 현재 3만9천원이다. 거기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저가) 이어폰들도 울고 갈 만한 ‘요란한’ 5가지 색조합과 문양까지(사진의 모델이 제일 ‘무난하다’고 평가 받는다) 보고 나면 이 이어폰의 정체성이 뭘까 궁금해진다. 포장 뒷면에 있는 4개의 문구가 UE100을 정의하고 있다. 쿠션 같은 감촉, 인상적인 음향, 편안한 착용감, 견고한 디자인. 우선 감촉은 귀에 닿는 고무 팁에 대한 얘기일 것이다. 쿠션도 가격과 재질에 따라 감촉이 천차만별이란 얘기를 시작하면 길어질 테니, 크기 별 4쌍의 고무 팁은 가격을 생각하면 불만이 없을 정도의 품질이라고만 하고 넘어간다. 문제는 그걸 제일 처음으로 써놓으니 김이 샌다는 거다. 싸건 비싸건 이어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음의 품질 아닌가? 기존 얼티밋 이어스 이어폰에서 느꼈던 단단하게 분리된 음을 떠올리며 귀에 꽂았다. 결과는 비트가 강하거나 전자음이 전면에 나서는 음악에서는 기대 이상, 대규모 편성의 현악이나 어쿠스틱 악기가 등장하는 음악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았다. 외관을 봐도 알 수 있듯, 노리는 층이 명확하다. 대부분의 저가 이어폰이 하는(혹은 할 수 밖에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UE100의 경우는 좀 더 극단적이다. 편안한 착용감은 쿠션 같은 감촉과 비슷한 얘기니까 더 할 필요는 없겠다. 그리고… 견고한 디자인? 만듦새는 분명 좋은 편이다. 그런데 디자인에 대해서라면 야심차게 시도한 5가지 색조합과 문양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 하지 않을까?

RATING ★★★☆☆
FOR 어머, 이 예쁘게 생긴 이어폰은 뭐야? 로지텍에서 이어폰도 만들어?
AGAINST 그러니까 UE는 얼티밋 이어스의 약자인데 로지텍이 인수를 하면서…(이후 5분간 설명.)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X10 미니

이름대로 소니에릭슨이 올해 발표했던 엑스페리아 X10의 미니 버전이다. 거기다 케이스 뒷면을 다양한 색상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 둘 다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보통 현 주력제품과 차기 주력제품 사이를 메워야 하는 시기에 이런 제품이 나온다. 거기다 X10 미니는 출고가 50만원대로 약정에 따라 초기 비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스마트폰이다. 여러 정황을 따져봤을 때 X10 미니는 기존 X10의 보급형 축소판 제품이란 걸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X10 미니는 예상보다 훨씬 더 명확한 콘셉트의 제품이다. 그리고 X10 미니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그 명확한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X10 미니는 그야말로 ‘미니’다. 일반적인 명함보다도 좀 더 작다. 손에 쥐면 반대편에선 모서리 부분만 약간 보일 정도다. 무게는 90그램도 안 된다. 손목에 힘을 주지 않아도 들 수 있다. 세간의 크고 무거운 스마트폰들이 머쓱해질 정도로 극단적인 크기다. 주머니에도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화면은 작다. 2.6인치 화면은 수치를 보기도 전에 ‘작다’는 생각만 든다. 좀 더 안타까운 건 해상도도 240X320으로 낮은 편이라 그 작은 화면이 꽤나 흐리멍텅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걸 어떻게 터치로 조작해’라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되어 있었다. 자주 쓰는 기능 4개를 사면의 구석에 배치해놓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자 메시지, 음악, 전화번호 입력, 연락처 버튼의 구성이라 별 스트레스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문자도 쿼티자판이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 같은 방식의 자판이라 한 손으로도 입력이 가능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2.1 기반이기에 일반적인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일들은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허락하는 한 가능하다. 막상 스마트폰을 써보니 늘 쓰는 몇 가지 기능과 어플리케이션밖에 안 쓰더라는 사람은 X10 미니가 더 편할 수 있겠다. 카메라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이외의 사람들, 즉 이미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에겐 추천하기 힘들다.

RATING ★★★☆☆
FOR 소인이면서 휴대전화 일체형 인간.
AGAINST 대인이면서 스마트폰 일체형 인간.

파나소닉 터프북 CF-31

대부분의 촬영용 제품들은 종이 쇼핑백에 담긴 채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터프북 CF-31 역시 종이 쇼핑백 안에 들어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제품 상자도 없이, 완충용 발포비닐도 없이, 코팅도 안 되어 있는 진짜 종이 쇼핑백(사무실에 굴러다니는 것 중 아무거나 집은 게 분명해 보이는)에 4킬로그램이 넘는 본체 하나만 덜렁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몇 초간 그 ‘꼴’을 바라보다 사진가에게 혼잣말을 하듯 물었다. “제품 콘셉트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보낸 걸까요.” 그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렇게까지 계산했을까요….” 생각해보면 계산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다른 노트북이라면 그런 식으로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터프북의 콘셉트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허름한 쇼핑백에 본체만 넣어서 보내야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터프북이니까 급한 대로 그냥 보내도 괜찮아’ 정도의 사고가 반영된 결과란 얘기다. 노트북이란 민감한 전자제품을 이렇게 공구상자 다루듯 할 수 있는 데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4백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CF-30 이후 3년 만에 나온 CF-31의 가격은 5백50만원대. CPU는 현재 중급형 노트북을 평정한 코어i5로 업그레이드됐고 DVD롬과 HDMI 단자가 추가됐고 부피는 조금 더 커지고 무게는 약간 가벼워졌다. 감압식 터치를 지원하는 튼튼한 LCD는 여전하다 사양만 보면 1백만~1백50만원 사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4백만원을 더 들여 외부를 마그네슘 합금으로 감싸고 내부에 각종 충격 흡수 관련 설계를 한 후 각 단자마다 잠금 장치가 달린 덮개를 달면 새 터프북 CF-31이 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필요하거나 원한다면 유일무이한 선택이니까. 다음 모델이 나올 2~3년 동안 노트북을 다루다 생길 수 있는 각종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비용이라고 계산해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철컥 하고 손잡이를 뽑아들 때마다 퍼지는 설렘의 가격이라거나. 뭐, 넷북으로 새로나온 터프북 리뷰를 쓰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RATING ★★★★☆
FOR 클럽 최민수
AGAINST 유희열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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