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의 신분상승

운동화가 수트와 함께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아무 운동화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1 슬립온 5만9천원, 반스. 2 올코트 로우 10만9천원, 나이키. 3 프로스타 하이 16만9천원, 컨버스. 4 코르테즈 7만9천원, 나이키. 5 잭 퍼셀 로우 10만9천원, 컨버스. 6 스탠 스미스 11만9천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7 가젤 10만9천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8 어센틱 4만9천원, 반스. 9 MR993 24만9천원, 뉴발란스. 10 M574 9만9천원, 뉴발란스.

처음 수트에 운동화를 신었을 때는 구두가 없었다. 구두가 없다는 결핍을, 수트엔 운동화가 더 ‘패셔너블’하다는 핑계로 감췄다. 구두가 많다고 정당해지는 건 아니다. 수트에 운동화를 신는 건 ‘변칙’이기 때문에 적절한 핑계가 있어야 한다. 다만 어설픈 핑계엔 한계가 있다. 수트에 신을 게 그것뿐이라 운동화를 신는다면 너무 뻔한 결말이다. 편의점 스파게티도 제이미 올리버가 데워주면 더 맛있을 듯 보이는 것처럼, 수트 한 벌에 맞춰 신을 구두가 적어도 열 켤레는 있을 법한 남자가 운동화를 고른 듯 보여야 기막힌 반전이 된다. 운동화를 신을 땐 더 간명하고 순전하게 수트를 입는다. 화려한 장식을 더하면 너무 ‘멋부린’ 남자가 되고, 단정치 못하면 너무‘ 못 갖춘’ 남자가 된다. 라포 엘칸이 나이키 코르테즈를 신는 법, 스테파노 필라티가 뉴발란스 992를 신는 법이 뚜렷한 예다. 구두를 본뜬 운동화는 비겁하다. 누가 봐도 한눈에 운동화인 걸로 고른다. 알 만한 사람은 형태만 봐도 이름이 떠오르는 운동화의 국가대표들로. 검증 받은 인재여야 다른 세계에서도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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