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개의 신제품.2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라이카 D-LUX5


요즘엔 파나소닉 LX 시리즈와 라이카 D-LUX 시리즈를 놓고 논쟁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빨간 딱지 값’이라는 비난도 어쩌다 한 번씩 눈에 띌 뿐이다. 그건 둘의 차이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한편으론 라이카가 지난 몇 년간 그런 비아냥을 이겨낼 만한 수준의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 출신 회사들을 빼고 나면 기대할 만한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독일의 라이카밖에 남지 않았다. 한때 라이카가 부럽지 않았던 콘탁스나 롤라이란 이름이 디지털카메라에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를 기억해보면 라이카의 현재는 상상 이상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올해 발표한 X1과 M9과 S2는 라이카가 앞으로도 기존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 거란 확신을 줬다. 그 와중에도 파나소닉 LX5의 라이카 버전인 D-LUX5는 빼놓지 않고 내놓았다. LX5는 전작 LX3에 비해 큰 변화나 발전이 없는 모델이다. 광학줌이 3.8배까지 늘어났고 1:1 촬영 비율이 추가됐다는 게 제일 눈에 띌 정도니 말이다. 화소조차 그대로 1130만 화소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급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중에선 세 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다. 애초에 출중한 기본기를 가진 기기다. 그런 LX5의 가격은 60만원대 중반이다. 사양에선 차이가 없는 D-LUX5는 1백20만원대. 언제나 그랬듯, 비싸다. 그러나 D-LUX5는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 중에선 제일 싸다. 별점은 둘 다 별 넷이다. D-LUX5가 더 멋진 외관을 갖고 있어 별 반 개가 추가되지만 가격 때문에 다시 별 반 개가 깎인다는 계산이다. 파나소닉 카메라를 살 것인지 제일 싼 라이카 카메라를 살 것인지는 선택에 달려있다. 역시 언제나 그랬듯. 한가지 다른 점은 올해 ‘빨간딱지’의 위상은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RATING ★★★★☆
FOR 60만원 더 주고 라이카를 가질 수 있다면야.
AGAINST그럴 여유 있으면 2백만원 더 주고 라이카 1을 사지.






MSI FR600 3D


아무래도 제일 눈이 가는 건 제품명에 붙은 3D란 글자다. 예상했겠지만 MSI FR600 3D는 3D 영상을 볼 수 있는 노트북이다. FR600 3D의 가격은 현재 최저가 1백5만원대, 3D 노트북 중 제일 낮은 가격의 LG 제품보다 15만원쯤 더 싸다. 그런데 블루레이 롬도 달려 있다. 3D 기능과 블루레이 롬을 제외해도 15인치대 제품 중에서 코어 같은 i5-460M 프로세서를 사용한 어지간한 기종보다 가격이 낮다. 같은 가격도 아니고 더 낮은 가격에 3D 기능과 블루레이 롬까지 포함된 것이다. 블루레이 롬은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있는 게 더 좋으니, 3D 기능만 점검해봤다. 우선 FR600 3D를 포함해 현재 시중에 나온 모든 노트북은 편광안경과 LCD 패널에 부착된 편광필름을 이용해 3D를 구현한다. 흔히 편광안경식 혹은 패시브 방식으로 불리는데 싸구려 플라스틱 선글라스 같은 걸 쓰고 3D 화면을 감상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극장에서 3D 영화를 봤다면 대부분 경험해봤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경을 쓰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전자장치가 되어 있는 묵직한 안경을 쓴다면 셔터안경식 혹은 액티브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모든 화면을 3D로 볼 수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3D로 제작된 영상 혹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3D로 변환된 영상이나 게임만 3D로 즐길 수 있다. 일반 화면에서 안경을 쓰고 보면 글씨를 읽기도 힘들다. <폴라익스프레스> 3D 블루레이를 어렵게 구해서 재생해봤다. 진지하게 생겨서 더 웃긴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있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걸 애써 멈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엔 약간 어지럽고 어색하지만 천천히 적응하고 나면 예상했던 것보단 즐길 만했다. 조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극장을 생각하면 안 되는 정도랄까. 게임은 여건상 직접 해보지 못해서 다른 사용자에게 물었다. “가끔 생각날 때 3D로 하면 재밌어요. 없어서 못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물론 같은 가격이라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기능이다. 그런데 가끔씩 혼자 ‘그’ 안경을 쓰고 컴퓨터에 열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게 현명한 소비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RATING ★★★☆☆
FOR 안 그래도 노트북 사려고 했는데 같은 값에 3D 기능까지 있다니!
AGAINST 눈에 보이는 게 다 3D인데 노트북 화면까지 3D로 봐야 해?






올림푸스 FE-4050


2010년 말에 20만원대의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리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방수든 30배줌 이든 1센티미터의 두께든 무슨 짓을 해도 신선해 보이질 않는다. 구입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말하면, 메이저 디지털카메라 회사에서 최근에 나온 20만원대 제품 중에선 뭘 사도 크게 실망하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신제품은 나온다. 제품은 넘쳐나는데 분위기는 시들하다.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나 뭔가를 애타게 갖고 싶어 하는 열망이 사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상향평준화를 향해 전진하는 게 바로 전자제품의 비극이다. 올림푸스가 올해만 스무 개가 넘는 새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았단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나? 1년 전에 나온 속칭 ‘하이브리드 카메라’ PEN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막상 사야 할 상황에 놓이면 그 누구도 아무 제품이나 고르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리뷰는 계속된다. 졸지에 비극의 주인공이 돼버린 것 같은 FE-4050은 올림푸스에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5개의 소형 디지털카메라 중 하나다. 역시 가격은 20만원대다. 우선 사양에 대한 점검이다. 1200만 화소의 CCD, 광학 4배 줌, 1센티미터까지 가능한 접사, 2센티미터의 두께와 1백10그램의 무게는 나쁘지 않은 수치다. 반면 최대 640×480 해상도의 동영상과 최대 F3.2까지만 열리는 조리개는 조금 아쉽다. 전원 버튼을 켜면 민첩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줌 인/아웃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어두운 곳에서 ISO를 높이고 찍었을 때의 노이즈 억제력도 평균은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리고 플래시도 믿을 만해서 컴컴한 밤이라도 어지간히 멀리 있는 대상을 찍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물리적인 단점이 하나 눈에 띄는데, 바로 배터리 덮개다. 손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게 불안해서 괜히 한 번씩 열게 된다. 그리고 열 때마다 ‘이렇게 잘 열리다니’라며 놀란다. 배터리 덮개 잠금장치는 필수 아닌가? 가뜩이나 결정적인 단점을 찾기 더 힘든 시대라면 말이다.

RATING ★★★☆☆
FOR 작고 가벼우면서 조작이 쉽고 화질도 괜찮아요.
AGAINST 요즘 그런 카메라가 한둘인가요?






HTC 디자이어 HD


또 놀랐다. 같은 크기의 HD2를 본 적이 있는데도, 4.3인치 화면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4.3인치 화면 보고 놀라면 42인치 TV 보면 기절하겠네”라고 말하는 이에겐, 한 단계씩 올려서 “72인치 TV 보고 놀라면 극장 가면 기절하겠네”라고 대답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주변에서도 보자마자 “와, 크다”는 말부터 나왔으니 괜한 유난은 아니다. 4인치 화면의 갤럭시S를 꺼내면 무덤덤한데 왜 딱 0.3인치 큰 디자이어 HD에는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휴대전화의 ‘아이맥스’가 4.3인치일 수도, 전면을 화면으로 꽉 채우다시피 한 디자이어 HD의 디자인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보다 신기한 건 디자이어 HD 옆에 아이폰4를 놓으면 아이폰4가 굉장히 구식 전자제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역시 화면이 크면 더 첨단제품처럼 보이는 건지, 단순히 익숙하지 않은 크기와 외관 때문인지는 애매하다. 아무튼 여러모로 신묘한 화면 크기다. HTC도 4.3인치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었는지 출시제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디자이어를 4.3인치로 재탄생시켰다. 4.3인치의 HD2에 대해 많은 사용자가 윈도모바일 기반이란 점에 실망하며 “아, HD2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였다면!”이라고 탄식하는 걸 그들도 들었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간단하게 말해, 하드웨어로든 소프트웨어로든 지금껏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중에선 최고다. 공개된 하드웨어 사양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제품 전반에 ‘구린’ 기운이 없다는 점이다. 크고 매끈하고 빠르고 선명하다. 물론 완벽한 전자제품은 없는 법이라 디자이어 HD 역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성공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다고 보나? 아이폰4는 짜증나는 부분이 (꽤) 많은 전자제품이지만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구린’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당대의 전자제품이 되기 위한 제일 중요한 조건은 바로 그거다. 디자이어 HD의 최대 약점은 안드로이드 마켓의 ‘구린’ 분위기다. 활기 없는 가게에서 뭔들 사고 싶은 기분이 들까.

RATING ★★★★☆
FOR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준장 진급자.
AGAINST 애플 iOS 진영 병장 진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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