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보여줄게요 part2.

유인나는 가벼웠다. 목소리는 낮았다. 그리고 자신의 배가 맘에 든다고 말했다.

“아니, 마른 게 아니라 날씬한 거예요.” 이런 표정을 짓더니 곧 배시시 하고 웃었다.미니 드레스는 쟈딕 앤 볼테르, 속옷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구두는 토리 버치
“아니, 마른 게 아니라 날씬한 거예요.” 이런 표정을 짓더니 곧 배시시 하고 웃었다.
미니 드레스는 쟈딕 앤 볼테르, 속옷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구두는 토리 버치

혹시 ‘베이글녀’란 말 아나?
안다. 어떻게 날 거기에 끼워준 거지?

끼워준 게 아니라 지금 ‘베이글녀’로 검색하면 당신 이름이 거의 제일 먼저 뜬다. 실감이 안 나나?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은 좋다. 여자한테 그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베이글녀’란 말은 지금 내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남자들의 판타지다. 그렇게 소비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 유행이 가면 지나갈 말이다.
없다. 항상 내가 돌아갈 자리는 연기자다. ‘베이글녀’든 뭐든 연기자로서 그런 말을 듣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 욕심이 많다. 어차피 다음 드라마에선 다른 이미지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갈 거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그래서 괜찮다. 옛날 사진 돌고 그런 것도 신경 안 쓴다. 늙은이 같은가? 사람이 어떻게 항상 예쁘나. 별별 역할 다 해야 하는데 너무 예뻐도 문제인 것 같다. 화장하고 머리해서 예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만이다. 그래도 친구들이 “넌 예쁠 때가 더 많아”라고 말해주니 괜찮다.

부산영화제 때 드레스 입은 모습이 기억난다. 힐의 높이며, 스커트의 길이, 색깔 모든 게 당신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아니, 어떻게 그런 걸 다 봤나? 남자가. 나도 똑같이 느꼈다. 힐의 높이며 이것저것 딱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신기하다, 그런 걸 다 보고.

당신 몸에서 어디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나? 역시 다리인가?
하하하. 다리도 맘에 드는데 솔직히 가슴이랑 배를 제일 좋아한다. 왜냐면 그건 나 혼자 보는 거니까. 나 혼자 가끔 “어떻게 이렇게 예쁘지?” 할 때가 있다. 근데 또 그게 주기에 따라 모양이며 크기며 상태가 자주 변한다. 살 빠지면 좀 볼품없어서 아, 어떡하지 싶기도 하다. 여자 몸은 진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남자 몸에선 어디를 제일 좋아하나? 얼굴은 빼고.
음… 어깨랑 가슴. 그런데 별로 잘생긴 남자에 관심 없다. 볼 때는 침 흘리고 보지만 내 남자친구론 관심 없다. 불안하고 정도 안 간다. 약간 못난 듯하고 어수룩하고 그런 게 더 귀엽고 끌린다.

내년에 서른이다. 이십 대에 연애는 좀 했나?
뜨거웠다. 아주. 사랑은 조금 과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좀 무서운 건 실연당하고 상처받고 그래도 그런 게 다 연기에 도움이 되겠지 생각한다는 거다. 순수하지 못하다고 자책할 때가 있지만, 그게 현실이다.

서른 살의 당신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직까진 연기하면서 고뇌나 성찰을 하지 않았다. 내년엔 좀 더 진지해지겠지. 서른 살이 되면 남들은 우울하다고 하는데 난 지금 한 살이다. 이제 두 살 되는 거다. 이십대가 인생의 전성기라는 말에 하나도 공감 안 간다.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 오고 취직하고 자아를 찾으면 뚝딱 서른인데 어떻게 이십대가 전성기인가? 이십대는 어린애다. 삼십대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어중간한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 캐릭터가 불분명한 역할 말이다. 착한 것 같기도 했다가, 못된 것 같기도 했다가 “쟤 뭐야?” 이렇게 되는 캐릭터. 그런 것만 제외하면 소년 소녀 가장, 거지, 정신병 환자, 바보 뭐든 다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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