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름값이 항상 실력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농구와 배구에서 과대평가 받고 있는 선수와 과소평가 받는 선수를 각각 6명씩 꼽았다.

권혁진(<뉴시스> 기자)
황동일
대학 시절부터 대형 세터로 주목받았다. 194센티미터의 큰 키와 빠른 토스는 당장 프로에 내세워도 충분히 통할 것처럼 보였다. 세터 부족으로 고심하던 LIG는 2008~2009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준찬과 손석범, 이동엽을 우리캐피탈에 내주고 황동일을 영입하는 3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이는 실패에 가깝다. 블로커가 예측하기 쉬운 토스, 과한 공격 욕심 등은 특히 승부처에 팀을 어렵게 했다. 더블 콘택트 같은 잔실수도 많았다. 우승 전력이라던 LIG는 코트의 사령관이 자리를 못 잡으면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팬들은 그에게 ‘발토스’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대학 시절 종종 달던 태극마크도 남의 차지가 됐다.

임시형
주 공격수를 보조해 리시브를 받고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은 수비형 레프트의 몫이다. 그러나 수비형 레프트의 조건을 두루두루 갖춘 임시형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임시형은 대학 시절부터 진상헌, 유광우, 김요한 등 동기생들에 비해 나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를 악문 임시형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와 안정된 리시브로 현대캐피탈의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일조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늘 주 공격수들의 몫이었다. 게다가 공익근무를 마친 장영기가 복귀하면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났고 결국 그는 문성민을 영입하려던 현대캐피탈의 트레이드 카드에 끼어 KEPCO45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한때 나오던 대표팀 발탁 이야기도 다시 쑥 들어갔다.

류한준(배구 칼럼니스트)
이선규
부상이 가장 큰 이유다. 2008~2009시즌까지 이선규는 센터의 주무기라 할 수 있는 속공과 블로킹 양면에서 모두 일인자로 꼽혔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부터 스피드가 떨어지며 위력이 반감되고 있다. 기록으로 살펴보면 2008~2009 시즌 그는 32경기에 출전해 98개의 공격을 블로킹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2경기 더 많은 34경기에 나와 겨우 56개를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성공 개수만 따진다면 그의 경력을 통틀어 프로 출범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목적타 위주로 구사하는 서브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주상용
주상용은 지난 9월 IBK 기업은행 프로배구컵대회에서 MVP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 합류하지 않았고 박철우가 팀을 이적한 덕에 주전 라이트로 뛰며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실상 주상용의 점프력이나 파워는 박철우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대각선 공격같이 상대 블로커의 손을 피해 틀어 치는 기술은 더 낫다. 떨어지거나 올라오고 있는 토스가 아닌, 정확히 정점에 떠 있는 공을 때린다는 장점도 있다. 문성민의 팀 합류란 새로운 변수가 생겼지만, 문성민이 징계로 1라운드를 뛸 수 없는 동안 자신을 증명할 시간을 얻었다. 다행히 삼성화재와의 2010~11시즌 개막전에서 그는 팀 내 최다인 17득점을 기록했다.

조영준(<엑스포츠뉴스> 기자)
신영수
대학 시절부터 197 센티미터의 키와 강력한 파워로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라이트 공격수 출신인 신영수는 대한항공이 라이트로 브라질 용병 보비를 뽑으면서 레프트로 이동했다. 그러나 보조 레프트가 아닌 주포 역할로 공격에 전념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의 수비엔 허점이 많다. 포지션이 익숙지 않은 탓이다. 일본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도 잠시 등장해 5실점을 헌납했다. 소극적인 플레이 또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는다. 김학민과 함께 대한항공의 좌우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결정타 능력이 부족하다. 공격수로서 좋은 체격조건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김요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문성민과 박철우, 그리고 김학민에 밀려 경기에 투입되지 못했다.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 상대편의 서브 표적이 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하지만 약점인 수비는 차차 나아지고 있고 해결사 기질도 문성민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내 배구선수 중 체격이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어깨가 넓어 다양한 각도로 공을 때릴 수 있다. 올 시즌 LIG손해보험에서 뛰는 용병 밀란 페피치는 “김요한의 체형은 보편적인 한국 선수와는 많이 다르다. 유럽 선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요한은 그동안 좋은 볼보다 나쁜 볼을 훨씬 많이 처리해왔다. LIG손해보험의 세터들은 국내 프로 구단 중 가장 약하다는 평이다.

손대범(월간 <점프볼> 편집장)
하승진
한국 농구 역대 최장신 선수, 최초의 NBA 리거, 한국 농구의 보물…. 프로 3년 차 하승진의 경력은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실력은 글쎄. NBA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높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높이에 비해 몸 관리나 기본기가 부족했고, 결국 2시즌 만에 그는 KBL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허술한 자기관리와 직업의식 부족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꼬집고 있다. 실제로 코칭스태프가 한참 채찍질을 가했던 2007년 하승진의 기량은 KBL 정상급이었다. 그러나 그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를 재활로 허비했고 발전도 정체됐다. 그에게 샤킬 오닐급 활약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20분만 건강히 뛰어줘도 대표팀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너무 어려워 보인다.

조성민
고득점을 올리거나, 화려한 테크닉을 과시하는 선수는 아니다. 처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명단이 발표됐을 때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큰 대회를 치르면서 조성민은 자신의 가치를 몇 배나 상승시켰다. 첫 출전이지만, 이제 그가 빠진 대표님은 상상하기 힘들다. 조성민은 189센티미터의 작지 않은 키에, 정확한 3점 슛과 날카로운 돌파 능력을 갖췄다. 볼 다루는 솜씨가 좋아 배급과 운반에도 능하며, 김병철 이후 장신 선수와의 2대2 플레이가 가장 매끄러운 슈팅가드이기도 하다. 배짱도 두둑해 승부처에서 해결사 기질도 있다. 볼이 없을 때의 역할과 움직임도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성실하다. 여전히 전국적인 지지도에서는 떨어지지만, 수년 내로 KBL 대표 가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일(월간 <루키> 편집장)
표명일
KBL을 대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기아에서 강동희의 백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0~2011시즌 현재, 연봉 3억 5천만원을 받는 고액 연봉자다. 기록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표명일이 과연 그 정도 연봉 가치를 지닌 선수인지엔 의문이 남는다. 올 시즌 평균 기록은 8.4점, 3.5어시스트. KT가 모션 오펜스를 즐겨 쓰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표명일의 팀 공격 기여도가 너무 낮다. 활동량이 많아야 할 포인트가드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임 자체가 너무 정적이기 때문이다. 속공 상황에서 지나치게 뜸을 들이는 장면은 답답하기까지 하다. 백코트 파트너가 조성민이란 점이 KT로선 위안거리다. 차라리 프로 초창기처럼 주전보다는 벤치에서 출전해 분위기를 바꾸는 식스맨 역할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유병재
유병재는 잘생겼다. 훤칠한 키에 호감 가는 이미지. 그런 외모 때문일까. 유병재는 과소평가된다. 그의 돌파는 KBL 최고라 칭할 만하다. 재빠른 퍼스트 스텝, 뛰어난 운동 능력,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기술까지 갖췄다. 득점하는 요령이나 폭발력만큼은 동료 강병현보다 낫다는 평이다. 외곽 슈팅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유병재는 올 시즌 현재 9.1점의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바운드 능력 역시 리그에서 손꼽을 만하다. 191센티미터의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평균 22분여를 소화하며 경기당 3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국내 선수 리바운드 상위 15명 가운데 평균 25분 미만을 뛴 선수는 유병재가 유일하다.

유지성(에디터)
김민수
타고난 탄력과 다양한 공격 루트로 대학 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주눅 들지 않는 경기를 했다. 자신 있는 1대1 공격은 외곽 슛을 잃은 한국 대표팀의 주요한 공격 방법이었고, 팬들은 그를 ‘판타지 스타’로 여겼다. 그러나 조직력이 중요한 장기 리그에선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난다. 주로 파워포워드로 기용되지만 인사이드를 장악하기엔 몸싸움이 약하고 블록슛 외에 특별한 수비 기술이 없다. 스몰포워드를 보기에도 드리블이 높고 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떨어진다. 기록만으로 보면 꾸준히 10점 이상을 넣어주고 야투 성공률도 5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는 등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기 포지션에서 해줘야 할 궂은일을 거의 못하고 있다. 김태술 대신 영입된 주희정과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아, 장점인 공격도 무뎌지고 있다.

윤호영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스몰포워드로 이규섭, 김성철, 양희종을 택했다. 이규섭과 김성철은 이미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양희종은 수비를 위한 카드다. 윤호영이었다면 어땠을까? 윤호영은 197센티미터의 장신이다. 작년까지는 골 밑에서 김주성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그쳤지만, 올해 3점을 비롯한 외곽 슛이 눈에 띄게 향상되며 아시안게임 차출 기간 동안 동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블로킹을 비롯한 수비는 원래부터 잘했다. 김주성이 돌아온 후에도 그는 스몰포워드 역할에 완벽히 정착하며 동부를 무서운 높이의 팀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제껏 ‘리틀 김주성’으로 불렸다. 그러나 김주성이 없는 동안 그는 김주성의 자리를 대신하기보다 차별화를 꾀했고, 대학 시절 최고로 꼽히던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감히 현재 KBL 최고의 가능성을 지닌 스몰포워드로 그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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