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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2

2011.01.12GQ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새로텍 퀵데스크

얼마 전 구글은 크롬 OS를 공개하며 하드디스크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외쳤다. 언제나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다면 데이터는 온라인에 저장하면 되지 뭐 하러 자리 차지하고 언제 통째로 날아가버릴지 모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냐는 얘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불리는 이 방식이 결국엔 하드디스크를 몰아낼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계속 수직상승 중이다. 지금 2테라바이트, 그러니까 2천 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는 1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3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도 벌써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10만원대로 떨어질 것이다. 외장형 하드디스크 시장은 지금도 뜨겁다.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든 지 오래다. 하드디스크의 역할은 이제 운영체제를 돌리는 집이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사용하는 사람도 갈수록 늘어간다. 외장형 하드디스크도 몇 개씩 되면 부피가 꽤 된다. 그래서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꽂았다 뺐다 하며 쓸 수 있는 도킹스테이션 방식의 케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텍 퀵 데스크도 그중 하나다. 퀵 데스크의 독보적인 장점은 세로가 아닌 가로로 하드디스크를 꽂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몇 개의 도킹스테이션은 모두 세로로 꽂는 방식이다. 세로 방식의 문제점은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는 도중 잘못 건드리면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 그리고 하드디스크가 노출되어 있어 손에 닿기도 쉽고 먼지도 잘 쌓인다는 점 등이다. 퀵 데스크는 가로로 하드디스크를 꽂은 후 뚜껑을 덮는 방법으로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했다. 그리고 다른 제품들처럼 2.5인치와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지원하고 USB와 eSATA 포트도 갖추고 있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케이스만 3만원대 초반이면 싼 제품이 아닌데 재질이 플라스틱뿐이란 건 아쉽다. 손으로 치면 퉁퉁 소리가 나고 무게도 가볍다. 쓰는 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세로 방식 중 몇천 원 더 비싼 도시바 칼미 제품의 묵직함과 확장성(USB 포트 2개와 카드리더기도 달려 있다)과 비교하면 ‘가로로 만드는 데 돈 더는 건 아니잖아’란 생각에 괜히 더 미워 보인다.

RATING ★★★☆☆
FOR 하드디스크가 너무 많아.
AGAINST 어떻게 하드디스크가 많을 수가 있어?

필립스 피델리오 DS3000

도킹 오디오는 차세대 오디오의 신천지가 분명하다. 바우어앤윌킨스, 보스, JBL 같은 자존심 센 오디오 업체들이 애플의 ‘서드 파티’가 되기를 자청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디오 업체의 입장은 나은 편이다. 애플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소니까지 도킹 오디오를 만드는 판국이다. 확실히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건 전자회사 쪽이다. 이제 와서 애플의 독주를 말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만 필립스의 애플 사랑은 노골적이다. 입맛대로 골라보라는 듯이, 아이폰 도크만 총 11종의 제품을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DS3000은 피델리오 스피커 라인업이다. ‘사운드 커브’ 기술이 적용되었다. 뒷면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지만 꽤 웅장한 소리를 뿜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피델리오 스피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이내믹 베이스 부스트’ 라는 기능이 있다. 어디에나 있는 베이스 강화 기능이긴 하지만, 실망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이 여기에서도 꼭 그만큼의 묵직한 베이스를 만들어준다. DS3000은 컴퓨터 옆에 놓일 의도로 만들었다. USB 연결을 통해, DS3000에 아이폰을 장착한 채 컴퓨터와 동기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는 하다. 동기화 시에는 DS3000의 전원을 꺼야 한다. 최우수상이 끝인줄 알았는데, 대상이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큼 황당하다. 리모컨 또한 아쉬운 부분이지만, 소리의 질적 수준과 기능 면에서 10만원 초반대의 도킹 오디오로는 꽤 무난하단 인상이다. 하지만 DS3000을 곱씹어 생각해보는 건 제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경쟁자들 때문이다. 평이한 걸 찾자면 국내 업체 국외 업체를 막론한 중저가 시장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고, 앞에서 예로 든 전문 오디오 브랜드가 형성한 고가 시장도 있다. 선택지가 많다. 그것들을 제치고 DS3000이어야 할 이유, 보이지 않는다. 한 제품을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자존심이 아쉽다.

RATING ★★★☆☆
FOR 필립스는 만족도 없지만 실패도 없다.
AGAINST ‘존재의 이유’ – 김종환

소니 MDR-EX600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EX1000의 하위 모델이다. EX 시리즈의 최상위 기종인 EX1000의 가격은 무려 79만9천원인데, 가격에 놀라기 전에 소니가 이 정도 가격대의 이어폰을 내놓았다는 건 뭔가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EX600은 EX1000과 모양은 거의 똑같고 하우징 재질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만 차이가 난다. 그러나 가격은 24만9천원으로 훨씬 싸다. 소니가 최근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600이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과 다른 점은 다이내믹 드라이버, 즉 일반적인 이어폰에서 볼 수 있는 진동판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오는 고가 인 이어 이어폰이 대부분 금속으로 만든 밸런스드 아마츄어 드라이버를 사용한다는 것과 대조된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는 논쟁과 상관없이, 소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끝을 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EX600은 이어폰 치고는 큰 상자에 포장되어 있다. 상자에는 본체와 리모컨에 연결할 때 쓰는 교체용 짧은 선(그러니까 이건 유닛에서 선을 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기와 종류별로 나뉜 총 9개의 추가 실리콘 팁, 휴대용 케이스(상단은 가죽으로 되어 있다)가 들어 있다. 부품의 종류도 많고 각각의 완성도도 높아서 고급형 제품다운 성의가 엿보인다. 착용법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릴 듯한데, 선을 귀 뒤로 넘겨서 착용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선택해서 착용할 수 있지만 EX600은 유닛 아래 일정 길이가 변형 가능한 재질로 되어 있어 무조건 귀 뒤로 넘겨서 착용해야 한다. 이렇게 착용하면 어쨌든 선에 물체가 닿았을 때 생기는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제일 중요한 소리는 상자에 쓰인 문구인 ‘모니터 사운드’ 그대로다. 특정 음에 치우치지 않고 각 음도 상당히 잘 분리되어 있다. 사실 아무리 ‘모니터’를 표방해도 고가 이어폰/ 헤드폰이 아니면 제대로 된 경우를 보기가 힘든데 EX600은 가격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이다. 더 고가였던 전작 EX700보다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일부러 음을 뭉개고 뭉친 로 파이 음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악에 잘 어울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니만의 깔끔하고 밝은 소리다. 지지부진했던 소니 이어폰이 부활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겠다.

RATING ★★★★☆
FOR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AGAINST 그 소리를 귀 뒤로 선을 안 넘긴 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어.

소니 넥스-VG10

“와, 멋있다. 이게 뭐예요?” 제품을 꺼냈을 때 주변에서 보인 반응이다. 영상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한 넥스-VG10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실제로 VG10은 꽤 멋있게 생겼다. 그리고 멋있는 발상의 제품이다. 이름에서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VG10은 소니가 올해 내놓은 렌즈교환형 소형 디지털카메라 넥스 시리즈의 연상선상에 있는 제품이다. 크기도 엄청나게 차이 나고 디자인도 꽤 다르지만 둘은 같은 이미지 센서와 같은 E-마운트 렌즈를 사용한다. 그래서 VG10은 최초의 가정용 렌즈 교환식 캠코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마이크로 포서드 방식에 밀려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한 카메라 넥스와는 입장이 다른 것이다. 소니는 VG10을 통해 캠코더에서만큼은 여전히 우리가 절대강자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이런 식의 선언을 하는 건 전자제품 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행동이다. 칭찬은 여기까지다. 분명 18~200mm의 렌즈 포함 2백만원대 가격에 커다란 이미지 센서에다 4면의 소리를 잡아내는 멋들어진 마이크까지 달린 캠코더는 VG10밖에 없다. 화질은 가정용으로 쓰기에 호사스러울 정도고 어댑터를 사용하면 칼자이스 T* 코팅 렌즈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계’를 만지면서 얻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미지 센서가 큰 만큼 사진도 어지간한 DSLR 못지않게 뽑아낸다. 그러나 가격에 비하면 선택할 수 있는 동영상 모드가 부족하고(1080/60i는 지원하지만 1080/24p와 30p는 지원하지 않는다) 사진촬영 모드에선 RAW 파일을 사용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가정에서 쓰기에 (아직은) 용량 대 성능이 뛰어난 720p 해상도도 선택할 수 없다. 대부분의 이유가 카메라 넥스와의 구분을 위해서인 듯한데(반대로 넥스는 동영상 촬영시간 제한이 있다), 이런 유일무이한 제품을 내면서 하는 짓 치곤 좀 치사하지 않나? 둘의 가격차도 상당하고 크기도 달라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아 세부 메뉴를 변경하려면 매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가정용으로든 전문가용으로든 아쉬운 점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결국 만지다 보면 엄지손가락이 올라가 버린다. 새롭고, 뛰어나다는 사실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RATING ★★★★☆
FOR 어른.
AGAINST 아이.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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