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라이언 고슬링

라이언 고슬링은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식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총이라도 들이댄다면 모를까.

219 GQL-CVstory-1-1
수트, 셔츠, 타이는 랄프 로렌 블랙 라벨, 포켓 스퀘어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페도라는 볼살리노 at JJ 햇 센터.

 

219 GQL-CVstory-1-2
수트는 구찌, 구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219 GQL-CVstory-1-3
셔츠는 톰 브라운 뉴욕, 타이는 보테가 베네타.

 

219 GQL-CVstory-1-4
폴로 셔츠와 팬츠는 돌체 앤 가바나, 벨트는 랄프 로렌, 로퍼는 콜 핸, 양말은 팬더렐라, 목걸이는 티파니 앤 코.

가 데리고 간 첫 번째 장소는 ‘마법의 성’이었다. 좀 괴상했다. “마법을 믿나요?” 고슬링이 물었다. 마법은 있을 것도 같지만 ‘마법의 성’에서 그걸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슬링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곧 보게 될 겁니다”

스타 영화배우라 불리길 꺼리는 사람들은 말론 브란도 이래 숱하게 많았지만, 고슬링처럼 집요하고 단호하게 거부한 사람은 흔치 않았다. 자의식 강한 배우들이 “한 작품은 관객을 위해, 다른 한 작품은 나를 위해”하겠다고 공언하는 것과 달리, 고슬링의 좌우명은 늘 “관객을 위한 작품은 없다”였다. 스타가 되지 않는 게 더 힘들어 보였던 최루성 멜로 영화 < 노트북 >을 제외하면 고슬링의 출연작들은 모두, 이를테면 ‘부탄’이란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작고 독특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신비로운.

이번에도 고슬링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작품에만 출연한다는,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지 않다. < 올 굿 씽스 >에서는 살인자로 분했고, < 블루 발렌타인 >은 파국으로 치닫는 결혼 생활을 그린 드라마다. 그리고 < 블루 발렌타인 >으로 그는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관객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돈을 포기하는 것이다. < 노트북 > 출연 이후 고슬링은 영화 한 편당 1천8백30만 달러를 받는다. 반면 제임스 프랑코는 8천3백만 달러를 받는다. 굳이 조니 뎁까지 비교할 필요도 없다. 고슬링은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혜택을 포기하고 있다.

고슬링은 ‘마법의 성’이 LA에서 좋아하는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연주자가 안 보이는데도 건반 소리가 나는 피아노 옆에 앉아 ‘올드패션드’를 마실 때, 고슬링은 활짝 웃고 있었다. 이 가게의 광고에 따르면 피아노 연주자는 이르마라는 이름의 죽은 여성이었다. 고슬링에게 그 밖의 다른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불경스럽게 느껴졌다. 고슬링이 말했다. “저는 (마법을) 믿는 사람들의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가가호호 방문하는 몰몬 선교단에게 설득돼 개종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가? 바로 고슬링의 부모다.

그가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디즈니랜드였다. 어쩌면 그가 제법 정기적으로 이곳에 들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마법의 성’에 대한 고슬링의 애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눌러 쓰고 나타나, 이곳의 놀이기구를 탄다. 고슬링이 좋아하는 것들은 유령이 춤추는 폐가, 노래하는 새들이 있는 마법에 걸린 방,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벽이다. 고슬링이 말했다. “이것들은 마치 깨어 있는 채로 꾸는 꿈 같아요.”

“전 친구가 없었어요. 단 한 명도.” 말하지 않아도 그의 외로움은 잘 보인다. 고슬링은 너무나 수월하게 자기가 연기한 괴짜들 속으로 감정이입 한다. 고슬링의 독특한 말투에서도 외로움이 묻어난다. 톤이 일정하고, 브루클린과 캐나다 억양이 좀 이상하게 섞여 있는 말투 말이다. 그의 말투는 마치 그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거나, 다른 행성에서 막 날아온 사람의 것처럼 들린다.

고슬링은 전국의 1만 7천 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오디션을 보고, 올랜도에 적을 둔 미키 마우스 클럽의 일원으로 발탁됐다. 연예계에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그와 함께 발탁된 친구들 중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있었다. 고슬링은 여기에서 자기가 속할 그룹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낙담했다. 고슬링을 제외한 출연자와 그 가족들은 키심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살았다. 고슬링이 출연하는 쇼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그의 가족은 첫 시즌 내내 길가에 세워진 이동식 차량에 살았다. 고슬링은 또 다른 아이들보다 적게 일했기 때문에, 골프 카트를 타고 디즈니 월드에 갔다. 그리고 홀로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저는 월트 디즈니가 이런 곳을 꿈꾸다가, 그 꿈을 현실로 만든 그 생각이 너무나 좋아요.” 그는 이어서 매우 독특한 비교를 한다. “이건 마치 제가 < 블루벨벳 >을 봤을 때 느낀 것과 같아요. 명백히 한 사람의 꿈이죠. 그들의 생각을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결국 그게 현실이 되는, 저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저스틴, 크리스티나, 혹은 브리트니와 같이 노래로 자신을 표출하려는 본능을 내재하고, 스크린에서 연기로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 더 빌리버 >에 그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는 전통적인 유대교 집안에서 자란 반 유대교 스킨헤드 대니얼 역을 맡았다. 대니얼이 유대교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들의 ‘이성’이고, 그는 그것을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비현실’이라고 비난한다. 파시스트 조직의 리더가 다가와 조직의 중역을 맡겼을 때, 그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가 부정하려고 해도 ‘유대교적’ 사상이 그 안에 이미 내재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고슬링은 그에게 내재된 카리스마와 그것을 파괴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 자신의 콧수염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남자를 연기한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에서 그가 1차 세계대전의 포격수처럼 보이는 이유다. “연기는 제가 싫어하는 것을 요구하는 데도, 그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누가 위에서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멈출 수가 없어요.”

디즈랜드 식의 ‘꿈은 이뤄진다’와 밤에 꾸는 꿈, 두 개 모두가 고슬링에겐 중요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교감을 위해서 그는 가끔 매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자신이 꾼 꿈을 노트에 적는다. 고슬링이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한다. “낮잠을 잘 때마다 같은 꿈을 꿔요. 피가 잔뜩 묻은 한 늑대가 쓰러진 버팔로를 먹어 치우고 있어요. 하지만 버팔로는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어요. 늑대는 잠시 휴식을 취하죠. 그리고 버팔로는 그냥 거기 누워 괴로운 소리를 내며 늑대가 빨리 숨을 거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정말 기분이 이상해요. 저는 이상하게 그 둘의 느낌이 어떤지 알 것 같아요. 두 쪽 다 이해가 돼요.”

그는 자신이 찍은 영화 중, 막 개봉을 앞둔 < 블루 발렌타인 >이 최고가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어쩌다 여기,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요. 언젠가는 보상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정말? 그는 (죄의) 응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걸까?

“저는 믿어요. 정말로…. 괜찮아요. 저는 그것이 오히려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때를 대비해 준비하고 싶어요. 신사처럼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어요.” 우리가 헤어질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LA의 텅 빈 시내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서 본 흑백사진 같았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