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런 나 어때?, 리한나

2011.02.05GQ

내성적이라는 말은 리한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벽을 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도 그게 믿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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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는 왓케이티디드, 니커는 피피 샤스닐, 스타킹은 팔케, 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 귀걸이는 노아 파인.

던의 한 스튜디오에서 리한나를 만났을 때 그녀의 바리케이드는 견고하게 드리워 있었다.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는 동안 스튜디오의 장막 역시 그녀를 가려줬다. 촬영 사이 사이에 그녀는 타월 가운을 어깨에 걸치고 드레싱 룸으로 들어갔다. 인터뷰를 위해서 따로 마련한 빈 술집으로 들어갔을 때는 토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리한나는 촬영장에 있을 때보다 좀 더 얌전한 옷차림이었다. 꽃무늬가 그려진 낙타색 줄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베티 드레이퍼 같았다. 흑인인 베티 드레이퍼가 휠씬 더 예쁘고 풍성한 붉은색 붙임 머리에 14개의 문신을 하고 있었다고 상상하면 된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촬영하고 있을 때만큼이나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방패막을 치면서 자랐다고 말했다.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아홉 살쯤 집을 나간 뒤 가끔씩 나타나 말썽을 일으켰고, 남겨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와 두 남동생을 키웠다. 학창 시절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소녀였다. 다른 아이들은 리한나의 이런 모습에 반감을 느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게 사람들을 거슬리게 만들었나 봐요.”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그녀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되는 꿈을 품었다. 그녀는 “너무나 간절히 가수가 되기를 원했어요. 당시 제 머릿속은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을 뿐이었어요”라고 정확하게 말했다. 휴가차 바베이도스를 방문했던 한 미국인 음반 제작자의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지금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음반 제작자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모곡 녹음을 위해 그녀를 뉴욕으로 데려왔다. 열일곱 살의 어느 날 리한나는 긴장한 나머지 무릎을 벌벌 떨며 당시

데프잼의 대표였던 프로듀서 제이-지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제이-지는 그 자리에서 그녀와 계약을 맺었다.

2005년 8월 발매된 그녀의 첫 싱글 < Pon De Replay >는 15개국 차트의 상위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 시기 그녀의 기억 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건, 한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지는 반짝 가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이다. “사람들이 제가 그걸로 끝일 거라고 생각하는 데 화가 치밀었어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사람들에게 제 모든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때 제 스케줄은 터무니없었어요. 그래도 계속 이어나갔죠. 저는 대중들에게 아티스트로 인정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런 강인한 면모 덕분에 그녀는 불쾌한 가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바베이도스에 있을 당시 그녀가 성공을 위해 성상납을 해서 갑자기 떴다고 암시하는 이야기 등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녀가 열아홉 살에 불과했던 2007년 발매된 세 번째 앨범 < Good Girl Gone Bad >는 짓궂은 음반 타이틀이 암시하듯 좀 더 도발적인 리한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 8개의 싱글이 성공을 거두었다. 그중 ‘Umbrella’는 제이-지가 피처링을 해 대히트를 기록한 곡으로, 1994년 ‘Wet Wet Wet’ 이래로 10주 연속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최장기 동안 1위에 머물렀다.

그렇게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그녀는 파파라치와 악플러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인 방패막이 필요했다. 2009년에 들어서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다. 2월 8일 밤, 그래미상 전야제 파티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녀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인 가수 크리스 브라운과 말다툼을 벌인 후 얼굴을 두들겨 맞았다. 폭력을 당해 멍이 들고 피투성이가 되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인 그녀의 사진이 저속한 가십 사이트인 ‘TMZ’에 노출되었으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브라운은 결국 폭행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 및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리한나는 최고의 여성 앵커 다이앤 소여와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그날 밤 벌어진 폭행사건에 대해 상세히 털어놓았다. 브라운의 휴대전화으로 온 전 여자친구의 문자 메시지를 본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그 다음 그의 차 안에서 말다툼이 이어졌고 그가 갑자기 그녀를 공격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강타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묻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수만 번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다면 도움이 되었을까요? 전혀 아닐 거예요.”

리한나는 폭행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 또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폭행 사건 이전에는 저는 단지 팝송을 부르는 섬 출신의 어린 소녀에 불과했어요. 저에 대해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쉬웠겠죠. 모든 것을 가졌고 세상에서 걱정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테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펑! 하고 달라졌어요. 이젠 저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어요.”

리한나는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자존심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제발 나를 위해 울어주세요. 잘못된 관계에 빠져 있었어요’ 라고 호소하는 부류도 아니고요. 오히려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싫었고 폭행 사건으로 나를 기억하길 바라지 않아요. 이건 저의 방어적인 면이에요. 견고한 방어벽을 세우고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납득시켜요.”

하지만 뒤이은 그녀의 공식적인 음반 활동은 그렇게 침착하지 않았다. 2009년 11월에 발매된 리한나의 네 번째 앨범 < Rated R >은 공격적이었고 이전의 앨범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새롭게 짧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하고 스모키 눈 화장을 하고 섬세하게 문신과 가시 철사로 몸을 감싸거나 몸매를 드러내는 가죽 의상을 입었다. 그녀의 지인들이 격한 변신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뮤직비디오는 폭력성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그건 모순적이었다. 제이-지와 함께 작업한 ‘Run This Town’에서는 민중을 선동하는 혁명가로 등장했다. ‘Te Amo’에서는 레즈비언 관계에서 지배자 역할을 하는 여성 역할을 맡았고 ‘Hard’에서는 군사훈련 교관이었다. 리한나가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는 곡이라고 소개한 ‘Russian Roulette’에서 그녀는 고문을 당하고 심문을 받고 총을 맞고 차에 치이고 물에 빠져 죽는다.

음반회사는 리한나가 업 비트 팝송으로 이루어진 앨범을 만들기를 바랐다. “그건 사람들은 속이는 거잖아요. 그런 폭행 사건을 겪고 어느 누가 행복한 노래를 부르겠어요? < Rated R >은 내 자신을 진실되게 드러내는 앨범이었어요. 당시에는 행복한 척할 수가 없었어요. 앨범은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방어적이에요.” 리한나는 당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마치 공격적인 이미지로 보호벽을 세워서 사람들이 나에게 닿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한나는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 아직도 자신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가 지나치게 섹시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이 문제에 신경을 써요.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내 가슴과 엉덩이가 얼마나 풍만한지 관찰하죠. 짜증나요.” 하지만 리한나는 공개적으로 자신에 대해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을 망쳐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사이코 같은 의견들을 갖고 있어요. 내가 하는 말, 내가 입는 옷이나 내가 가는 장소에 대해서도 말을 하죠. 정말 말도 안 돼요. 터무니도 없어요. 전 스물두 살의 한 인간이에요. 클럽에 가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니잖아요. 그들이 위선자들인 것 같아요. 끔찍한 악담을 퍼붓는 일도 서슴지 않고요.” 리한나는 웹사이트에 자신을 모욕하는 글을 올린 익명의 악플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은 단지 다른 여성들에게 성난 여자들일 뿐이예요. 자신의 삶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요. 그럴 배짱이 없겠죠.”

한 차례 불만을 토로한 후, 리한나는 자신의 계획에 대한 주제로 돌아왔다. 최근에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부드러워졌다. < Loud >는 신나는 캐리비언 음조를 띤 노래와 힘 있는 발라드로 채웠다. 바로 흥을 돋우는 사운드 트랙, 알코올 중독자가 될 소지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취기가 느껴지는 ‘Drink To That (Cheers)’와 업 템포 팝 스매시를 적용한 ‘Whats My Name’ 이 포함되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클럽 나들이를 좋아하고 캐리비언 음식을 즐긴다고도 이야기했다. 리한나는 런던에서 클럽은 미하키를, 캐리비언 요리로는 셰퍼드 부시에 있는 레스토랑 오치를 추천했다. 리한나는 영화도 즐기는데, 리암 닐슨이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 < 배틀쉽 >에 출연할 예정이다. 하지만 리한나가 최고로 열정을 쏟는 분야는 아마 패션일 것이다. 그녀는 런던에 머무는 동안 패션 브랜드 탑샵 매장으로 직행했고, 앨범 발매 행사 다음 날 프라다 패션쇼를 위해 파리로 향할 예정이다. 파리에서 다시 그녀의 남자친구인 야구선수 맷 켐프가 있는 LA로, 그리고 현재 수리 중인 베벌리힐스에 있는 자신의 새 보금자리로 날아간다.

마지막으로 지난 수년 동안 겪은 어려움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일 시간을 되돌려 바베이도스 학교 교실에 앉아 세계적인 팝스타를 꿈꾸는 여섯 살 로빈 펜티(그녀의 어린 시절 이름)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으냐고.

리한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아이에게 ‘시도해봐’ 라고 말할 거예요. 인생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어요. 대가를 치른 뒤에야 얻을 수 있죠. 그것이 내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실패를 견뎌내야만 하죠. 실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이제 일하러 가야 해요.”

리한나는 나에게 습관적인 포옹을 하고 방을 가로질러 비디오 관계자가 휴대전화 웹사이트용 영상을 녹화하기 위해 따로 마련한 장소로 이동했다. 이들은 길 건너 위치한 술집에서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었다. 리한나 무리는 지쳐 보였다. 리한나의 미소는 눈부셨고, 완벽했고, 불가사의했다.

    에디터
    글/ 알렉스 빌름스(Alex bilmes)
    포토그래퍼
    Simon Emm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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