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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3

2011.02.21GQ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이클립스 TD-307 PA II

이클립스는 후지츠의 계열사 후지츠 텐이 만드는 가정용 오디오 브랜드다. 후지츠 텐은 카 오디오 분야에서 명가 대열에 드는 브랜드지만 이클립스는 2001년에 첫 모델이 나온, 비교적 신생인 가정용 오디오 브랜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출시되는 TD-307 PA II는 이클립스의 입문용 모델이다. 원뿔형 앰프 TDA501 II와 함께 판매하는 걸 보면 주로 컴퓨터나 노트북, 아니면 각종 소형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잡은 듯하다. 모양만 보면 스칸디나나 하만카든의 소형 스피커가 떠오른다. ‘디자인 지향적’인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달까. 하지만 TD-307 PA II의 달걀형 디자인엔 ‘그래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 이클립스의 스피커는 크기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이 생겼다. 진동판 하나에 달걀형. 이클립스가 ‘타임 도메인’ 방식과 함께 탄생한 스피커라서다. 타임 도메인 방식은 주파수(진동수)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스피커 방식과 달리 속도와 타이밍에 초점을 맞춘, 그들만의 방식을 말한다. 원음을 최대한 정확하게 재생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온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받아들이면 무리 없겠다. 이클립스는 기존 스피커들의 인클루저 울림과 네모난 모양 또한 원음의 파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인클루저 울림은 내부 유닛을 공중에 띄운 것 같은 상태로 만들어 개선했고, 동그랗게 만들어 모퉁이를 없애고 뒤를 뾰족하게 만들어 스피커의 앞뒤와 면으로 마주 보지 않도록 만들었다. 말하자면 달걀 모양을 한 음의 무균실인 셈이다. 컴퓨터에 연결 후 재생했다. 좀 놀랐다. 음 하나하나가 갓 샤워를 끝내고 나온 것처럼 깨끗하고 상쾌했다. 하나의 진동판에서 나오는 소리인데도 각 음의 공간이 세밀하게 분리되어 있다. 타조알만 한 크기로 방 하나쯤은 음으로 채워버릴 만큼의 힘이 있다. 볼륨을 최대 수준으로 키우고 인클로저에 손을 갖다 대봤다. 울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미친 듯이 떠는 건 진동판뿐이다. 이론이 실제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책상에 두고 쓸 만한 컴퓨터나 노트북 스피커를 찾는다면,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그런데 TD-307 PA II의 가격은 1백8만9천원. 가격도 평가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반 개를 깎는다.

RATING ★★★★☆
FOR 방에서 요즘 기계로 요즘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
AGAINST 이럴 때 늘 하는 질문인데, 일단 방은 월세인지 전세인지….

포낙 오디오 PFE 112

포낙은 귀를 잘 안다. 60년이 넘은, 세계 판매 1위의 보청기 제조회사다. 보청기 제조회사가 귀를 잘 안다는 것은 귀의 구조를 잘 알고, 청력의 한계와 가능성을 두루 잘 안다는 뜻이다. PFE 112를 들으면서 보다 명확해졌다. 전자제품 회사는 귀를 잘 알기보다 음악을, 사람들이 음악을 어떤 식으로 소비하는지를 잘 안다는 것도. 그간 아는 사람들끼리 입소문만 무성했던 포낙이 국내에 정식으로 론칭했다. 하지만 여전히, 쉽게 구매하긴 어려운 듯하다. 포낙 이어폰은 전국 22개의 포낙 보청기센터에서만 판매한다. 난청 예방을 위한 청력 컨설팅 참여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이어폰 성능에 대한 얘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경건해진다. 좋은 이어폰을 사는 대부분의 이유는 음악을 듣는 쾌감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한, 즉 ‘자극’을 위한 것이다. 드라이버의 개수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인이어형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더욱 눈에 안 띠는 형편인데도 디자인은 섹시해진다. 하지만 PFE 112를 자극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거라면 번지수가 좀 틀렸다. PFE 112의 구성품으로, 갈아 끼울 수 있게 설계된 저음 강화 필터에도 불구하고 중저음이 무난하다. 야외에서 휴대기기로 감상하기에 출력은 다소 낮다. 고정이 잘 안 돼서 쉽게 빠진다. 하지만 이 그림자를 훑어가다 보면, 실체가 보인다. PFE 112는 건강식품이다. 맛이 꼭 섭취의 근거는 아니다. PFE 112는 해상력이 뛰어나다. 상대적으로 음량이 낮은 소리들의 위상도 잘 만들어 내고, 고음 분리도 탁월하다. ‘쑤셔 넣는’ 듯한 여타 인이어 형들과 다르게 귀에 무리를 안 주는 착용감도 좋다. 고정을 위한 귀걸이가 동봉되어 있고 분리도 가능하다. 귀를 잘 아는 회사라는 사실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발견되지 않는다. 음악이 아니라 귀가 누리는 호사다. 당장 효과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게 핵심이다. 정가는 20만원.

RATING ★★★☆☆
FOR 정말 좋은건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AGAINST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르자’ – ‘징글벨’ 중에서.

    에디터
    정우영,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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