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신제품.4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소니 MHS-TS20K


작년 초에 나온 소형 캠코더 ‘블로기’의 후속 제품이자 시리즈의 두 번째 제품이다. 블로그란 단어가 주는 신선함이 사라지고 있지만, 소니는 일단 그 이름을 안고 갈 모양이다. 첫 번째 블로기가 나왔을 때의 소감은 ‘별 특별할 건 없네’였다. 가볍게 찍어 웹에 올리거나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콘셉트와 어안렌즈를 사용한 360도 촬영 등의 발상은 좋았지만 성능은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캠코더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의 콘셉트보다는, 그냥 싸고 작아서 잘 팔리는 캠코더 중 하나로 보였다. 그런데 TS20K의 소감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로 등급이 한두 단계 상승했다. 1080P의 해상도와 착탈식 어안렌즈와 쓸 만한 동영상 관리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는 건 전과 같다. 더 밝은 렌즈를 썼고 화소가 증가했으며 Exmor CMOS 센서를 써서 암부 표현력이 좋아졌다는 건 향상된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성능 향상이 아니다. 외관이 바뀌었다. 회전식 렌즈가 붙박이 렌즈로 바뀌면서 TS20K는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외관의 캠코더가 됐다. ‘다운 그레이드’가 장점이 된 특이한 경우다. 렌즈가 작다는 단점도 이번만큼은 장점이 된다. 이는 성능 향상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DSLR보다는 작은 자동 카메라로 찍었을 때 더 ‘자연스러운’ 인물사진이 나오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거 캠코더예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TS20K의 정체를 몰랐다. 촬영을 시작해도 잠시 후면 촬영 중이란 사실을 잊어버렸다. 휴대전화(같이 생긴 물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주위에 널렸으니까. 캠코더로 촬영을 하는데도 모두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니 찍는 사람도 신난다. 즐거운 순간을 가볍게 찍어 공유한다는 콘셉트에 비로소 딱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누군가가 웃다 말했다. “그걸로 몰래 찍어도 모르겠는데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 목적’으로 나온 제품들도 수없이 많고 버젓이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TS20K가 그런 소리를 듣는 건 불공평하다. 차라리 TS20K로 몰래 찍을 수 있다면 휴대전화로도 몰래 찍을 수 있다는 얘기니, 휴대전화와 똑같이 TS20K도 촬영 시작 때 소리가 나도록 만들라고 하는 게 더 공평하겠다.

RATING ★★★★☆
FOR 성선설.
AGAINST 성악설.






젠하이저 MM550 트레블


MM550 트레블은 작년에 출시된 MM450 트레블의 상위 모델이면서 젠하이저의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 중 최상위 모델이다. 가격은 무려 70만원대. 출시 후 모든 구매자에게 아이팟 터치 4세대 8GB 모델을 증정하는 행사로 꽤 화제가 됐다. 처음엔 그만큼 가격을 올려 출시한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해외 가격을 검색해보니 5백달러 정도. 즉 공격적인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안타깝게도 행사는 끝났으니, 남은 건 배가 아픈 걸 참고 구입할 만한 성능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다. 외관은 하위 모델 MM450 트레블보다 더 크고 묵직하다. 심지어 목에 걸면 유닛이 목을 약간 죄고 턱을 아래로 내리기 힘들 정도인데, 살짝만 건드려도 유닛이 돌아가 상단을 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감도 준수하다. 귀와 머리에 닿는 부분들은 모두 부드러운 가죽 재질이라 장시간 써도 불편하지 않다. 특히 유닛이 큰 만큼 귀를 완전히 감싸, 어지간한 부처님 귀가 아니고선 살이 죄어 아플 일이 없다. 우측 유닛 바깥쪽에 배치된 볼륨 조절과 곡 넘기기 버튼, 아래쪽에 튀어나온 블루투스 버튼과 노이즈가드 버튼은 그대로다. 전화가 왔을 때도 전처럼 버튼 하나만 누르면 통화할 수 있다. MM550에 하나 더 추가된 건 SRS 버튼이다. SRS WOW HD 음장을 헤드폰 본체에서 지원하는데, 좀 더 입체적이고 베이스가 강조된 소리를 듣고 싶을 때 켜면 된다. 안 켜는 게 더 낫긴 하지만, 기능이 더 있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넘어가도 좋다. 다음은 소리. 음 하나의 또렷함은 덜하지만 전체를 풍성하고 부드럽게 뿜어낸다. 외부에서 장시간 들을 때 최대한 덜 피로하도록 다듬었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같은 가격대의 유선 헤드폰과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그보단 무선일 때와 유선일 때(포함된 선을 연결하면 유선으로도 쓸 수 있다)의 음질 차를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게 걸린다. 둘을 번갈아 가며 비교해보면 무선일 때는 뭔가 알맹이가 빠진 듯한 소리가 난다. 문제는 아직 MM550보다 더 나은 제품이 없다는 거다. 대안이 없기에 얼굴은 굳어도 엄지는 올라간다.

RATING ★★★★☆
FOR 이제 다시 유선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몸.
AGAINST 값싸고 품질 좋은 유선 헤드폰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쓰지를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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