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가 슬리브리스 차림으로 조명 아래 섰다

머리를 짧게 깎은 권상우가 슬리브리스 차림으로 조명 아래 섰다. 이런 식의 촬영엔 전주처럼 붙는, 즉석 팔굽혀펴기도 안 하고. 그러곤 셔터가 터질 때마다 창밖을 한번 내다 보듯 고개를 들었다.

실크와 리넨이 섞인 남색 팬츠, 다미에 패턴의 가죽 드롭이 달린 ‘소호 컬렉션’ 목걸이, 화이트 골드 소재의 ‘앙프리즈 컬렉션’ 반지, 모두 루이 비통.
실크와 리넨이 섞인 남색 팬츠, 다미에 패턴의 가죽 드롭이 달린 ‘소호 컬렉션’ 목걸이, 화이트 골드 소재의 ‘앙프리즈 컬렉션’ 반지, 모두 루이 비통.

 

부드러운 면 소재 크림색 니트와 가벼운 반바지, 모두 루이 비통.
부드러운 면 소재 크림색 니트와 가벼운 반바지, 모두 루이 비통.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롤업 소매 실크 셔츠, 루이 비통.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롤업 소매 실크 셔츠, 루이 비통.

촬영 시간보다 일찍, 그는 불쑥 스튜디오에 왔다. 계단을 뛰듯 내려오는 발 소리와 철문을 등으로 밀어 여는 기척이 순식간이었다. 후드가 달린 검정 윈드브레이커와 검정색 운동화 차림의 권상우는 뒷마당에서 매일 줄넘기를 하는 청년처럼 건강하고 수수했다. 그는 어딘지 변한 것처럼 보였는데 몇 킬로그램쯤 빠진 체중과 애들처럼 짧게 깎은 머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새로 인사를 나눌 때마다 니트 비니를 벗고 밤톨 같은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박박 문질렀다. “어색해서요. 이 정도로 짧은 건 오랜만이라.” 실컷 울고 난 애처럼 기진한 듯 맑은 눈과 굵게 잡히는 큰 주름의 대비 때문에 그는 물색 모르는 애 같기도, 성공한 수완가처럼도 보였다.

설탕을 잔뜩 넣은 커피를 훌훌 마시고 권상우가 조명 아래 섰다. 그에게 건조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를 원했고, 별 플롯이 없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볼을 몇 번 오목하게 만들어보더니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수 틀리면 불이라도 확 질러버릴 듯 팽창되어 보이던 이전의 권상우와는 달리 움직임은 느긋하고도 간결했다. ‘하도야’의 극적인 성공 이후 가족과 짧은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권상우가 차기작으로 고른 건 신경성무통증을 겪는 자해공갈단 남순 역할이다. 촬영이 끝난 후, 그는 들어올 때처럼 날 듯이 뛰어 고사를 지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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