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되고 싶어요

한혜진은 여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순한 양이거나 혹은 이미 엄청난 여우이거나.

헤어밴드와 리본은 아메리칸어패럴.
헤어밴드와 리본은 아메리칸어패럴.

예쁘고 착하다고 말해요. 아, 저 말인가요?

주변에서 들은 얘기가 대부분 그래요. 한혜진이 예쁘고 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진짜 예쁘고 착하다고. 너무 모난 데 없이 완벽해서 뾰루지 하나만 나도 주변의 모두가 환호한다고. 그랬어요? 아유, 참 감사하네요.

다들 한혜진이란 사람을 그렇게 보죠? 네, 그래서 좀 부담스러워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어요. 그래서 피곤해요.

스스로 착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 주변에서 하도 그렇게 보니까 더더욱 강박처럼 되기도 했고, 크리스천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도 하다 보니, 그게 어떨 땐 나를 피곤하게 하고, 콤플렉스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화가 날 땐 화를 내야 하고, 누군가에겐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그렇잖아요, 살다 보면. 근데 항상 그런 이후엔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시달리기도 하고. 그런 성격이라서, 너무 좀, 좋지 않은 성격인 것 같아요. 스스로 피곤한 성격이에요.

주변에선 오히려 편하게 화도 내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맘껏 하라고 할 텐데. 정말 많이 해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참지 말고 얘기하라고. 여우가 되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알고 보면 여우 아니에요? 되고 싶어요. 연기자는 그럴 필요가 있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나니까 여우같이 해내야죠. 어떨 땐 내가 너무 바보 같다, 여우같이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기분에 시달려요.

사실 여자 연예인이다, 하면 보통 그런 예상을 해요. 학창 시절에 좀 놀았을 것 같다든지. 근데 전혀 안 그랬을 거 같아요. 정말 안 놀았어요. 얼마 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는 무엇무엇을 한 적이 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인생에 대단한 사건이 없는 거예요. 큰일을 치거나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제일 나쁜 짓은 뭐에요? 부모님과 심하게 말다툼한 거?

책값을 빼돌린 적도 없고? 네,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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