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어흥 난 취했어

2011.02.25GQ

음악 이야기를 할 땐 눈이 확 커졌다.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나 아티스트를 말할 때는 ‘스펠을 적어줄까요?’라며 노트를 뺏었다.

셔츠와 티셔츠 수트 모두 프라다, 넥타이 제이미 앤 벨.

셔츠와 티셔츠 수트 모두 프라다, 넥타이 제이미 앤 벨.

아까 당신에게 사인과 사진을 요청한 사진가와 어시스턴트,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인기가 많다.
쑥스럽다.

당신은 호랑인데? 게다가 1집부터 난 실력 있다고 대놓고 말해놓고 뭐가 그렇게 수줍나?
1집 인트로 부분의 랩 끝에 들어갔던 거 말하는 건가? 아주 오래전이다. 벌써.

그땐 왜 그렇게 우쭐했나?
내숭 떨고 빼는 거보단 그렇게 자신감 있게 날 어필하고 싶었다. 당당한 게 먹혔던 시절이다. 좀 허무맹랑했지. 근데, 그 허무맹랑함은 지금도 놓치기 싫다.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다.

두려운 게 생겼나?
두렵다기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때가 묻었다. 뭔가를 많이 알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용기가 줄었다. 용기와 자신감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까 촬영할 때도 그렇다. 예전엔 자다가 막 일어나서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머리도 털고, 인상도 쓰면서 카메라 앞에 섰다. 요새는
아무래도 형식적인 포즈가 좀 생긴 것 같다. 내가 너무 한류스타처럼 말하나?

아니, 래퍼같이 말했다. 트위터에 단어를 하나씩 올리는 건 타임라인에서도 랩처럼 리듬을 타는 건가?
그건 그냥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글이 트위터에 올라온다. 그들에게 일일이 다 대답을 못하니까. 뭉뚱그려 하는 짧은 답이다. 일종의 암호처럼. 그냥 간단한 단어로만 교감을 하는 건데, 신기한 건 내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답을 했는지 본인은 딱 알아챈다는 거다. 이게 내가 요즘 느끼는 트위터의 재미다. 이제는 뭐든 바로바로다. 즉각적인 반응의 세상. 예전엔 공연이 끝나면 이틀 뒤부터 사이트에 공연 후기가 올라오고 그랬다. 그럼 그걸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챙겨 보고, 다음 날 뭐가 올라오려나 또 기다렸다.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바로 몇 초 뒤에 ‘우르르’ 답글이 달린다. 트위터는 기발하고 신기한 작가들의 세상이다. 읽을거리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돌의 트위터처럼 엄청난 양의 글을 상상하진 마시길.

하지만 아이돌처럼 안티 팬은 없겠지.
한두 명 정도 내 트위터에 갑자기 욕을 쓴 사람이 있었다. 그냥 진짜 욕. 뜬금없이 ‘이런 삐리리’야. 뭐 이런 식이다.

그 사람은 왜 갑자기 욕을 한 건가?
특별한 이유가 있겠나. 그들이 원하는 건 하나, 우리의 반응이다. 거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물론 기분은 안 좋다. 하지만 똑같이 욕하고 흥분하는 건 그들이 원하는 걸 해주는 거다. 그들에겐 무관심이 최선이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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