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되고싶은 마술사

“마술만 하고 싶지 않아요.” 이은결이 원하는 건 쇠를 금으로 바꾸는 마법이다.

사진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생각했던 이미지랑 좀 다르다. ‘방방 뜨는’ 스타일일 줄 알았다.
사실 내가 좀 달라졌다. 너무 한길만 보고 가다가 약간의 슬럼프를 겪었다. 장래에 대해서 고민해보니, 이 길의 끝이 보였다.

끝이 보인다고? 2007년도에 10주년 콘서트를 하고, 마술이 잘 나왔다. 내용도 되게 좋았고. 어느 지점까지는 충분히 갔다. 하지만 이 다음이 무엇인가 싶었다. 사실 예전부터 위기감을 느꼈다. 이제 사람들이 마술을 순수한 호기심으로 보지 않는다.

명절에 하던, 마술쇼 프로그램도 없어진 것 같다.
없어졌다. <스타킹>이나 이런 데서 보여주면, 다음 날 네이버 검색창에 뜬다. ‘이 마술을 어떻게 했나요?’ 그러면 사람들이 올린다. 맞든 틀리든. 그런 시대다. 이게 좀, 답답했다. 미칠 것 같고…. 군대 가서, 타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연두 작가에게 연락이 왔는데, 조르주 멜리에스 얘기를 하셨다.

조르주 멜리에스? <달세계 여행 >감독?
정연두 선생님이 “다음 작품으로, <시네 매지션>이라는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사람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마술이 필요합니다” 하셨다.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나올 때마다 만나서 함께 구상했다. 선생님을 이해하려고 강의도 6개월 동안 들었다.

<달세계 여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사실 처음 봤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게 다 옛날 기법이지 않나? 그걸 누가 마술이라고 하나? 근데 정연두 선생님과 작품을 하고 나서 봤을 때는 완전 달랐다. <달세계 여행>을 그 당시의 생각을 가지고 봤기 때문에…. 그때의 눈으로 보니 그 표현이 굉장히 놀랍더라.

현대 미술을 돌파구로 본 건가?
내가 딜레마에 빠졌던 것 중 하나가, 아무리 해외에서 상을 타오고 멋진 공연을 해도, 마술은 고급 문화가 아니다. 많은 마술사들이 얘기한다. ‘마술은 종합예술이다.’ 그런데 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타 예술 분야에 있는 분들을 만나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배웠다.

다른 노력은?
예를 들면 스토리텔링을 접목 한다든가…. 스토리텔링이 예전부터 해왔던 무기였다. 내 키워드는 휴머니즘이고 거기에 스토리 텔링이 핵심적인 거다.

공연을 봐도 마술보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예전 마술사들은 그냥 노래 틀어놓고 마술 했는데, 난 얘기하면서 하는 걸 좋아한다. 그게 나의 색깔 같다.

기술은 중요하지 않나?
나는 그렇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 로프를 자르는 마술을 해도 “로프를 자르겠습니다” 이런 게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방송에선 ‘펑!’ 터지고 이런 걸 보고 싶어 한다. 마술을 위한 마술에 좀 지쳤다.

손재주만 좋은 사람은 많다는 건가?
많다. 너무 많다. 테크니션이 전 세계 칠팔십 퍼센트. 퍼포먼스와 테크닉 모두 뛰어난 사람은 정말 극소수다. 나는 마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밖에 없었으니까 1등이 되게 중요했다.

한때 경쟁 상대가 없었지만, 요즘은 통 방송에서 보기 힘들다.
내가 놀 수 있는 물이 없다. 요즘 방송판도가 나랑 안 맞는다. 지금은 방송이 리얼리티 아니면 아이돌 시대인데, 나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고, 무대가 내 집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라이브 음악 프로. 나머지는 다 죽었다.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있는 게 <스타킹>이다.

오늘 인터뷰를 하러 오는데 누군가 그랬다. “왜 이은결이야? 최현우가 아니고?”
그런 얘기 자주 듣는다. 최현우 씨는 본인의 기회를 잡은 거다. 나도 10년 전에 기회를 잘 잡아서 잘됐었고. 현우 씨도 그때부터 계속 있었다. 없었던 사람이 아니다

선배인가 후배인가?
나이는 그가 좀 많은 걸로 안다. 나이는 많아도 얼마 차이 안 나는 후배다. 예전에 같이 많이 다녔다. 예전에는 현우 씨가 내 성향을 많이 따라왔다.

이은결이 더 잘 해서?
아니 그게 아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내 성향, 내 스타일, 내가 하는 공연, 내가 하는 마술, 그래서 쇼가 되게 비슷했다. 내가 콘서트 하고, 현우 씨가 콘서트 했을 때 너무 비슷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다르다. 현우 씨도 이제 자기 스타일대로 많이 가는 편이다.

좀 더 아기자기하달까?
그게 현우 씨가 잘 하는 분야다. 클로즈 업 마술이다. 나도 원래는 클로즈 업 마술하다가 무대 마술로 전향했다. 그렇게 전향하게 된 이유는 현우 씨가 같은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아는 형하고 차렸던 비즈매직이란 회사인데, 한 회사에 비슷한 스타일의 마술이 있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얼마 전에 소송이 끝났다. 군대에서 승소했다.

무슨 소송인가?
비즈매직과 일종의 ‘노예 계약’에 휘말려 있어서 좀 고생했다. 그 회사는 지금 없어진 상태다. 운영했던 대표이사가 얼마 전에 사기죄로 고소당해서 뉴스에 나왔다. 그냥 짧고 굵게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땐 내가 회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근데 계약이 9:1에 10년이었다. 내가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에 휘말렸다. 회사 나오면서 활동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2008년, 1년 동안 아예 아무 것도 못했다. 그럴 때 현우 씨는 첫 콘서트도 하고 그랬다. 그때 좀 틀어졌다.

그와 사이가 좋진 않겠다.
아예 연락도 안하고, 안 만나는 쪽이다. 뭐 딱히 접할 기회도 없고.

처음 듣는 얘기다.
안 좋은 얘기 알아봐야 좋은 거 없으니까. 내가 마술 바보였다. 이 분야에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있다 보니 세상을 몰랐다. 사실, 지금도 별로 알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내 무지도 인정한다. 내가 좀 욕심부리고 이기적으로 했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방송을 쉬었나?
근데 방송은…. 내가 뒤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맞추고 싶지 않다. 스트리트 마술 나왔을 때도 안 했다. 내 전문인 무대에 나서고 싶었다. 군대 갔다 오니까, 무대 마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싹 사라졌다. 보여주고 싶어도, 성격이 너무 다르니까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 중이다.

방송에서는 마술의 비밀에 관심이 많다. 2년 전 <스펀지>에서도 그렇고. 그때 비밀을 공개한 마술사는 누구인가?
그냥 후배 마술사다. 방송 전에 그 친구와 통화하면서 말했다. “하지 마라. 다 너한테 돌아온다 그거.” 그런데, 했다. 뛰어난 마술사가 정말 죽이는 마술을 계속 개발하면 소스가 많다. 그럼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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