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변한 게 있지

2011.03.03유지성

세 번째 앨범 이후 벌써 5년, 도통 뭘 하는지가 궁금해서, 바삐 공연 중인 김연우를 찾았다.

여기 귤도 있네요.
너무 건조해요 여기. 목 축이는 데 과일이 효과가 있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른데, 전 잘 맞아요. 무대 앞에 나무가 있는데 그걸 다 적셔놓고 싶다니까. 한 곡 끝나면 침이 바싹바싹 말라요. 앙코르 공연도 생각하고 있는데, 어우 여기서 또 하라면 참…. 소리도 더 뻑뻑하게 나요. 그래서 무대 위에 분무기 놔뒀어요. 설정이긴 한데, 진짜로도 좀 뿌려요.

좀 더 큰 공연장은 어땠을까요? 김형중, 변재원 씨까지 세 분이나 하는데.
원래 그랬는데, 욕심 부리지 말고 작은 데서 하자 그랬어요. 관객들이 소극장을 좋아해요. 좀 힘들더라도 쪼개서 여러 번 하자 그랬죠. 편한 걸로 치면, 큰 곳에서 두 번 빡! 하는 게 맞죠. 어우, 저거 보세요. 4일에 6회 공연이에요.

주말엔 두 번씩이나 하네요.
네. 어차피 재원이랑 형중이랑 파트 나눠서 하긴 하는데, 그래도 쉽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하니까 좀 더 효과가 좋을 것 같긴 해요. 소극장에서 해서 꽉 채워보잔 생각이었는데, 첫날부터 보조석까지 매진되고 좋아요.

오늘이 공연 마지막 날인데 특별한 일 없나요? 조규찬 씨 공연 마지막 날엔 이소라 씨가 왔었죠.
어제 잠깐 희열이 와서 깜짝 이벤트로 형중이 노래에 건반 쳐줬어요. 원래 기획했던 건 희열이 목소리만 등장시키는 거였어요. ‘토이스토리’란 시간이 있는데, 그때 ‘좋은 사람’, ‘구애’, ‘거짓말 같은 시간’, ‘스케치북’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녹음하다 보니까 너무 생각이랑 달라서 접었죠.

‘여전히 아름다운지’나 ‘내가 너의 곁에 내가 잠시 살았다는걸’이 아니라 ‘거짓말 같은 시간’을 공연 흐름상 제일 중요한 데 편성했네요. 전 ‘거짓말 같은 시간’이 당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옷 같아요. 끊임없이 휘몰아치잖아요. 그렇지만 또 누가 부를까 싶기도 해요.
‘거짓말 같은 시간’이 원래 토이 4집 타이틀곡이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녹음해놨더니 음반 발매사에서 누가 “야, 이거다, 이게 더 세다” 그래서 ‘여전히 아름다운지’가 타이틀곡이 된 거예요.

숨 찰 것 같아요. 노래가 쉴 틈이 없잖아요.
코러스 부분에서 계속 치고 또 치고 하다 보니까, 컨디션 안 좋으면 힘들어요. ‘연인’도 오리지널 키로 하면 어렵고. ‘거짓말 같은 시간’을 불러보고 너무 어려워서 당신 노랜 다 포기하기로 했어요. ‘연인’도 비플랫, 그러니까 원래 키로 부르시면 아마 뒷 소절은 못하실거예요. 너무 높은데 웃으면서 불러야 돼요. 우는 게, 쥐어짜는 게 아니니까, 어우 진짜로 죽어요.

웃으면서 부르는 게 더 힘들죠?
결혼식 축가로 ‘연인’ 부르면 정말 고역이에요. 그래서 제가 보사노바풍으로 바꾼 거예요. 한 키 낮춰서 살랑살랑~. 네다섯 곡 높은 것 쫙 하고 나서 ‘거짓말 같은 시간’ 부르려고 하면 아찔해요. 어휴, 이걸 해야 되는구나. 그래서 전 제 공연할 때 ‘거짓말 같은 시간’을 제일 앞에 인트로로 넣어서 빡! 쳐요.

강의하잖아요. 제자들에게 보컬 레퍼런스로 제안하는 곡은 뭐에요?
스타일마다 다 다른데, 알앤비를 좋아하는 친구들한텐 기본이 스티비 원더나 브라이언 맥나잇, 루더 밴드로스 정도? 발라드 쪽이면 범수 노래나 박효신 노래나 그런 종류. 모창이 아니고 자기 톤으로 음역대를 좀 낮춰서 연습시키죠. 너무 높으니까.

알앤비나 솔 마니아들이 당신의 보컬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나요? 같이 꼽는 나얼 씨나 김범수 씨는 그런 노랠 한 적이 있지만, 당신은 부른 적도 없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해본 적도 없거든요. 제자들이 많이 올리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보면, 애들이 딱 전공 선생에 김연우 이러면 “에이씨, 김연우 발라든데, 에이씨, 저 선생 나랑 안 맞을 것 같은데” 이래요. 자긴 로커다 이거죠. 그런데 소리를 내보면 자기보다 제가 더 세거든요. 그러면 바로 그냥 “교수님!”, 10년 지나도 “교수님! 잘 지내셨습니까” 이렇게 되는 거예요. 왜냐면 내가 록을 했었거든요. 알앤비는 알앤비대로 좋아했고. 그 톤이 너무 신기하잖아요. 발라드 가수 중에 알앤비 부르는 가수가 그렇게 많진 않은데….

잘 안어울리잖아요.
그렇죠. 조성모? 아니잖아요. 승훈이 형도 또 알앤비는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잡식이에요. 처음 대학 들어가서는 록, 딱 샤우팅. 스콜피언, 프레디 머큐리, 로버트 플랜트 이런 소리에 빠져서 그것만 팠어요. 목 만날 쉬고…. 그런데 한 3, 4개월 만에 6도인가 7도를 올렸어요.

그게 그렇게 돼요?
제가 쫓아가는 게 빠르거든요. 모창을 하다 보니까 음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 전엔 제 하이노트가 솔샵에서 ‘삑사리’가 났어요. ‘라’는 못 불렀죠. 지금은 한 옥타브 높은 레, 미플랫 다 편하게 내죠. 왜 쟤네는 하는데 난 안 날까 열받아가지고 하니까 되는 거예요. 되니까 재미있죠. 그런데 또 록은 찢고 열어야 되는 소린데 스티비 원더의 알앤비 창법은 안에서 감으면서 성대를 조금만 닫아서, 조여서 내는 소리니까 더 편한 거예요. “어휴 이건 더 쉽네, 더 재미있네” 그랬죠. 그런데 역시 고음에선 록 창법이 남아 있어서 소리 잡아내는 게 세다 보니까 발라드 가수들보단 소리가 좀 큰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 가수들은 왜 그렇게 목소리를 바꿔 낼까요? 자기 목소리로 안 부르고.
기획사에서 그렇게 주문을 해요. 넌 박효신처럼 불러라, 약간 허스키하게 뭐 이렇게. SG 워너비 이석훈, 그 친구는 동아방송대에서 1등 하던 친구예요. 전공실기 노래 정말 잘했어요. 유리상자 이세준 있죠? 그런 느낌이었어요. 미성인데, 파워도 있었는데 어느 기획사 들어가서 톤을 알앤비로 바꾸려고 하면서 자기 소리를 잃어버렸죠.

요즘엔 미성이 진짜 귀한데요.
그러니까요. 당시에 제가 석훈이에게 그랬어요. 넌 지금 스타일로 계속 연습해서 대중성으로 가라. 너 소리 좋으니까. 전공실기 올 A플러스 줬죠. 그런데 한 2년 있다가 “교수님, 제 노래 한번 들어봐 주세요” 그러더라고요. 제가 두 시간 동안 욕을 했어요. 근데 다행히 지금 다시 돌아오고 있잖아요, 조금씩 조금씩. 그래도 예전이 한 열 배는 더 잘했어요.

당신은 안 변했어요? 학교 다닐 때랑 비교해보면.
저는 오히려 힘이 좀 빠졌죠. 왜냐면 록 했던 놈이니까. 그런 부분을 빼면서 편안한 발성으로 바뀌었어요. 제 팬들은 알아요. “아, 얘 노래 좀 는 거 봐라?” 이래요. ‘여전히 아름다운지’랑 ‘연인’ 비교하면서. “발성 봐봐, 이제 물이 올랐네” 이러는 팬들도 있어요. 들으면 알죠. 갈수록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어렵긴 어려워요. 노래가.

2집 부클릿에 “언제쯤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쓰셨죠.
그건 항상 숙제예요. 나이 들었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 사람이 얼마나 그 음악에 좀 더 빠져 있느냐, 감성과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달렸어요. 공연하다가도 너무 잘돼서 놀랄 때가 있어요. 관객들 분위기도 좋고 내 호흡도 좋고 그럴 땐 노래하면서 서로 오가는 게 있어요. 반대로 어느 때는 저도 몰입을 못하고 관객들도 몰입을 못하고 그러니까 노래가 떠 있어요. 그러면 굉장히 찝찝해요.

곡을 직접 쓰는 것도 자기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유재하 가요제 금상도 받았는데, 곡은 참 안 썼어요.
좋긴 한데,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아요. 저를 잘 아는 작곡가들이 나와 맞는 곡을 써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능력이 유희열 이상, 아니면 박근태나 방시혁 이상 된다면 제가 다 하는 게 맞는데, 그게 아닌 이상 많은 작곡가들하고 작업해서 더 좋은 곡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노래를 어떤 장르성 안에 가둔다면, 최소한 그 틀 안에선 제일 명망 있는 작곡가들과 작업을 했어요. 유희열, 조규만, 윤종신, 황성제. 그래도 역시 당신에게는 유희열일까요?
음…. ‘역시 유희열’이란 생각은 없어요. 희열이랑은 토이에서 서로 잘 맞았던 거지, 개인 김연우와의 색깔은 글쎄요…. 많은 작곡가와 작업을 안 해봤지만, 그래도 저를 제일 잘 아는 게 유희열이기 때문에 희열이가 많이 써줬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작곡가들과 작업할 여지도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게 아쉽죠. 지금도 많이 만나진 못해요. 요즘엔 제가 들이밀어요. 김연우 앨범 만드는데, 곡 좀 달라고.

그렇게 말했을 때, 반응은 어때요?
토이 색깔로 써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한대요. 윤일상 씨도 ‘축가’ 주면서 다섯 번인가를 지우고 엎었다고 하더라고요.

토이처럼 써야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가, 결국 버리고 그 곡을 준 거군요.
그렇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거예요. 이상하게 김연우가 곡을 고른다 그러면 고민을 되게 많이 한대요. 확실히 토이 색깔이 많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 뭐 토이의 이별 노래든 다른 발라드든 구애받지 않아요. 작곡가들이 먼저 선을 긋는 거죠.

재미있는 게, 유희열 씨야말로 당신 앨범에선 토이 노래랑 좀 다른 노래들을 줬다는 거에요. 제일 ‘다이내믹’하고, 편곡도 꽉 찬 그런 노래들만 부르게 하더니, 당신 앨범엔 제일 잔잔한 노래를 써줬어요. 앨범 콘셉트에 맞춘 거죠.
글쎄요. ‘다이내믹’한 건 되레 정지찬 씨가 쓰고 그랬죠. ‘이미 넌 고마운 사람’같은 곡. 희열이가 타이틀곡을 쓰겠다는 욕심이 없었어요. 황성제 씨가 쓴 ‘연인’을 약간 손보고 가사를 붙이긴 했지만, 곡에 대해선 욕심을 버렸다 그러더라고요. 타이틀 못 쓸 거라는 감이 있었겠죠. 그래서 나머지 앨범 콘셉트를 짜면서, ‘재회’부터 잔잔하게 얘깃거리를 만들어갔던 거예요.

유희열 씨의 초반부 곡들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재회’라든가, ‘우리 다시 만난 날’ 같은 것들.
희열이가 노리던 콘셉트랑 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에디터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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