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홍진경

알고 보면 홍진경은 한 글자를 좋아한다. 옷, 술, 딸, 벗, 돈, 찬, 장.

다짜고짜 인터뷰하자고 해서 놀랐죠? 네. 갑자기 절 왜 인터뷰하는 거예요? 저 음반 냈을 때도 인터뷰하잔 얘기 없었잖아요. <지큐>에서 제 육아에 관심 있을 리도 없고.

그냥 평소에 만나보고 싶었어요. 나를요? 왜요?

옷 잘 입고, 재미있는 사람 좋아해요. 최근에 당신 스타일이 좋아졌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와, 진짜 기분 좋다. 너무 고마워요.

일단 차 좀 드세요. 커피 마셔요? 음… 그래, 이제 좀 마셔야겠다. 얼마 만에 마시는 커피인지 모르겠어요.

맞다. 애기 낳은 지 얼마 안 됐죠? 사실 섭외할 때, 부기 덜 빠져서 인터뷰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근데 예전 그대로네요. 딸 낳은 지 두 달 됐어요. 임신했을 때 죄책감 없이 막 먹었더니, 엄청 살쪘었거든요. 근데 악착같이 뺐어요. 12킬로그램 뺐는데, 아직 좀 남았어요.

운동했어요? 원래 운동은 잘 안 해요. 산후조리원에 간 게 도움이 많이 됐죠. 처음엔 그런 데를 왜 가나 했는데 안 갔으면 너무 고생했을 거예요. 식사량을 조절해줬어요. 기자님도 나중에 애기 낳으면 꼭 가세요. 정말이에요.

원래 양이 작았어요? 저녁은 잘 안 먹고, 술을 좋아했죠. 근데 애기 낳고는 모유수유 때문에 저녁을 꼭 먹어요.

그럼 술 안 마셔요? 어떻게 참아요? 술처럼 맛있는 걸 어떻게 끊어요. 전 술 마실 땐 안주도 안 먹어요. 술이 제일 맛있으니까 다른 걸 못 먹겠더라고요. 어제도 먹었어요. 애기 낳고 두 번째 마신 거예요. 첫 번째 마실 땐 누구와 어떻게 마시느냐를 굉장히 고심했어요.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마침 선희 언니 생일이라 원 없이 마셨죠.

모유수유는 어쩌고요? 술 마시면 이틀은 모유수유 안 하는 규칙을 세웠어요. 미리 얼려놓은 모유를 주는 거죠. 그래도 예전만큼 마음이 편하진 않아요. 애기한테 미안해요. 오늘도 하루 종일 반성했어요. ‘애기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면서요.

애기는 누굴 닮았어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근데 확실히 다리는 길어요. 여자는 몸이 중요하잖아요. 얼굴 성형이야 많이 하지만, 몸은 타고나는 거죠. 그래도 나만큼 장신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만날 수 있는 남자가 너무 한정적이에요.

방송 활동은 언제부터 해요? 당분간 안 할 거예요. 벌써부터 이런저런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애기가 너무 예뻐서 빨리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 닿는 데까지 애기를 낳고 싶거든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가져야죠.

그럼 김치 사업은요? 사업은 계속해야죠. 방송하다 임신하고, 하차하고, 복귀하고. 그거 민폐잖아요. 사업은 임신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요.

홍진경 근황을 좀 찾아보려고 트위터를 뒤졌어요. 요즘엔 트위터 때문에 무인도에 있는 사람도 찾아내는 세상이잖아요. 근데 김치랑 만두랑 방송 복귀 얘기 말고는 전혀 없었어요. 집에만 있었나 봐요. 네. 임신했을 때도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근데 트위터로 날 어떻게 찾아요? 나 트위터 안 하는데.

저도 안 해요. 후배가 알려줬는데, 다 방법이 있더라고요. 무슨 말이에요? 난 이런 말 못 알아듣겠어. 하여튼 트위터가 확 땡기진 않아요. 가끔 트위터로 사고치는 사람들 보면 ‘읎어’ 보여.

친구가 참 많아요. 부류도 다양하고요. 만나는 부류에 따라 얘기하는 거, 노는 거, 다 다르죠? 일단 좋은 취향을 갖고 태어난 거에 대해 부모님께 감사하게 생각해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친구 많은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전 옷장에 버릴 게 없어요. 모두 다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제 주변에 매력 없는 사람이 없어요. 다 재밌고, 다 달라요. 선희 언니, 영자 언니 무리는 만나면 항상 재밌어요. 음주가무를 좋아해서 항상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고, 그러면서 놀아요. 정신, 사이다, 나난 무리를 만나면 항상 흥분돼요. 워낙 창의적인 친구들이라, 만날 때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일을 꾸미죠. 종교 얘기도 많이 해요. 다들 굉장히 독실하거든요. 그래서 술은 안 먹죠. 별로 즐기는 자리는 아녜요. 정재형, 김동률, 이적, 정원영은 술 마시고, 주로 음악 얘기를 많이 하죠. 배우는 것도 많고요. 정재형한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데, 틀리면 자로 막 때려요. 한번은 작곡 배울 땐데, 공들여 쓴 악보를 펜으로 찍 그어버려서, 한 달을 안 봤어요. 우연히 김동률을 만나서 분풀이를 했더니 ‘내것도 그랬어’ 그러더라고요. 일관성 하나는 확실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풀렸죠.

정재형 씨랑 많이 친한가 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봤으니까요. 참, 이 얘기 좀 꼭 써주세요. 우린 서로 집에 가면 옷방 문 잠그기 바빠요. 너무 많이 훔쳐가서 정재형 오는 게 너무 두려워. 차고 있는 시계도 막 풀어 간다니까요. 근데, 이런 건 있어요. 난 남의 물건 중에서 별로 탐나는 게 없는데, 정재형 것 중엔 갖고 싶은 게 좀 있죠. 그런 면에서 취향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주변에 모델 친구도 많은데, 모델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내 외모에 모델은 정말 억지였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내가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은 지난 과거에는 없었어요. 더 나이 들어서 멋진 수트를 입고 무대를 걸어보고 싶긴 해요.

쇼핑 좋아하잖아요. 쇼핑 친구는 없어요? 주변에 자극을 주는 사람, 없어요? 그게 좀 서글퍼요. ‘완전 내 스타일이야’ 하는 사람이 딱히 없어요. 사람보다는 그냥 일본이 좋아요. 패션, 음악, 디자인, 음식. 내가 원하는 모든 걸 만족시키는 장소이자 오브제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레이 카와쿠보가 있네요. 오늘 입은 것도 꼼데가르송이 많아요.

레이 카와쿠보를 좋아하는 것 치곤 스타일이 ‘베이식’ 하네요. 맞아요. 그런 건 눈으로만 즐기고, 결국엔 베이식을 고르는 거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감’과 ‘촉’이 좋아요. 타고났죠. 입어보지 않아도 딱 알 수 있어요. 감사한 일이에요.

그렇게 감이 좋은데 패션계 일을 해볼 생각은 없어요? 전 패션을 즐기는 게 좋아요. 다른 걸로 돈을 벌어서, 남이 만들어놓은 걸 사는 거죠. 사실, 하면 ‘죽여주게’ 할 자신은 있어요. 근데 내가 너무 피곤해. 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치밀하게 할지 아니까, 그게 너무 싫어요. 해보고 싶은 건 있어요. 할리우드 스타들 스타일링인데, 돈이나 명예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존 쿠삭 같은 사람 해보고 싶어요. 한류 연예인만 국위선양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 것도 잘하면 너무 멋있지. 근데 뭐, 할 수 있겠어요? 난 영어도 잘 못하고.

못할 건 또 뭐예요? 그런가? 막연하지만, 하면 너무 좋겠다. 시작 단계로 스타일링 책 같은 것도 내보고 싶어요. 주변의 스타일 좋은 사람들 섭외해서 같이 상의하고 촬영도 하고. 재밌을 것 같아요.

바이어 같은 건 어때요? 어쨌든 원하는 걸 ‘바잉’하는 거잖아요. 이왕 하는 거 처음부터 내가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김치사업 하잖아요.

‘홍진경’ 하면 친구, 쇼핑, 노는 거 좋아할 거 같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김치사업 한다고 해서 좀 놀랬어요. 사업은 해보고 싶었는데 뻔한 아이템은 싫었어요. 속옷 같은 거 말예요. 김치는 절대 충동적으로 고른 게 아녜요. 내가 재미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예요. 예전에, 독일의 한 미싱 회사가 있었는데, 여기서 만든 미싱이 정말 좋았대요. 너무 좋으니까 사람들이 하나 사면 평생을 썼던 거예요. 그래서 망했대요. 김치는 정말 맛있어도, 먹으면 없어지니까 또 살 수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한 번 맛들면 쉽게 못 바꾸는 게 김치고.

사람들은 성공한 연예인 사업가로 배용준 씨랑 홍진경 씨를 꼽아요. 사업에 소질 있나 봐요. 재밌어요. 워낙에 창의적인 성격이라, 남이 쓴 대본대로 움직이는 연예인이나, 남이 만든 옷만 입고 워킹하는 모델이 성에 안 찼어요. 근데 이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머리에서 나온 거예요. 물론 엄마의 확실한 레시피가 있었지만, 패키지, 서체, 심지어 유니폼 디자인까지. 완전 내 새끼죠. 너무 신나고 재밌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어요. 살면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빠져본 건 처음이었어요.

김치 말고도 뭐가 많던데요? 만두, 된장, 찬, 죽도 있어요. 만두는 군납도 해요. 요즘엔 된장에 푹 빠졌어요. 대부분의 파는 된장은 보통 스팀에 찌는데, 우리 된장은 완전 재래 된장이에요. 장작불로 콩을 삶아서 정말 메주를 띄워요. 항아리에서 2년간 숙성시켜 완성하는 된장이죠. 할머니가 강원도 산골에서 보내준 그런 된장 맛이라니까요.

지금 너무 신난 거 알아요? 그래 보여요?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서 그래요. 된장이나 김치, 이런 게 촌스럽거나 그런 거 아니잖아요. 젊은이가 그런 거 하는 거, 난 정말 ‘스타일리시’한 거 같아. 그런 젊은이가 몇 명이나 있겠어요?

사업가 홍진경은 어떤 사람이에요? 상상이 잘 안 돼요. 제가 계속 ‘감’이 좋다고 하지만, 사업할 땐 이성이 먼저예요. 완전 장사꾼으로 변하는데, 난 참 그런 거 잘하는 거 같아.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정말 탁월해요. 어머, 어쩜 좋아. 난 진짜 타고났어.

지금은 가업에 동참했지만, 남동생도 패션 에디터였죠? 남들은 내가 꼬드겼다고 생각하는데, 난 정말 말렸어요. 에디터, 너무 매력 있잖아요. 글 쓰고, 사람 만나고, 좋은 거 많이 보고. 걔 지금 홍천에서 장 담그고 있어요.

누나가 보기에, 잘해요? 난 주로 회사의 큰 부문에만 관여해요. 회사 이름이 홍진경이라 내가 잘살고 멋있어야 회사에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 외의 건 다 남동생이 하는데, 지금 걔 없으면 회사 난리나요.

더 김치, 저도 먹어봤는데,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양이 좀 많아요. 1킬로그램만 돼도 좋겠어요. 우리 김치는 큰 통에 잘 숙성시켜 먹어야 제일 맛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익기 전에 보내요. 1킬로그램, 500그램이 무슨 맛이 있겠어요.그런 거 팔면 장사는 더 잘되겠죠. 그치만 맛이 제일 중요하니까, 우리는 안 해요.

그래서 그랬구나. 처음에 받았는데, 안 익은 채로 와서 좀 당황했어요. 냉장고에만 넣어놓으니까 며칠 뒤에 물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거의 다 먹을 때 되니까, 그제야 맛이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어요. 왜 맛도 안 든 생김치를 보내냐, 성의 없는 거 아니냐. 그럴 때마다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어요. 김치는 발효식품이니까 잘 익혀 먹으라고.

또 다른 거 만들 거예요? 아이템은 계속 늘릴 생각이에요. 종합 식품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예요. 해외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요. 식품 말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요.

다른 거 뭐요? 예를 들면, 주식회사 홍진경에서 책을 내거나, 자전거를 팔거나 뭐 그런 거요.

참, 부지런해요. 잠시도 가만 있질 않죠? 실천이 너무 빨라서 문제예요. 난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가끔 너무 많이 벌려서 가벼워 보인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내가한 것들이 퀄리티가 떨어진다곤 생각 안 해요. 욕 먹을 정도는 아니죠. 그래도 너무 힘들게 고생하고 노력했는데, 별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땐 섭섭하죠. 뜨지도 못했고.

참, 24일에 뭐 하세요? <지큐> 10주년 파티하는데 꼭 오세요. 그래요? 재밌겠다. 가서 술 마시고 놀아야지. 그날 뭐 입고 가지? 친구랑 같이 가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