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서

날쌔고 날씬한 말 한 마리가 새로 들어왔다고 해서 경마장으로 출발했다.



삼성의 시리즈 9(센스 NT900X3A-A51)은 출시 전부터 맥북 에어 대항마라고 불렸다. 언론에서 그렇게 불렀고, 삼성도 대항마를 자처했다.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기기 자체 성능은 우리가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기기 자체 성능이 어떻든 시리즈 9이 맥북 에어 대항마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둘은 전혀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이건 삼성 라이온스가 우리는 SK 와이번스가 아니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대항마라고 말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맥북 에어는 대만의 라미고 몽키스가 더 어울리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작년 삼성의 국내 노트북 점유율은 무려 50퍼센트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시리즈 9의 출고가는 2백49만원이다. 비슷한 급의 맥북 에어 가격은 1백69만원이다. 몸값이 훨씬 더 비싼 대항마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애플이 해외에서 1천 달러 이상의 고가 노트북 시장을 꽉 잡고 있다는 걸 신경 썼다 해도 어색한 건 매한가지다. 해외의 대학생이나 ‘쿨’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사양이 좋고 두께가 얇아서 맥북 에어를 쓰는 게 아니란 건 직접 해외에 나가보지 않아도 안다. 전체 시장으로 가면 더 이상하다. 작년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HP, 델, 에이서, 레노버, 도시바 순이었다. 갤럭시 S나 갤럭시 탭처럼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제품들과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당연히 애플의 대항마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다르다. 일례로 2009년에 나온 델의 아다모는 맥북 에어보다 얇았고 그래서 맥북 에어와 비교되었지만 얼마 전 소리 소문 없이 단종됐다.

시리즈 9은 가격만 빼면 다른 제품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잘 만든 노트북이다. 알루미늄보다 단단하고 가벼운 듀랄루민으로 외부를 감쌌고, 인텔 코어i5 2637M CPU(1.4GHz)를 탑재했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삼성의 SSD(용량은 128GB)를 사용했다. 램도 4기가바이트로 부족함이 없다. 부팅속도는 15초 수준으로 날렵하다. 원도7 체험지수는 CPU 6.3, 메모리 5.9, 그래픽 4.7, 게임 그래픽 5.9, 주 하드디스크 7.5점이다. 샌디브릿지 플랫폼의 내장 그래픽 성능이 쓸만하지만 다른 점수를 감안하면 <스타크래프트 2>는 중간 단계의 옵션에서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 13.3인치의 화면에 측면 두께는 1.6센티미터, 무게는 1.31킬로그램이다. USB 3.0단자 1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과(USB 2.0도 1개) 키보드의 백라이트 기능은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최대 6시간 전후로 사용 가능한 배터리는 내장형이라 교체할 수 없다는 건 단점이다. 결론은, 가격을 제외하면 추천할만한 제품이다. 그런데 3월 14일 현재, 최저가를 검색하면 2백7만원대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더 비싼 대항마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삼성은 적극적으로 ‘시리즈9은 맥북 에어의 대항마가 아니다’란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일단 온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

RATING ★★★★☆ 맥북 에어 대항마라기 보다 윈도 노트북 계열의 고가 종마.
FOR 가볍고 성능 좋은 노트북 좀 추천해줄래? 가격은 비싸도 돼.
AGAINST 당연히 최근에 나온 고성능 게임도 할 거야. 가격이 얼만데 그런걸 물어.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