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빅뱅의 남자들 – 탑과의 인터뷰

2011.04.06정우영

“저는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게 좋아요. 제가 지금 스물다섯 살인데, 서른 살에는 그런소리 못 들을 거 아니에요.”

재킷과 바지 돌체&가바나.

‘수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란 수식, 남자로서 어떤 수식보다 뿌듯하죠? 그냥 많이 입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하하. 좋아하고 즐겨 입어요. 다섯, 여섯 살 사진을 봐도 색깔별로 수트를 입고 있어요. 어렸을 때 만날 수트 사달라고 졸랐다고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계속해서 몸을 수트에 맞출 거예요.

수트를 몸에 맞추는 방법도 있는데. 심하게는 아니고, 어느 정도 계산해서 운동해요. 식이요법도 하고. 팔이 너무 두껍거나, 가슴 근육이 어느 정도 없으면, 몸 전체의 반듯한 균형이 잘 살아나지 않거든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예전에는 독특한 옷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클래식을 지켜나가는 게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재밌다고 생각해요. 내 또래에 그런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짜릿한 것도 있고요.

충분히 잘생기고 멋있으면서, 예전에는 그것에 대해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멋있다는 사실을 즐기고, 무엇보다 당당해진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란 게 굉장히 버거웠어요. 데뷔하고 스트레스가 컸죠.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게 되는 것도 두려웠고요. 이제는 많은 걸 포기하고 버린 것 같아요.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특별한 남자로, 좋은 모습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나를 너무 많이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하는 것, 많이 봤어요. 성격상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식 밖의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늘 도덕적인 기대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자유롭고 싶고, 언제나 새로워 보이고 싶어요. 국민 남동생 같은 거 원치 않아요. 착한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좀 회피하는 편이죠.

그래서 늘 ‘최승현’이 아니라 ‘탑’이란 캐릭터를 강조하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어릴 때 겪는 반항기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예를 들어 연애라고 치면, 남자친구가 너무 다 보여주면 금방 싫증나기 마련 아닌가요? 나에 대해 싫증을 느낄 틈이 없게 만들고 싶어요.

탑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할, 빅뱅의 다른 멤버들이 기대하는 역할은 ‘남자다운’ 뭔가 인 듯해요. 생각보다 되게 남자답지 못해요. 실제로 알고 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게 섬세한 면이나, 장난기 어린 면이에요. 진정한 마초는 아닌 것 같아요. 하하. 하지만 그걸 갈구하지 않아요. 랩 색깔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여성적인 면도 남성적인 면도 있어요. 그 사이를 늘 왔다 갔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그래요.

어른스럽다는 표현은 어때요? 아니, 싫어요. 이제는.

그런 얘기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워낙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근데 또 그런 이미지 생기면 나중에 철없는 행동은 못할 것 아니에요. 좀 더 어리고 짓궂게 살고 싶어요.

빅뱅 안에서는 최고 연장자지만, 사실 사회적인 의미의 나이는 어리죠. 그 사이에서 어떤 괴리가 없나요? 어른들에게도, 팀 내에서도, 건방 떠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예의를 지켜야 하는 장소와 격이 없는 장소, 그걸 구분할 줄 알아야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는 딱히 내가 빅뱅이고 연예인이고, 이런 생각도 없죠.

연장자가 아랫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눈높이를 맞추거나, 눈을 감아 버리거나. 맏형 탑은 동생들에게 어때요? 늘 눈높이를 맞추려고 해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있고, 다들 어른이 되어가고 있죠. 남자는 형으로 인정받는 게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 같아요. 내가 형 대접 받으려 할수록 동생들이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 너무 잘 알아요.

다른 멤버들이 탑보다 좀 어린애 같다고 느껴본 적은 없나요? 아마 내가 더 어리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하. 성향이 워낙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서로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한 번도 다툼 없이, 존중하면서 해가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탑은 항상 지지 않기 위해 뭔가를 비웃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이 있어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돼요. 계산적인 어떤 거라면 누가 봐도 가짜라는 티가 나지 않을까요? 그냥 저의 감성이고, 색깔 같아요.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홍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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