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켤레의 구두, 페니로퍼

이 계절에 구두 한 켤레를 산다면, 그건 반드시 페니 로퍼여야 한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백65만원, 에드워드 그린 by 란스미어. 1백99만원, 존 롭. 29만5천원, 브룩스 브라더스. 1백16만8천원, 알든 by 유니페어. 63만6천원, 아. 테스토니. 61만5천원, 살바토레 페라가모. 가격 미정, 김서룡 옴므. 23만9천원, 유니페어.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백65만원, 에드워드 그린 by 란스미어. 1백99만원, 존 롭. 29만5천원, 브룩스 브라더스. 1백16만8천원, 알든 by 유니페어. 63만6천원, 아. 테스토니. 61만5천원, 살바토레 페라가모. 가격 미정, 김서룡 옴므. 23만9천원, 유니페어.

 

 

페니 로퍼는 주의를 끌지 않는 신발이다. 첫인상이 단조롭고 어딘지 느슨한데, 그렇다고 평범하거나 밉진 않다. 조금만 손을 대면 당장 아름다워질 게 분명한 ‘도사리고 있는 듯한’ 용모지만 술을 달거나 다른 색을 더하는 식으로 수선을 떨면 특유의 수수한 매력을 잃는다. 한때 남자 구두의 전부는 옥스퍼드나 더비, 벅스인 듯 보였다. 간혹 엄격하고 꼼꼼한 구두 사이에 줄도 끈도 없는 게으름뱅이 로퍼가 나타나곤 했지만, 매번 애들이나 신는 학생화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운명은 돌고 도는 것. 구두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요즘은 파리와 피렌체, 뉴욕과 서울 가릴 것 없이 남자 두셋이 모인 테이블에선 페니 로퍼가 논쟁의 중심이다. 양말 또는 맨발 중의 선택, 팬츠 밑단을 얼마나 짧게 할지에 대한 숙고, 전통의 코도반과 실속의 소가죽 사이의 간극, 참, 알든과 콜한, G.H 바스의 명분에 대한 토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결론은 어쨌든 페니 로퍼다. 발등에 일자 밴드 장식이 있고 가운데를 모양 내서 뚫은 슬릿(갈매기 모양, 반달 모양, 삼각형 등으로 다양하다)이 있는 로퍼는 우선은 모두 페니 로퍼다. 하지만 ‘오리지널’에 대한 기준은 분명하다. 검정보다는 갈색, 담담한 광택이 있는 코도반, 발등의 촘촘한 스티치, 둥글고 약간 짧아 보이는 앞코. 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 역시 페니 로퍼의 표상은 알든이다. 유니페어와 브룩스 브라더스도 기본에 충실하므로 경제적 차원에서 현명한 대안이다. 또한 대형 마트에서 G.H. 바스의 페니 로퍼를 불현듯 팔기도 하니 캔맥주와 섬유 유연제 박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페니 로퍼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포기하지 마시길. 뭘 사건 발에 딱 맞는 치수를 고르고, 코가 짧아 발이 작아 보일 수 있으니까 발등이 많이 보이도록 팬츠는 짧게 입는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제발 슬릿에 10원짜리 동전을 끼우지 않길 부탁한다. 페니 로퍼가 처음 나왔을 땐 구두 가게에서 손님에게 행운을 선물한다는 기분으로 1페니를 끼워 팔았다. 일종의 즐거운 이벤트일 뿐, 그게 클래식의 정석은 아니다. 슬릿에 동전을 가까스로 끼울 여유가 있으면, 그 시간에 구두나 한번 더 닦으라고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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