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운동’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

모든 운동화를 ‘운동’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

신발장의 쟁쟁한 러닝화들을 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축 늘어진 사자가 떠오른다. 이걸 신고 한 번도 신나게 달린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조련 당하는 돌고래만큼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루나론’이니, ‘애브조브’니 하는 최첨단 기술을 간직하고도, 하는 일이라곤 한석봉의 짚신과 다를 게 없으니까. 그래서 당분간 러닝화는 러닝 레깅스와 함께 한강에서만 신을 거라고 결심했다.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를 위해 태어난 운동화들로 메운다. 클레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성 초이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함께 신을 수 있는, 모두의 옷차림에 어울리는 단정하고 담백한 운동화를 디자인한다. 그의 머릿속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호숫가를 달리는 장면보단, 함께 앞마당에서 몽골리안 바비큐를 구워 먹는 장면이 있다. 누구는 스테파노 필라티 때문에, 다른 누구는 현빈 때문에, 고기능 러닝화를 일상화로 삼는다. 하지만 셔츠와 팬츠를 단출하게 입는 봄에는 누굴 따라하는 것보다 산뜻한 기분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러닝화를 버릴 필요는 없다. 기분 낼 만큼 낸 후에는 한바탕 뛰러 갈 테니까.

1 15만8천원, WESC.
2 5만원대, 수페르가.
3 17만8천원, 고메 by 플랫폼.
4 16만9천원, 클레이.
5 10만8천원, 제네릭 서플러스 by 므스크 샵.
6 5만원대, 수페르가.
7 49만원, 커먼 프로젝트 by 블리커.
8 5만9천원, 빅토리아.
9 6만9천원, 빅토리아.
10 29만8천원, 베이프.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