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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 3

2011.04.15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소니 핸디캠 HDR-PJ40V

과거 니콘은 프로젝터가 내장된 디지털 카메라를, 삼성은 프로젝터가 내장된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이번엔 소니가 캠코더에 프로젝터를 넣었다. 예전에 두 제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와! 신기하다”란 말을 했다. 이쯤 되면 음모론도 가능하다. 각 회사가 누가 먼저 프로젝터 내장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를 놓고 큰 금액의 내기를 했다. 혹은 돌아가며 벌칙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프로젝터가 달려서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달 게 한두 갠가? 제품 구석에 작은 보석함이라고 왜 못 달겠나? 그리고 그놈의 ‘포인트 벽지’로 도배한 집에 사는 사람은 스크린이라도 따로 사란 얘긴가? 답은 없지만 제품은 또 나왔다. 어쨌든 PJ40V는 소니의 최신 캠코더고, 그런 만큼 기본 성능은 뛰어나다. 출시가는 1백만원대 초반, 그렇다면 소니의 간판 모델 CX550과 비슷한 수준이다. CX550과 비교하면 이미지센서가 작고 뷰파인더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성능이 낮은 대신 프로젝터가 들어가 있는 건 아니다.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1920X1080 해상도를 지원하고 초당 60프레임과 24프레임 촬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CX550보다 더 나은 부분이다. 둘은 다른 라인업의 제품이지만, 적어도 PJ40V가 그저 콘셉트 제품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640X320의 해상도에다 10루멘 밝기의 프로젝터 성능은 쓸 만하다. 오히려 캠코더는 결과물을 보는 과정 자체가 은근히 귀찮다는 점에서 프로젝터가 있어 편리할 때가 많다. 특히 여러 동영상을 캠코더가 알아서 편집해 BGM과 함께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기능이 힘을 더한다. 여행 시 밤마다 그날 찍은 것들을 간단하게 보고 잘 수 있고, 회사 운동회나 야유회 뒤풀이에서 ‘절묘하게’ 편집된 영상을 벽에다 바로 쏴서 ‘뒤풀이계’에 작은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쓰기에 따라 사랑도 얻고, 고과점수도 더 받을 수 있는 제품이란 얘기다. 자, 다음엔 또 어떤 프로젝터 내장 제품이 나올까? 아무래도 노트북 차례가 아닐까? 내기할까?

RATING ★★★★☆
FOR 장기 여행자, 사내 행사 담당자, 흰 벽지를 바른 방 거주자.
AGAINST 야근 종결자.

아이오매니아 타입나우 솔리드

물건에 대해 “좋아요?”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좋아요?”란 질문은 사용 가치인 척 하면서 실은 교환 가치에 대해 묻는다. 비싸면 대체로 좋을 뿐만 아니라 더 아름답다.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 묻는다. 교환 가치에 대해 듣고 싶은 것이다. ‘얼마만큼’에 괄호를 치고서. 타입나우 솔리드는, 괄호를 치우고, “얼마만큼”이란 구절도 삭제하고, “좋아요?”란 물음에 주저 없이 내밀 제품이다. 키보드 마니아들에게는 벌써 이름깨나 유명한, 입출력 기기 전문 업체 아이오매니아에서 처음으로 키보드 제작을 시도했다. 풀 알루미늄, 1.9킬로그램에 달하는 몸체의 첫 인상은 묵직하되, 다소 낯설다. 달리 말해서, 얼핏 보기에는 키 캡만 세 가지 색으로 갈아 끼웠을 뿐, 아무런 특징 없는(심지어 브랜드명조차 상판에 새겨 넣지 않은) 제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가 키보드 아니랄까 봐, 손을 가져갈 때 비로소 비밀을 털어놓는다. 단단한 외관은 알루미늄 자체에 산화피막을 형성하는, 그래서 웬만한 충격에는 흠도 안 가는 하드 아노다이징 처리 덕분이다. 빈틈없이 맞물려 있는 완벽한 안정감은 고가의 AV영역에서도 케이스 전체를 제작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컴퓨터 수치제어(CNC) 방식의 가공 때문이다. 체리사의 클릭 방식, 청색축 스위치에서 나오는 경쾌한 키감까지 경험하고 나면, 앞으로 쭉 이 키보드만 쓰고 싶다는 생각은 확고해진다. 가격은 확고하게 45만원대. 국내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한글은 인쇄조차 하지 않았다. 숫자 키패드가 없음을 뜻하는 ‘텐키레스’ 모델로 나온 것 역시 ‘키보드 좀 아는 사람들’의 선호도를 반영하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결과다. ‘핸드메이드’를 제외하면 비교 대상을 찾을 수도 없다. ‘교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무모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다만, ‘캡스 록’과 ‘스크롤 록’버튼에 파란색 불빛이 들어오는데, 피시방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있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별 반 개를 깎는다.

RATING ★★★★☆
FOR ‘더 베스트.’
AGAINST ‘더 베스트.’ Vs. ‘더 베스트.’

    에디터
    정우영,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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