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곡이 사라지긴 했는데

2011.05.17유지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음악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신곡은 힘을 못 쓴다. 이런 상황에서, 서바이벌과 신곡에 얽힌 4명의 이해관계자가 각기 다른 입장을 밝혔다.

진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방송이다.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최종 결정을 소비자가 하고 있 다. 그리고 이런 방송의 흐름은 실제 음반이나 음 원 소비와 더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당분간은 방송 과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는 흐름의 프로그램이 유행할 것으로 본다. 음반 제작자들이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프로그램의 음원 공급에 반발한 것은 그 음원이 신곡을 죽이기 때 문이라기보다, 수익 분배 문제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 음 원을 판매하는 데 도매상이 하나 더 낀 거니까. 사실상 수익 분배를 제외하고 보면, 제작사에게 유리한 점도 꽤 있다. 새로운 뮤지션 수급

이 가능한데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성 가수 재기의 발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음원 회사의 입장을 얘기하면, 일단 음원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음원 공급은 다 똑같이 받고 있지만, 유통 의 경우 <나는 가수다>는 로엔 엔터테인먼트(멜론), <위대 한 탄생>은 벅스, <슈퍼스타 K>는 우리(엠넷)가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실제적 수익 은 물론 주도권이란 측면에서 약점이 생길 수 있다.

음원 공급의 측면만 놓고 보면 좀 더 단순하다. 나쁠 이 유가 전혀 없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음원을 판매하는 입장에선 고객과의 접점이 늘어난다. 팬덤 을 넘어 일반 대중의 참여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주말 가요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음원 판매엔 거의 영향이 없었다. 지금은 방송이 끝날 때마다 반향이 굉장하다. 옛날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80년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이 가 장 호황이던 시절의 노래를 부르고, 그 때 음악을 듣던 사람 들의 감수성을 건드리고 있다. 이제껏 10대와 20대 위주였던 음원시장에 30~40대가 유입됐다. 30~40대는 구매력이 높고, 앨범을 통째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활약에 힘 입어 아이돌의 신곡 음원을 비롯해 기존에 팔리던 양은 꾸준히 팔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계층에 의해 새로운 음원이 더 많이 팔리게 된 것이다. 이동헌(CJ E&M 음악유통팀장)

혹 자는 지금 상황을 놓고 아이돌 전성시대가 가고 뮤지션 중심의 시장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라 말 한다. 동의할 수 없다. 지금 같은 현상은 가요계가 더욱더 예능에 종속화 되는 것에 가깝다고 본다. 시대를 이 끄는, 당대의 보컬리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500명의 심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일 아닌가?

현재 음악시장은 굉장히 열악하다. 음원의 경우, 1천원을 벌면 제작자가 3백원을 가진다. 정규 앨범으로는 먹고 살수가 없으니까, 뮤지션과 제작자들이 제 발로 불에 뛰어든 셈이다. 그런데 이 유행이 지나고 나면 더 곤란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단순히 <나는 가수다>에 나가면 인기가 오르니 나가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안 그래도 일방적이던 힘의 균형이 한 쪽으로 완전히 쏠릴 가능성도 있다.

신곡이 사라지고, 음원수입이 타격받는 건 그 다음 얘기라고 본다. 지금 제작자들은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지난 5년간 아이돌을 제외하고 새롭게 등장한 뮤지션은 거의 전무하다. <나는 가수다>에 그간 100퍼센트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거나,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의 저의가 과연 TV를 위한 예능인지, 음악을 위한 예능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아티스트는 계속 있었다. TV나 예능을 거치지 않고 홍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기에, 발굴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을 비록한 대중예술은 수치가 말해준다. 장기하는 데뷔 엘범을 3만 장이나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불황 치곤 꽤 많이 팔았구나.” 하고 끝이다. 이런 뮤지션에게 필요한 건 500명의 심판이 아니다. 제작자는 물론이고 PD, 기자 등 음악계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뮤지션을 정당히 대답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알쏭달쏭한 콘셉트 말고, 확실하게 멍석 깔고 합당한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다만 지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파생 음원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이제껏 끊겼던 스타의 맥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프로그램에서 입상하진 못했지만, 음악적 역량과 스타성을 동시에 겸비한 뮤지션을 영입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광의적으로 볼 때 얼마 전 계약한 존 박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강태규(<뮤직팜>이사)

아이돌 음악이 다 나쁘단 말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이 최소한 아이돌에 편중된 대중의 음악적 시선을 어느 정도 돌려놓는 성과는 이뤘다고 본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종종 부모님들은 감기얃에 과일 맛 시럽을 타 준다. 그러면 어쩄던 약을 먹일 수 있다. 그러면 어쨌든 약을 먹일 수 있다.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런 과일 맛 시럽 같은 역할을 한다. 방송의 취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오락성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중들이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음반을 아무리 내도 듣지 않는 시대인데, 그 정도면 충분히 긍정적이지 않나?

우리 팀의 김태원 씨가 조용히 음악만 하다가, 2009년경부터 예능에 나왔다. 이전까지 뭘 해도 안 팔리던 음반이, 정말 전과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나갔다. 콘서트도 연일 매진이었다. 동기가 어떻든 최소한 대중들이 전에 알지 못했던 음악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대중들이 음악을 접하는 자세에 대해선 예전부터 아쉬운 점이 있다. 신곡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읨원에 눌리는 것 역시 신곡을 꾸준히 발표하는 뮤지션으로서 슬픈 일이다. 정성 들여 만든 음반을 즐긴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사실 신곡이 안 팔리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노출이 안 되고, 이런 데 억울하다고 생각했으면, 옛날부터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한쪽으로 쏠리는 편중 현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이왕 쏠리는 거면 차라리 이런 쪽이 나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동하(‘부활’ 보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한 음원은 온전히 음악만으로 평가받는다고 보기 힘들다. 뮤지션의 외모나 기획, 이야기를 통한 감정이입의 산물이다. 서바이벌의 성공을 두고 대중이 아이돌 시장에 지쳤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아이돌 시장에 대중이 지쳤다기보다,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에 의한 ‘새로운 아이돌’, 즉 새로운 스타의 행태가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

작곡가로서 아쉬운 점은, 과연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음원의 완성도가 몇 달, 몇 년에 걸쳐 준비한 음원만큼 완성도가 있느냐는 점이다. 방송을 위한 음원은 시간 제약이 있다. 게다가 음반으로 만들어 들려줄 수 있는 부분보다, 방송에서 어떻게 더 임팩트 있게 공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현장에서 녹음한 음악이 바로 음원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작곡가들은 기존에 쏟았던 공력을 안 쏟아도 방송을 타는 순간 반응이 올 거란 걸 알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음악과는 기준점 자체가 다르다.

신곡은 사라졌지만 작곡가들은 더 바빠졌다. 이제까지 아이돌 음악 의뢰만 들어오던 작곡가들에게 실제로 기성 가수들의 곡 의뢰가 들어온다. 작업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반면, 독창적이지 못한 노래를 만들면 도태괸가는 위기의식도 생겼다. TV에선 연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그러나 지금 세대에겐 익숙지 않을 수 있는 ‘명곡’이 나온다. 강적임에 틀림없다. 일은 많아졌지만 성공 여부는 더 불투명해졌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신사동 호랭이(작곡가)

    에디터
    유지성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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