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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전 1

2011.05.24GQ

이런 차를 탈 땐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장대비 내리는 밤이라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격납고를 채웠다. 가속패달을 몇 번 밟았을 땐, 이 차가 먹구름을 몰고 온 것 같았다. 굳이 타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는 중력가속도. 하지만 운전석에선 다시 모든 관성이 뒤집혔다. V형 10기통 5,204cc 엔진은 57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55kg.m, 최고속도는 시속 325킬로미터, 제로백은 3.4초. 비어 있는 도로를 확인하고 가속패달과 패들시프트를 희롱했을 때의 충격. 도로에서 운전할 수 있는 양산차가 운전자를 몰아세울 수 있는 어떤 한계치. 어떤 차와 나란히 출발한들, 결과는 ‘독주’라는 두 글자로 예측 가능하다. 3억 9천5백만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이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날 땐, 반드시 창문을 열길 권한다. 4.8리터 V8 엔진이 내는 소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다. 어떤 악기가 이런 식으로 내장을 울릴 수 있을까? 사람이 두드리는 타악기, 폐활량으로 부는 관악기는 역부족이다. 최고출력 440마력, 최대토크는 50kg.m이다. 시종 넉넉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83킬로미터, 제로백은 5.3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이탈리아 축제 같은 차. 차라리 수만 년 된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라면 설득력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휠에도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형상화한 덴 다 이유가 있다. 2억 4천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Arnold Park
    스탭
    어시스턴트/ 정수희, 장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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