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구두 수선 가게 릿슈

2011.05.30GQ

구두 수선 가게 릿슈의 이름은 ‘리페어 슈즈’의 약자다. 이름부터 기교 없이 정직하다.

코도반 가죽을 쓴 알든 구두를 3년째 신고 있다. 신고 걸을 때마다 질기고 부드러운 것의 역설적인 공생을 느낀다. 수없이 꺾이고 접혀서 남은 명징한 주름의 멋, 가벼운 솔질만으로도 제법 번쩍거리는 코도반 가죽 특유의 광. 다른 구두를 신을 때마다, 자식이라고 다 같은 자식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심정을 어렴풋이 느낀다. 아끼는 막내아들 같은 구두를 위해 질 좋은 말털로 만들었다는 브러시와 코도반 가죽 전용 크림까지 사서 털고 문질러주지만, 그 이상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럴 땐, 릿슈를 찾는다. 병난 아들을 끌어안고만 있는 건 명철한 어머니가 아니니까. 1989년 4월 26일 오사카 토요나카시에서 시작한 구두 수선 전문점 릿슈는 2011년 4월 26일 신사동 유니페어 매장 안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요즘엔 한국에서도 좋은 구두를 쉽게 살 수 있지만, 그에 적합한 수선 서비스는 만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새로운 밑창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굿이어 웰트 구두를 사도, 실제로 그런 수선을 받기 위해선 바다 건너 어딘가의 제조사로 보내야 했다. 이 비용 저 비용 합치면 차라리 새 구두를 사는 게 저렴했다. 릿슈는 이 모든 혼돈을 담담히 평정했다. 폴리싱은 기본, 전창 갈이는 물론, 뒷굽을 갈거난 빈티지 스틸을 덧댈 수도 있고, 원한다면 밑창을 아예 색색깔의 다이나이트 솔로 바꿀 수도 있다. 하늘이 청명한 어느 날, 폴리싱 서비스를 받고 매장을 나섰다. 차마 오랫동안 구두를 볼 수 없었다. 돋보기로 모은 햇빛을 쐬는 개미가 된 양 눈이 부셔서.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 마침내 자식 같은 구두를 맘 놓고 신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구나.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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