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신제품-1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후지필름 X100


X100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가 2월이었다. 그리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지진 때문에 X100 출시를 미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각종 카메라 커뮤니티에선 다음 달에는 꼭 나온다더라, 하는 아이폰 출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조성됐다. 그리고 마침내 X100이 정식으로 발매됐다. 하지만 기다림은 전원을 켜고도 끝나지 않았다. 가동시간이 생각보다 느렸다. 사양에 명시된 시간은 0.7초지만 체감하기로는 1초보다 길었다. 단렌즈 디지털카메라는 스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말이다. X100의 스냅용 카메라로서의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정체성뿐만 아니라 성능도 흐릿했다. 최대개방 F2.0이 X100의 최대 장점으로 부각되었지만, 막상 결과물은 아쉬웠다. 접사 모드에서는 더욱 그랬다. 물론, F2.8부터 사용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단점은 사실 엄살에 가깝다. 현존하는 X100의 라이벌은 라이카 X1밖에 없다. X1의 최저가는 2백39만원선, X100은 최저가 179만원선이다. 하지만 60만원이면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한 대는 더 살 수 있다. 한동안 X1과의 비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카메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라이카에게 가격대 성능비가 중요했던 적은 없다. 부담스러운 듯한 X100의 가격은 오히려 탁월한 면이다. X1에서 브랜드 값을 빼고 제대로 만들어도 이 정도 가격이면 적당하다는 걸 X100이 증명한다. 복고적인 디자인과 만듦새는 필름 시대를 호령하던 어떤 레이지 파인더 카메라만큼이나 근사하다. 전자식 뷰파인더의 성능도 뛰어나 사진 찍는 맛도 썩 괜찮다. 그보다 더 괜찮은 건 결과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조리개 최대개방만 하지 않으면 뛰어난 화질이다. 필름 환산 35밀리미터 단렌즈는 왜 줌렌즈를 제외했는지를 알려준다. 어떤 뛰어난 줌렌즈보다도 단렌즈가 강력하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 앞에 X100이 첫번째로 섰다.

RATING ★★★★☆
FOR 단렌즈의 힘.
AGAINST 조리개 최대 개방.






삼보 태빗


태블릿 PC의 ‘태블릿’이란 수식어에 현혹되기 십상이지만, 태블릿 PC는 엄연히 개인용 컴퓨터다. 컴퓨터니까, 삼보의 도전은 당연해 보인다. 다들 잊고 있었을 것이다. 삼보가 국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라는 것. 쉴 새 없이 바뀌는 IT 시장에서 ‘왕년’을 찾는 건 우습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야 어쨌든 삼보는 아직도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다. 최근 대만 회사들 때문에 주춤하긴 했지만, 괜찮은 가격대 성능비를 가진 노트북도 여럿 있다. 삼보에 저렴한 가격대의 태블릿 PC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아이패드가 기존의 태블릿 PC 시장을 잠식하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성공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삼보는 교육용으로, 방향성을 확실히 했다. 태블릿 PC의 수요 폭발을 ‘교육 시장’에서 일으켜볼 셈이다. 돌이켜보면, PMP의 성공도 인터넷 수능 강의에서 시작되었다. 제품력보다 중요한 요소는 인터넷 교육업체들과의 협력이었다. 삼보 태빗도 북큐브 무료 쿠폰을 지급한다. 영화 대사 받아쓰기 애플리케이션도 탑재했다. 교육성을 강조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앱 스토어에 차고 넘치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한다면 크게 매력적인 특색은 아니다. 가격은 최저가 39만원. 태블릿 PC를 써보는 저렴한 선택일 수 있다. 사실 태빗에 논란이 하나 있긴 하다. 혹자가 작년에 출시된 UX100과 태빗이 동일한 제품인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외관과 사양만 보면 꽤 비슷해서 의혹은 더 가중되었다. 하지만 태빗의 저장 공간이 두 배나 더 크고, UX100의 최저가는 36만원대다. 진위를 확인해줄 수는 없다. 다만, 논란이 넘쳐나는 나라에 사는 건 사용자에게도 업체에게도 매우 피곤한 일이라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RATING ★★★☆☆
FOR 8학군 엄마.
AGAINST 앱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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