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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는 시간이다

2011.06.10GQ

반드시 주목받아 마땅한 단 한 대의 차. 이달엔 벤틀리 뉴 컨티넨탈 GT다.

작년 6월, 벤틀리는 세계에서 일곱 명의 기자를 레바논으로 초청했다. 한국에선 <지큐>만 참석했다. 신차 시승도, 신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었다. 홍보 담당자 리즈 워드가 말했다. “저희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예요. 벤틀리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이 이렇지 않을까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러시아에서 도착한 기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저녁 이후 일정은 없었다. 아침 일정은 10시부터 시작됐다. 기상 이후부터 10시까지는 자유. 점심까지 미팅 하나. 오후 4시까지 다시 자유. 오후 5시부터 저녁을 겸한 파티…. 느슨하진 않았다. 시간을 선물 받은 셈이었다. 몇몇은 스파로, 몇몇은 책을 챙겨 옥상 수영장으로 향했다. 레바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선베드에서 맥주를 마시고 살짝만 취했다. 지긋한 미국 기자가 말했다. “이런 시간에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건 ‘사교’의 의미일 거예요. 사업가라면, 편안함을 가장한 이런 시간에 온갖 중요한 것들을 결정하겠죠?” 우린 기자니까, 벤틀리와 남북한 정부에 대해 토론했다.

신형 컨티넨탈 GT는 W형 12기통 6.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쓴다. 최대출력은 575마력, 최대토크는 71.4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18킬로미터, 제로백은 4.6초다. 네 개의 동그라미로 그린 헤드램프, 수백 개의 마름모로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벤틀리의 전통이다. 헤드램프와 앞바퀴에서 뒤로 이어지는 두 개의 선은 단호하게 평행하다. 전체적으로 낮고, 넓고, 의연하며 공격적이다.

어떤 비싼 차는 권력을 강조할 수 있다.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의 권력은 절대적일 것이다. 소유한 사람들의 명단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것들. 재력이 신분을 가르는 시대. 벤틀리의 지향점은 좀 다르다. 당장 소유하거나 언젠가의 목표로서 욕망하는 아름다움, 그저 그늘 같은 여유. 빠르게 이동하거나, 달려서 이기거나, 첨단 기술 경연장으로서의 가치를 초월한 경지…. 모든 선택엔 제약이 있다. 어떤 자동차는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약의 핵심은 돈이지만, 벤틀리의 핵심은 돈이 아니다.

벤틀리는 시간이다. 돈보다 사치스럽고, 부자라고 마음대로 부릴 순 없는 것. 온전한 자기 의지. 돈이 있으면 살 수 있는 게 자동차지만, 시간을 선물함으로써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자동차는 흔치 않다. 2억 9천1백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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