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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2

2011.06.13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젠하이저 IE8i

젠하이저는 시디 플레이어가 휴대 기기의 전부일 때부터 한국에 수입된 브랜드다. 아는 사람만 알던 시절에는 세운상가까지 발품을 팔아 구입했고, PX200의 폭발적인 인기 이후에는 가히 국민 이어폰/헤드폰 브랜드로 인터넷 쇼핑몰을 휩쓰는 브랜드가 됐다. 그 명성이 젠하이저가 쌓아온 기술을 좀먹은 것은 아니어서, 보급형과 함께 고급형도 지속적으로 나와 일정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젠하이저는 변하지 않았으되, 한국의 오디오 시장이 변했다. 한국 시장이 커지면서, 수많은 이어폰/헤드폰 브랜드가 국내로 진출했다. 젠하이저 말고도 세상에 고급형 이어폰/헤드폰을 만드는 회사는 아주 많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고급형 이어폰 IE8i는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IE8i는 젠하이저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던 지점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박력 있는 중음과 저음 표현은 리듬이 기본인 대중음악 감상에 지대한 기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휴대용 기기에 주로 사용하는 이어폰의 기본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운드 튜닝 노브’로 저음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장점은 극대화된다. 최근 고급형 이어폰의 경향이 ‘노래 부를 때 숨 참는 소리까지 들리게 할 정도의 해상도’ 일색이었기에, 조금 더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해상도와 타격감이 둘 다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운 지점이라고 해도, 굳이 예를 들지는 않겠지만, 더 낮은 30~40만원대의 제품에서 구현된 적도 많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IE8i의 문제, 그리고 젠하이저의 문제는 에둘러 말한 가격이다. 소비자 가격은 64만원이고, 현재 이런저런 쿠폰을 발급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최저가는 48만원대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최고급’이 아닌데도, 가격은 늘 그만큼 책정되는 것 같다. 늘 그랬기에, IE8i가 아이폰에 특화된 조작키를 지원하고, 이어팁과 이어후크, 사운드 튜닝 노브가 있다고 해도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젠하이저는 이어폰/헤드폰 계의 뱅앤올룹슨이 되려는 건가?

RATING ★★★☆☆
FOR 딴 거 볼 거 있어? 젠하이저면 됐지.
AGAINST 그래, 너 돈 많다.

아이리버 E300

8만원짜리 MP4 플레이어가 뜻하는 것은 뭘까? E300은 4기가바이트 용량에 2.4인치 화면, 게다가 터치스크린이 아니고 동서남북 버튼이다. 어디서나 스트리밍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한쪽에서는 10인치의 얇은 터치스크린으로 영화도 본다. 그러니 예전처럼 1천곡 . E300은 그런 의문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유저인터페이스는 귀엽게, 무게는 최대한 가볍게, 최신 트렌드인 G센서를 이용한 피트니가까운 음악을 담는다거나 이 작은 걸로 동영상도 볼 수 있다는 소개는 별 의미가 없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카메라, MP3, PMP 등 다양한 제품을 수렴하면서 E300과 같은 저사양 MP4 플레이어는 저렴한 가격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어졌다. 굳이 지갑을 열어 이 제품을 사야 할지 의문이다스 기능까지. 누구에게 팔 건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다. 사실 시장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모델은 회사의 이미지를 향상 시켜주지만 저가 제품을 많이 팔 때는 이윤을 많이 남긴다. 대부분 청소년을 마케팅 대상으로 정하고 박리다매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LG전자의 효자는 KU9100(쿠키폰)이었고 삼성전자의 복덩이는 W7700(김연아폰)이었다. 아이리버 E300도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이다. ‘아기자기’함을 내세워 많은 소녀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상황을 많이 바꿔놨다. 요즘 중고등학생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지 싸다는 게 장점이 될 순 없다. 다행히 착 가라앉은 색들로 둘러싸여 아저씨가 사용해도 부담은 없다. 게다가 아이리버는 얼마만큼의 기능을 포함시켜야 10만원을 넘지 않고 팔 수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라디오에 외장 스피커까지, 이 가격에 더 이상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아쉬움이 밀려온다. 아이리버가 언제부터 보급형 기기만 잘 만드는 회사가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RATING ★★★☆☆
FOR 10만원도 안 넘어요.
AGAINST 3인치도 안 넘어요.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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