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숨 막힌다

스마트폰은 빨라. 빠르면 숨차. 숨차면 힘들어.



2009년 11월. P는 옴니아2를 구매했다. 당시 아이폰 3GS와 견주어보다가 옴니아2 를 선택했다. 흔한 애국심 때문은 아니 었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시대라고 떠들어댈 때 2년 약정 이 끝났다. P는 들떴다. 영업사원인 자신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 같았다. 언제 어디서든 메일 확인과 문서 파일을 열 어본다는 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엑셀파 일을 쉽게 열어보려면‘ 윈도우’가 기반인 제품이 필요하다 고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을 사는 건 허세 같았 다. 그해 6월에 나온 아이폰을 5개월이나 지난 후에 사는 건 구형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일 광고에서는 옴니아2 가 아이폰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옴니아2의 문제는 과대광고에 있습니다.” IT전문가이 자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정지훈 교수는 말한다. “갤럭 시S만 해도 아이폰과 성능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아요. 취향 의 차이로 생각하고 두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입 니다. 하지만 옴니아2는 달랐어요. 급하게 윈도우 모바일 6.1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운영체제였어요.” 그는 옴니아2 사태를 광고에서 찾았다.“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했는데 상대 제품보다 더 좋다고 광고했습니다. 제품이 준비 안 됐으면 조금 더 늦게 출시하거나, 이후 문제를 생각해서 과도한 홍 보는 자제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합니다.” 빠른 출시가 필요 한 시점에서 광고를 임시방편으로 선택했다는 말이다.

“한번 밀리면 회복할 수가 없어요. 노키아를 보세요. 지 금 상황이 어떤지.” 전자회사 상품기획실에서 일하는 A는 조심스럽게 휴대폰 점유율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노키아 에 찾아온 위기에 대해 말했다. “기존의 휴대폰 시장과는 상 황이 전혀 달라요. 제품을 만들고, 팔고, 고쳐주던 시절이 아 닙니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예요. 대부분의 회사들이 운 영체제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어요. 안일했던 거죠.” 그는 아쉬워했다. “피땀 흘려 만든 제품이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맥락을 형성했고 비판만 받는 상황에 처했어요. 아이 폰‘ 쇼크’ 때문에 휴대폰 시장이 순식간에 변했어요.”

피처폰은 다른 말로 멍청한 폰Dumb phone이라고도 불린다. 스마트폰의 반대개념으로 붙여진 이름. 휴대폰이 지금같이 똑똑하지 않았을 때, 커다란 렌즈가 휴대폰에 달 리고, 유명 음향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내놓은 뮤직폰도 출시되었다. 대부분 기능에서 차별성을 꾀한 제품들은 자 신들이 얼마나 뛰어난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랑했다. ‘얇다’, ‘크다’, ‘선명하다’가 골자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시 대에는 휴대폰에 모든 기능을 담기 시작했다. 이름이 좋아 똑똑한 전화일 뿐 사실상 휴대폰이 컴퓨터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컴퓨터에는 필연적으로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당연히 스마트폰에도 필요조건이다. 애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iOS(아이폰 운영체제)는 아이폰에 꼭 맞는 옷이었다. 사이즈를 정확히 아니까 맞춤복 같았다. 게다가 시즌별로 꾸준히 새 옷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반면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는 누가 입을지 모르는 옷을 만들었다. 애플을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든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성복처럼 다양한 사이즈로 만들 수도 없었다. 키도 다르고 몸무게도 각기 다른데 옷은 몇 개 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제조사가 만들어보지도 않았던 옷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가 만든 옷에 몸을 맞췄다. 제대로 수선할 시간도 없었다. 신상품이 너무 빠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09년 4월 처음 1.5버전이 출시된 이래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제대로 수선을 못하니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리는 바닥에 끌리고 팔은 짧다. 그래서 일단 수선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혹은 조금만 참으라고, 새 옷으로 교환해준다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운영체제를 기존 스마트폰에 맞게 수선하는 것은 새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것만큼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드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어서 수선을 또 미룬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정말 패션계를 닮았다. S/S 전략과 F/W 전략이 다르다. 아이폰이 항상 6월에 출시되었으니까. S/S에는 아이폰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선점하기 위해서 가장 뛰어난 제품들을 쏟아낸다. 작년 갤럭시S와 올해 갤럭시 S2가 그렇다. F/W는 다르다.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의 상황을 고려한다. 아이폰을 살 사람들은 모두 샀기 때문에 저가형이나 실험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애플을 기준으로 스마트폰의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마트폰에 유연한 대처가 힘들었던 건 사용자의 경험을 파악하지 못해서입니다.” 정지훈 교수는 국내 제조사들의 문제점은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의 경험이 어떻게 변화할지 고려하지 않고, 제품의 스펙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A또한 정지훈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몇 해 전, 스마트폰을 살 거냐는 설문조사를 하면 사람들은 부정적이었어요. 그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해서 뭘 하냐는 반응이었죠.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인터넷을 하는 도구에 멈춰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다른 경험들과 결합되면서 생활 자체가 바뀌었죠. 그걸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제조사의 무능력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을 잇는다. “그동안의 휴대폰을 만들 때 고객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어서입니다. 사실 휴대폰 제조사의 고객은 통신사였어요.” 한국경제 김광현 IT전문 기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제조사가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제조사들도 결국 통신사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습니다.” 약정이라는 제도로 휴대폰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휴대폰의 유통경로까지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4개월과 같은 장기 할부로 사는 것은 집과 자동차, 휴대폰이다. 2년이라는 서비스 사용을 약속하면서 당장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은 휴대폰을 구입하는 당연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통신사가 해주는 선주문이 가장 중요한 판매 지점이다. 2009년 11월 당시 아이폰 때문에 KT로 이탈하는 고객을 최소하기 위해 옴니아2를 성급하게 출시 했다는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LTE(Long term evolution)가 시작될 예정이다. 3세대 이동통신에서 4세대 이동통신으로 통신 규격이 발전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더 빨라진다. 하지만 기존의 3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으로는 4세대 통신을 사용할 수가 없다. 물론 7월부터 완벽한 상용화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가 되어야 제대로 된 4세대 통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들은 또 다른 혼란에 빠진다. 옴니아2의 ‘윈도우 모바일 6.1’처럼 지금 구매하는 제품의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시대는 지속적인 관리의 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정지훈 교수는 제품만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관리를 약속하는 서비스 회사가 살아남을 것입니다.”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서 대응은 힘들다. 그래서 완벽함만 좇을 수는 없다. 애플도 데스그립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범퍼를 주고 환불도 해줬다. 아이폰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대목이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쫓기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문제는 판매 후 관리다.

“개발자들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절대로 쫓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애플이 대단했거든요. 하지만 보세요, 금세 턱밑까지 따라왔습니다.” 김광현 기자는 국내 개발자들의 노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아쉬움도 토로했다. “대다수의 인력이 개발에만 매달립니다.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앞서가는 것에만 전력투구를 하고 있죠.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가 힘든 것입니다. 따라가기도 벅차거든요.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없다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만큼 필요한 건 끝내주는 수선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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