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그게 언제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신발을 남긴다.



라코스테 르네 라코스테
라코스테가 만든 브랜드 이름 자체가 라코스테인데, 라코스테의 이름을 딴 신발이 과연 필요할까 싶지만, 라코스테를 대표하는 신발의 이름으로는 역시 라코스테가 어울린다. 그래서 라코스테의 신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본 라인의 이름은 르네 라코스테다. 매 계절마다 색다른 소재와 색깔을 입고 나오는데, 이번엔 에스파드류다.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원래 프랑스 테니스 선수 로버트 하이렛의 신발이었다. 스탠 스미스가 이 신발을 신고 경이로운 성적을 올리자, 아디다스는 로버트 하이렛에 스탠 스미스의 얼굴을 박았고, 급기야 이름까지 바꿔버렸다. 지금은 경북 상주에 사는 여중생까지 스탠 스미스를 알지만, 로버트 하이렛이란 숨겨진 이름을 아는 건 극소수의 신발 중독자들뿐이다.

컨버스 잭 퍼셀
잘 모르는 사람에겐 요상한 컨버스일 뿐인 잭 퍼셀은 1930년대 배드민턴 챔피언 잭 퍼셀의 시그니처 슈즈다. 척 테일러가 후끈한 록 페스티벌이라면 잭 퍼셀은 고상한 요트다. 커트 코베인보다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블랙 진보다는 치노 팬츠에 어울린다. 사진의 잭 퍼셀은 매킨토시 버전이다. 매킨토시와 함께 만든 운동화라니, 협업조차 고상하다.

컨버스 척 테일러 올스타
지금은 컨버스가 발 아파서 안 신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20세기 초 농구 선수 척 테일러는 이걸 신고 코트를 누볐다. 1917년에 탄생했지만 ‘척 테일러’라는 이름이 붙은 건 1923년부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척 테일러가 드리블하는 사진 한 장 본 적 없어도, 신고 벗기 불편한 이 신발을 마르고 닳도록 신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7억 켤레 넘게 팔렸다.

푸마 클라이드
<태양을 향해 쏴라>의 보니와 클라이드는 ‘띵띠리딩딩’거리는 음악과 함께 탭댄스를 추듯 은행을 털었다. 농구선수 월트 프레이저는 잽싸게 공을 훔친다고 해서 ‘클라이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만 잘 훔치는 줄 알았는데, 전 세계 운동화 환자들의 마음까지 싹 훔쳐버렸다. 곧 언디피티드와 함께 만든 클라이드가 발매되니까, 마음을 잘 단속해야 한다.

아디다스 로드 레이버
로드 레이버는 일 년에 네 개의 그랜드 슬램 우승을 몽땅 차지한, 게다가 한 번도 어려운 그걸 두 번이나 한 유일한 테니스 선수다. 그런 자신감을 반영한 건지, ‘삼선’도 트리포일 마크도 없다. 1990년대 후반에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는데, 사진의 신발은 원판을 고스란히 복각한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특유의 자글자글한 매시 겉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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