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이 분다

LG가 이렇게 잘하는 게 몇 년 만일까? LG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세 명의 전문가에게 LG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시즌 전 LG의 지금 같은 성적을 예상했나?
이병훈( 해설위원, 前 LG 트윈스 선수)
좀 달라질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상상도 못했다.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4강 다툼을 하는 팀 중에 한 팀 정도로만 예상했다.
이효봉( 해설위원, 前 LG 트윈스 스카우트)
시즌 전 훈련을 굉장히 많이 했고 좋은 용병을 데려왔지만, 8년간 4강을 못 간 팀이다. 검증이 안 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팀 정도로만 생각했다.
허진우(<일간스포츠> 기자, 現 LG 트윈스 출입기자)
승률 5할을 유지하며 4강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봤지만 지금처럼 1위 다툼은 예상 밖이다. 예년과 달리 8개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된 가운데 LG가 제대로 버티고 있다.

전력이야 예전부터 좋았다. 그동안은 왜 성적을 내지 못했을까?
이병훈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중 희생이란 단어를 쓰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하다. 팀이 잘 돌아가려면 희생이 있어야 한다. LG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다. 나도 LG 출신이지만, 행복하게 야구했다. 그래선지 늘 중요한 고비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3년 전에 통계를 내본 적이 있다. 번트 같은 작전이야 벤치의 몫이지만, 선수 스스로 해줘야 하는 진루타나 희생타 같은 게 가장 적은 팀이 LG였다.
이효봉
과연 정말로 전력이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투수진에선 몇 년간 봉중근이나 옥스프링 정도를 제외하면 든든한 투수가 거의 없었다. 용병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투자를 많이 하긴 했지만, 기대한 만큼 마운드의 높이를 쌓는 데는 실패했다.
허진우 LG
전력이 좋다고 보는 시각은 주로 타선 때문이었는데, 야구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방망이는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투수진을 살펴보면, LG엔 최근 수년 간 가능성이 큰 투수 유망주가 많았다. 그러나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제대로 성장한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박종훈 감독 체제로 들어선 지 2년째다. 작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뭘까?
이병훈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다. 감독과 코치가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클럽하우스 리더, 라커룸 리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에게 책임을 줬다는 점, 또한 노장선수들이 그것을 골치 아픈 숙제로 받아들이기보다 잘해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이효봉
박종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다소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팀 이미지를 바꾸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 성적이 좋긴 하지만, 당장 1승에 집착하기보다 미래의 LG를 생각하는 쪽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허진우
플래툰시스템 적용과 멀티플레이어의 활용이다. 상대가 좌완이라면 4번 타자 박용택도 선발에서 제외하는 상대 투수 맞춤형 타선을 쓰는 경우가 많았고, 상당부분 맞아떨어졌다. 박용택을 지명타자로, 이택근을 1루수로 기용하며 외야진을 정리해 효율성을 높인 점도 있다. 또 선발투수를 되도록 오래 마운드를 지키게 해 불펜 약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을 잘 뽑았다.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서 팀에 힘이 생겼다.

시즌 전에 바뀐 파격적인 연봉제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병훈
그동안 LG 선수들이 성적에 비해 후한 연봉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구단의 의도는 앞으로 연봉을 적게 주겠다. 구단 맘대로 주겠다가 아니라 성적을 내는 그대로 주겠다는 말이다. 경고와 격려가 동시에 되었을 것이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효봉
집중력은 컨디션이나 성적이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 더욱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그럴 때도 선수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 선수들이 돈 얘기는 거의 안 한다. 단, 지난해 피해를 본 선수들은 올해 잃었던 걸 되찾겠다, 잘 받은 선수들은 또 한번‘ 대박’을 터뜨리겠다 정도의 생각은 다 하는 것 같다.
허진우
독기는 확실하게 심어줬다. 비시즌‘ 두고 봐라’는 생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LG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 시즌 뒤 신연봉제 적용도 궁금하다. 박현준이 지난해 봉중근 정도 성적을 내면 봉중근만큼 연봉을 받을까. 올시즌 박현준과 봉중근은 각각 연봉 4천8백만원과 3억 8천만원을 받았다.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아주 많은데도 공백을 잘 메웠다. 특히 어떤 선수를 칭찬하고 싶나?
이병훈
박현준, 이병규, 조인성, 임찬규 등등 모두 너무 잘하고 있지만, 불펜의 이상열을 칭찬하고 싶다. 정말 양념 같은 좌완투수로, 마운드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효봉
타자는 서동욱.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야수들의 여러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불펜의 김선규. 박종훈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쉽게 내치지 않는다. 부상을 입은 주전선수들이 돌아와도 지금 잘하는 선수들을 바로 끌어내리기보다, 경쟁시키는 체재로 갈 것으로 본다. 돌아온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자기가 더 낫다는 걸 확실히 증명해야 한다.
허진우
무조건 이병규다. 올 시즌 LG 변화의 중심이다. 단순히 뛰어난 개인성적이 아니라 최고참으로서 맏형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잘나가는 고참의 말 한마디는 어떤 것보다 위력적이다.

무엇보다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 등 노장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이 LG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나?
이병훈
성적이 좋다고 후배들이 무조건 따르진 않는다. 열심히 해, 똑바로 해, 백 번 얘기해도 후배들이 인정 안 할 수도 있다. 노장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한다. 이병규는 햄스트링(허벅지 부상)이 올 정도고, 조인성은 파울타구에 맞기도 하고 잔 부상에도 시달리고 있는데 경기에서 빼달란 얘길 단 한 번도 안 했다. 당연히 선수단 내에 위계질서가 생겼다.
이효봉
세 선수 모두 10년 넘게 LG에서 뛰고 있지만 우승 경험이 없다. 자신들이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고, 4강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기량은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다. 은퇴하기 전에 우승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허진우
올 시즌 LG는 다음 예측이 어렵다. 연승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다음 경기에 어이없이 패하거나 연패 분위기라고 할 때는 다음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꽤 많다. 긴 연패에 빠질 것 같을 때면 베테랑들이 선수단 미팅을 통해 분위기를 추스린다. 고참의 승부욕이 전염된다고나 할까. 한 가지 추가. 노장이라고 하면 박용택이 속상해한다. 형들과 차이가 꽤 난다.

타선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수비 역시 경기 중에도 포지션 변동이 수시로 있는 편이다. 현대 야구의 특징이라지만, 이런 시스템은 분명 장단점이 뚜렷하다. 멀티플레이가 LG에 어떻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이병훈
멀티플레이어가 많은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 LG엔 멀티플레이어라기보다, 두 군데 정도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아무리 고정 라인업을 선호해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매일 백 퍼센트일 수 없고, 어떤 투수에게 최악의 성적을 거두는 타자를 기용하기는 어렵다. 지금 LG의 라인업은 최악의 선수를 제외하고 변화를 주는 정도다. SK의 철저한 데이터 기반 야구와는 좀 다르다.
이효봉
박종훈 감독이 어떤 확실한 틀을 세우고 경기를 풀어나가기엔 LG는 약한 팀이다. 8년간 4강을 못간 데다. 부상 선수도 많다. 아직은 우승권 팀들의 안정적인 모양새와는 거리가 있어, 자연히 유동적인 라인업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박종훈 감독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의 LG를 내다보고 있다.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주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나가는 경기운영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진우
지금 LG가 1위 다툼을 하고 있으나 전력이 8개 구단 중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다. 강점도 있으나 약점도 많은 팀이다. 좌타 라인은 좌투수를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고, 내야수들의 수비력도 수준급이라고 하긴 어렵다. 불펜도 약하다.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된다.

LG는 현재 집단 마무리 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불안하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선수가‘ 풀타임 마무리’로 적합할까?
이병훈
임찬규는 마무리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강력한 직구가 있다. 그리고 볼이 적다. 볼을 던지려고 하는 것과 볼을 던지는 건 다르다.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도 마무리투수로서 적합하다. 힘대 힘으로 맞붙고, 맞더라도 승부한다.
이효봉
지금은 적합하다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김광수가 괜찮지 않나 생각했는데 지금 2군에 내려갔고, 임찬규는 마무리투수로서 장점이 많지만 아직 신인이다. 박종훈 감독이 2년 만에 좋은 선발진을 구축했듯이, 마무리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다. 올해 무조건 해결해야 된다기보다, 내년, 내후년까지 고민도 많을 중요한 문제다. 김찬규, 김광수, 신정락, 박현준에게까지 모두 열려 있다.
허진우
이동현. 싸움닭 기질과 강심장. 묵직한 직구. 천상 마무리감이다. 하지만 구위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LG 마무리는 임찬규다. 고졸 신인에 심적 부담을 줄까 박종훈 LG 감독이 대외적으로 집단 마무리라고 하는 중이다.

현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투수들 중 박현준, 리즈, 주키치, 임찬규 등은 모두 풀타임 경력이 전무하다. 시즌 후반까지 이들의 좋은 모습이 이어질 수 있을까?
이병훈
리즈와 주키지는 다른 리그 경험이 많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박현준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팀이 박현준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는 얘기다. 초반에 승을 쌓을 때 패턴을 고집하기보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더 연구해야 한다.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구질과 구위의 문제가 아니다. 임찬규는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으로 오버페이스에 대한 걱정이 있다. 선배나 코치가 조금 눌러줘야 한다.
이효봉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지금 같은 좋은 분위기에서 굳이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감독은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자리기 때문에,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박현준이 좀 흔들리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도 분명 마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허진우
예상하기 어렵다. 본인들이 어떻게 시즌을 치르는 요령을 얼마나 빨리 익히는가에 달려 있다. 첫 풀타임을 겪는 선수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체력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비와 불펜이 약한 팀은 단기전 승부에 약하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병훈
시즌 초에 비해 불펜진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엔 다른 팀들이 LG를 만만하게 보고 승수를 쌓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볐다. 에이스를 내보내고, 작전도 많이 걸고. 그러나 이제 LG는 강팀이다. 상대 팀 입장에서 포기할 경기는 포기하기 마련이다. 수비는 훈련이라기보다 자신감인데, 이 또한 성적이 올라가면서 안정되고 있다.
이효봉
지금부터 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LG는 4강만 가면 된다. 더 욕심을 가지면 부담이 생긴다. 지금 흐름을 즐기면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해야 한다. 9년 만의 가을잔치가 목표인 팀이다. 모자란 점은 강점으로 메워가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허진우
단기전 승부는 모른다. 분위기를 타면 안 되던 수비도 되고, 없던 힘도 생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거나 없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이병규가 말했다. “LG는 전통적으로 단기전에 강하다. 4등이라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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