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동물원 1

기린의 의연함과 코끼리의 규모, 말 4백60마리의 힘과 수사자의 존재감. 네 대의 자동차 앞에서 꼼짝없이 얼어붙은 네 마리의 동물.



지프 컴패스
이건 지프 70주년 기념 모델 컴패스다. 2,360cc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2kg.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킬로미터, 제로백은 10.7초다. 하지만, 동력성능으로 하는 설명이 이렇게 부질없는 차가 또 있을까? 이 차를 탔다면 무조건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야 한다. 길이 아닌 곳으로 달려야 한다. 45도 각도의 바위언덕을 오르고, 계곡물을 가로질러야 한다. 랭글러나 그랜드체로키가 갈 수 있는 길이라면, 컴패스도 묵묵히 갈 수 있다.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길을 의연하게 달릴 때, 서울 시내에서 내던 컴패스 엔진 소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3천4백90만원.





인피니티 QX
이 차는 거대하다. 백미러로 내려다보는 타이어가 종종 차선을 벗어날 만큼. 이마는 팬더 같고, 얼굴은 포탄 같은 개복치를 닮아, 전체적으론 백곰 같다. 실내는 원룸 정도 된다. 뒷좌석을 이리저리 접으면 두 사람이 뒹구는 데도 무리가 없다. 이 육중한 내외를 인피니티의 섬세한 바느질로 엮었다. 5,552cc 가솔린 엔진이 405마력을 낸다. 일곱 명이 탈 수 있고, 최대토크는 57.1kg.m이다. 성격이 분명하고, 활용도는 무궁하다. 아무나 선뜻 살 수 있는 차는 아닌 듯 싶더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이 탄다. 1억 2천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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