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메리칸어패럴 CEO와의 인터뷰

2011.06.28GQ

아메리칸어패럴의 도브 차니도 영락없는 CEO였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다려 입겠다며 훌렁 벗은 걸 빼면.

당신을 만난다고 ‘도브’s 후디’를 입었다. 근데 옷에 왜 당신 이름을 붙였나?
그 옷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다른 후디하곤 다르다. 안감에 플리스가 없고, 면 구성이 다르고, 내가 자주 입고 다니니까 내 이름을 붙였다.

당신 매장에 그렇게 옷이 많은데, 그중 뭘 제일 많이 입나?
속옷. 꼭 ‘보이 브리프’로 입는다. 그 다음은 양말. 그리고 오늘 입은 골프 셔츠도 많이 입는다.

아메리칸어패럴엔 이 세상 색깔이 다 있는 것 같다. 근데 당신은 흰색과 쥐색을 입었다.
‘컬러풀’한 건 안 입는다.

아메리칸어패럴 CEO가?
기본적인 색깔을 좋아한다. 캘빈클라인의 흰색, 남색, 검정색 같은. 사람들이 색색의 옷을 입는 걸 보면 흐뭇하지만 내가 입는 건 싫다. 10분은 입어도 열흘은 못 입는다.

아메리칸어패럴에서 도브 차니는 어떤 존잰가?
아메리칸어패럴은 ‘새로운’ 기업이다. 낡은 기업으론 소니, IBM 등이 있겠지. 새로운 기업의 대표 주자는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아메리칸어패럴이다. 난 새로운 기업의 새로운 CEO다. 모든 일에 직접 개입하고, 함께 움직이고, 만지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모든 매장을 직접 가보고, 모든 직원을 다 만난다. 어때, 인간적이지 않은가?

왜 ‘아메리칸’어패럴인가?
난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 모든 문제를 맞닥뜨려 이겨냈다. ‘Can, Do, Sptrit.’ 그게 ‘아메리카’다. 내가 말하는 건 ‘미국’이 아닌 어떤 정신이다. LA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통하는, 내 신앙 같은 거.

아메리칸어패럴 하면 역시 광고가 생각난다. 대부분 직접 찍었다고 들었는데, 나름의 방식 같은 게 있나?
사람들을 사랑하고, 남자니까 여자를 좋아하고.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보단 실제 공간에서 찍는 게 좋다. 서로 공유하는 감정을 그냥 팡팡팡, 찍는 거지. 어떨 땐 웃기고, 어떨 땐 섹시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그대로 팡 찍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찍기도 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내가 찍은 캠페인 사진이, ‘아메리칸어패럴 스타일’을 지구에 각인시켰다.

지금은 안 찍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직접 특별한 걸 고른다. 사진 편집이라는 새로운 예술에 빠졌달까? 생산 설비나 판매 시스템 같은 실무를 챙기느라 시간이 없어서. 곧 다시 직접 찍을 거다. 디지털 세상이라, 한 번 고르려면 봐야 할 사진도 무지막지하게 많다니까.

카메라는 뭘 썼나?
캐논 5D. 좀 더 작은 G12도 쓴다.

아메리칸어패럴의 채용은 ‘헌팅’이나 ‘길거리 캐스팅’에 가깝다. 뭘 보고 사람을 뽑나?
취향. “네 신발 마음에 안 들어. 넌 여기서 일 못해.” 그게 우릴 성장시켰다. 우리 옷엔 로고가 없다. 그래서 매장 직원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직접 보여줘야 한다. 고급한 취향. 옷을 사랑하는 마음. 판매에 대한 이해. 그걸 갖춘 사람과 일한다.

매장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딘가?
뉴욕 브로드웨이 매장을 좋아한다. 매출이 제일 높기도 하고. 서울 청담 매장도 멋지다. 특히 손님들이 세련된 것 같다. 명동 매장은 흥미롭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직접 많은 걸 수정하고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있다.

새로 만들고 싶은 게 있나?
새로운 신발. 그리고 최근에 만든 가죽 파우치 같은 느낌의 아이폰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사실, 새로운 것보다는 지금 가진 제품의 질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특히 ‘완벽한 피트’에 온 정신을 다 쏟고 있다. 서울에서 기막힌 걸 많이 발견했다. 얼른 돌아가서 빨리 우리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

옷은 왜 LA에서만 만드나?
모든 걸 직접 보고 관리하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 뭐, 디자인을 여기서 해가지고, 중국으로 또 보내고, 다시 DHL로 샘플을 받고 그런 건 딱 싫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돈을 주고 싶다. 계속 그렇게 할 거다. 싸게 만들려고 중국에 가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뜬금없는 질문인데, LA에서 무슨 차를 타나?
너무 많은데. 일단 옛날식 캐딜락이 두 대 있다. 아마 하나는 1999년식, 하나는 2003년식일 거다. 1993년식 벤츠도 있다. 12기통인데, 전화기가 달린 차는 그게 처음이었다. 그땐 그게 진짜 신기했다니까. 요즘 차는 절대 안 산다. 너무 ‘디자인’적이라서. 난 옷도 그렇게 안 만든다.

그런 차를 타고 무슨 음악을 듣나?
몰라.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게 누구 노래고, 제목이 뭐고 하는 건 못한다. 사실 잘 때 빼곤 계속 일하니까, 들을 시간도 없다. 하루에 18시간 정도 일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뭔가 잘못돼 가는 것 같다.

그럼 다른 취미가 있나?
아메리칸어패럴. 옷을 만들고, 팔고, 그 와중에 사람들 만나고, 사진을 찍고, 물건과 지구 곳곳의 매장을 디자인하고, 수정하고, 개선하고… . 내가 즐기는 건 다 아메리칸어패럴 안에 있다.

당신이 기자라면, 아메리칸어패럴 CEO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나?
여기 앉아 있는 걸 더 찍어도 되겠나? 스튜디오보단 이렇게 자연스럽게 찍는 게 더 낫지 않나?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김형식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