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모르면서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속도전이 한참인 와중에, HTC 센세이션이 뜻밖의 속을 드러냈다.



CPU 클럭 속도도, 램 메모리도, 내장 메모리도, 운영체제도, 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다. 하지만 어쩌면, 손으로 화면을 한 번 쓸어 넘겨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아이폰은 손 동작과 실제 동작하는 화면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다. 반응 속도가 빠른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최적화가 잘 된 것이다. 아이폰의 하드웨어 사양이 타사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빠르게 느껴지는 배경이다. 센세이션의 화면을 쓸어 넘겨보았다. 아이폰과 동일한 수준의 반응 속도는 처음이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그랬듯이, 스마트폰 역시 고사양 하드웨어로 벌이는 속도전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듀얼코어 CPU와 1기가헤르츠 이상의 클럭 속도 달성이 중요해보였다. 그러나 HTC는 다른 의미의 속도에 주목하고 있었다.

알려졌듯이 안드로이드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공짜 운영체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그저 ‘공짜’ 소프트웨어의 혜택을 누리면서, 과시적인 하드웨어 경쟁에 몰두해 있었다. 공짜 무서운 줄 모르고.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불리한 게임을 해야 한다. 아이폰은 모든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큰 비중(약 30~40퍼센트)를 차지하고, 또 짜기도 어렵다고 알려진 ‘서든 파워 오프’에 대한 대비가 필요 없다. (배터리를 제거할 수 없으므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치에서 아이폰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HTC는 타사와 똑같이 하드웨어 경쟁에 한 발 담그면서 소프트웨어의 활용 가능성을 늘리는 한편, 센스 UI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센세이션의 중심에 센스 UI 3.0이 있다. 획기적일 건 없다.

총 7개의 홈 화면과 센스 UI의 특징적인 날짜 위젯 구성이 그대로다. 효과적인 개인 설정 기능도. ‘넌센스’처럼 들리겠지만, 센스 UI는 원래부터 획기적이었다. 센스 UI 3.0은 잘 닦인 기초 위에 아주 미세한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안드로이드 폰을 가볍게 올라선다. 전원절약 기능, 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실행중인 애플리케이션 종료 기능, 잠금 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설정 기능, 알림을 통한 현재 스마트폰의 모든 동작 상태 확인 기능 등. 놀랍다기보다 필요한 기능들. 신기한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기능들. 센스 UI 3.0이 파고든 세부 지점이 꽤나 적절하다. 그러니까 센세이션이 보여주는 ‘넘김 속도’는 센스 UI 3.0의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가시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직관성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센세이션의 ‘세부’를 사용자가 얼마나 조목조목 알고 사용할 수 있을까. 아이폰을 쓰기 위한 설명서는 필요치 않았다. 센세이션은 설명서 애플리케이션 ‘쇼미’를 기본 제공한다.

RATING ★★★★☆ 어쩌면 HTC의 새 스마트폰보단 센스 UI의 버전 업에 더 주목하게 될 지도 모른다.
FOR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로서, 줄서서 먹는 밥집은 안 간다.
AGAINST 아이폰 사용자로서, 조립 장난감도 설명서 안 보고 조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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