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플라이 낚시 A to Z

2011.07.09GQ

초보 낚시꾼, 베테랑 선배와 함께 진짜 플라이 낚시를 속속들이 관찰했다.

계류 플라이 낚시에서 사용하는 낚시 용품들. 소장품부터 판매 제품까지, 모두 레인보우 플라이샵의 제품. 487-2121   

A : ANGLER 낚시꾼을 앵글러ANGLER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셔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피셔는 ‘어부’라는 뜻에 가깝다. 플라이 낚시꾼과 다른 낚시꾼의 차이가 있다면 물고기를 잡는 피싱FISHING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라이 낚시꾼은 곤충의 모양을 본 떠 훅(미끼)을 만드는 타잉TYING, 훅을 날리는 캐스팅CASTING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B : BAMBOO 대나무는 플라이 낚시 도구의 가장 원초적인 재료다. 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휘어지지만 웬만해선 부러지지 않는다. 움직임과 탄력이 좋은 대나무 플라이 낚싯대는 캐스팅할 때 더 낭창낭창 움직인다. 첨단 소재 낚싯대보단 관리는 어렵지만, 허공을 가르는 모습은 가히 매혹적이다.

 

C : CASTING 캐스팅은 목표지점에 훅(미끼)을 날리는 행동을 뜻한다. 플라이 낚시하면 떠오르는, 낚시줄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이 바로 캐스팅이다. 한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투수의 공은 빠를수록, 변화의 폭이 클수록 좋지만 캐스팅은 반대다. 루프(캐스팅을 할 때의 낚싯줄 폭)가 좁고 날아가는 속도가 느릴수록 멋지고 아름다운 캐스팅이라 볼 수 있다. 투수가 타자 몸 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찔러 넣을 때의 쾌감만큼, 훅을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릴 때의 맛이란! “캐스팅할 때 만들어지는 선이 파도처럼 출렁일 때 넋을 놨죠.” 미술가 진기종씨가 플라이 낚시를 시작한 이유다.

D : DATA 매일 일기를 쓰는 건 어렵다. 그래도 어떤 것이든 기록하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낚시도 마찬가지. 고기를 잘 잡는 건 기록에서부터 시작한다. 낚시를 갈 때마다 기온과 수온, 수서 곤충의 우화(유충이 성충이 되는 것) 등을 기록하고 다음 낚시 때 활용하면 꽤 효율적인 낚시를 할 수 있다. 이전의 기록을 통해 오늘의 낚시를 예측하는 것. 하지만 기록만으론 어림없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추측할 수 있을 뿐 확신할 수 없으니까. 일기를 쓴다고 반성할 일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E : ELDER 캐스팅이나 타잉을 혼자서 터득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의 지도가 없다면 허둥 대기 마련. 사진 오른쪽 김광수 씨는 대표적인 플라이 낚시 클럽 ‘찬여울’의 초대 회장이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다들 알아서 한 거지.” 훌륭한 선배들은 대개 이렇게 얘기한다.

F : FEATHER 새의 깃털이나 야생 동물의 털은 훅을 만들 때 쓴다. 만들려는 곤충의 질감과 색 등을 생각해서 재료를 골라야 한다. 물에 잘 떠야 하는 드라이 훅을 만들 때는 부력까지 고려해야 하니 현미경 같은 섬세함은 불가결하다. 다양한 색을 위해서 염색한 제품까지 후보로 추가하면 중국집 메뉴 고르기보다 어렵다. 확실한 게 있다면, 음식도 훅도 재료가 좋아야 결과도 좋다는 것.

 

G : GERYU 강과 바다, 계류 어느 곳에서든 플라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플라이 낚시의 한계는 없다. 만약 플라이 낚시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계류를 추천한다.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면 물고기가 슝슝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요리조리 움직이는 물고기를 향해 끝내주는 캐스팅을 날리는 건 물을 잔뜩 머금은 붓으로 수채화를 그리는 것 같다. 잘 빠진 루프의 하늘거림과 물소리는 환상의 짝궁이다.

H : HOOK 우리말로 미끼다. 플라이 낚시에서 사용하는 훅은 보통 수서곤충을 본떠서 만든다. 대표적인 수서 곤충은 하루살이MAYFLY, 날도래CADDIS, 강도래STONEFLY다. 훅의 크기는 보통 바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대표 색을 정해 만든다. 곤충의 종류, 바늘의 크기, 색을 통해 훅의 이름을 정한다. 예를 들면 ‘메이플라이 브라운 16번’, 이런식으로. 또 훅은 머무는 공간을 기준으로 나뉜다. 수면에 떠오르는 훅은 드라이DRY 훅, 수면과 나란한 수중을 공략하는 것은 웨트WET 훅, 수면에서 수직으로 내려가는 것은 님프NYMPH 훅이라고 한다. 드라이 훅이 가장 가볍고 나머지는 좀 무겁다. 그래서 가벼운 드라이 훅을 사용하는 것이 멋지고 아름다운 캐스팅에 유리하다. 훅이 무거우면 줄이 날아가는 모양이 멀뚱한 직선에 가까워진다.

 

I : INSECT 플라이 낚시에서 수서 곤충을 연구하는 건 꽤 중요하다. 공부라니, 한숨부터 나올지 몰라도 은근히 재밌다. 수서 곤충의 습성과 물고기의 취향을 공부한다는 건 제대로 된 훅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지형과 환경마다 수서 곤충의 생태가 달라지면 물고기가 좋아하는 곤충도 변하기 마련. 디자이너가 인체에 관심을 갖듯이 플라이 낚시꾼이라면 곤충 공부는 당연하다.

 

J : JAPANESE CLUB 일본은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얼핏 들으면 자연이 훼손될 것 같지만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일본의 플라이 낚시 클럽들은 자연보호에 앞장선다. 기술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연 가꾸기를 자청하고 있다. 사진은 시코쿠 고치현의 대표적인 클럽인 ‘나카노카와 클럽’의 열쇠고리. 이 클럽은 나카노 강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K : KOREAN STYLE 자장면처럼, 플라이 낚시는 한국에 들어와 변화했다. 우리나라 계류에서 잡을 수 있는 대상 어종은 열목어와 산천어가 대표적이어서 그에 맞게 재단된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어종이라 가벼운 장비들을 사용하는 섬세한 낚시로 달라졌달까? 라인과 장비가 가볍다는 건 물에 접촉할 때의 충격을 줄여 산천어와 같은 예민한 어종을 놀래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L : LENOK(열목어 & 산천어) 열목어와 산천어는 모두 냉수 어종에, 연어과다. 하지만 성격은 톰과 제리처럼 다르다. 열목어는 우직한 편이지만 산천어는 사춘기 소녀보다 예민하다. 멀리서 들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도 소스라치며 숨어버릴 때가 있을 정도. 그래서인지 열목어는 50센티미터 이상도 잡히는 반면 토종 산천어는 30센티미터가 넘는 것도 드물다. 재미있는 건 산천어가 일본에서는 山女魚(산의 여인)이라고 불린다는 점이다. 어쩜 그리도 수줍으신지.

 

M : MATCH THE HATCH ‘매치 더 해치‘는 말 그대로 낚시 시기와 지역에 나타나는 수서 곤충에 맞추어 훅을 선택하는 행동을 말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물고기가 첫 번째로 보는 미끼를 선택하는 일. 소개팅에서 첫인상으로 모든 게 결정되듯 훅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매치하지 않은 훅을 여러 번 캐스팅하면 물고기가 예민해져 어떤 훅으로도 낚기 어려워 진다. 그래서 시기와 장소에 맞게 물고기가 좋아하는 수서 곤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TPO는 옷 입을 때만 쓰는 게 아니다. 반대로 정확한 ‘매치 더 해치’를 통해 물고기를 잡았다면 그 다음엔 깊은 고민을 해야한다. 가끔씩 색다른 훅을 사용하는 대범함도 필요하다. 먹던 것만 계속 먹으면 물고기도 지겹다.

N : NYMPH 님프는 유충이라는 뜻이다. 유충을 닮은 훅을 사용하는 낚시를 할 때 ‘님핑한다’ 고 말한다. 님프 훅은 수직으로 가라앉아야 해서 좀 무겁게 만든다. 보통 계곡에서 하는 플라이 낚시는 드라이 훅을 주로 사용하지만 드라이 훅이 잘 안 먹히거나 물속 깊은 곳의 물고기를 잡고 싶을 때 님프 훅을 쓴다. 고기가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님핑은 ‘노탱큐’다.

 

O : ORIGIN 플라이 낚시는 BC 2세기의 마케도니아에서 어부들이 송어를 잡기 위해 깃털을 곤충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이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개발된 건 19세기, 영국에서부터였다. 특히 드라이 훅을 이용한 플라이 낚시가 인기를 끌었다. 또 이 시기부터 낚시를 위해 곤충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플라이 낚시가 과학이라는 근사한 옷을 입은 건 이쯤부터일 것이다.

 

P : POINT 플라이 낚시를 하는 장소POINT는 계절과 수온, 우화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열목어나 산천어 같은 냉수 어종은 5월 말이나 6월부터 수온이 낮은 상류로 올라가거나 용출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런 곳은 수서 곤충의 우화가 많아서 물고기도 많다. 옆 사진처럼 상류로 올라가는 물길이 있는 곳은 초여름에 낚시하기 좋은 장소다. 장사도 낚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목’이다.

Q : QUALITY 훅이 꼭 실제 곤충과 똑같이 생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상황에 따라 고기가 잘 무는 곤충의 종류, 바늘의 크기와 색이다. 형태만 비슷하면 될 뿐 완성도가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성대모사도 특징만 흉내 내는 것이 관건이지 않나. 김영철이 흉내 내는 김희애가 똑같아서 웃나? 완성도를 중요시 하는 건 욕심 때문. 곤충과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훅들은 액자에 넣어서 전시하기도 한다.

 

R : a RIVER RUNS THROUGH IT <흐르는 강물처럼>만큼 플라이 낚시에서 중요한 영화는 없다. 피구가 <피구왕 통키>로 알려졌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플라이 낚시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건 이 영화가 ‘고전’이 되었다는 증거. 명대사 하나. “완전한 이해 없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순 있습니다.”

S : SAGE & SIMMS 세이지와 심스는 플라이 낚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다. 세이지는 낚싯대나 릴과 같은 낚시 도구 제품이, 심스는 웨이더와 계류화 등 의류 쪽 제품이 많다. 루이 비통이 옷도 만들고 시계도 만들지만 가방이 제일 유명하듯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도 주력 상품은 따로 있는 법이다.

 

T : TYING “눈이 나빠서 요즘엔 못하는데” 김광수씨는 노안 때문에 타잉을 포기했다. 타잉은 정밀한 작업이다. “타잉을 위해 책상도 새로 짜고, 타잉 박스도 만들었어요.” 반면, 방승욱씨는 타잉 자체가 주는 재미에 빠져있다. 그가 바이스(바늘을 고정 시키는 장치)에 바늘을 고정시킨 다음 실과 동물의 털 쓱쓱 감자 금세 하루살이가 생겼다. “낚시를 못갈땐 타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그는 손으로 수서곤충을 우화시킨다.

 

U : UNDO (CATCH & RELEASE) 잡는 것보다 놓아주는 일이 어렵다. 플라이 낚시는 대부분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준다. “놔줄 것을 뭐 하러 잡냐“고 물으면 그저 웃을 수밖에. 잡고 놓아주는 과정이 중요한 것은 플라이 낚시의 대표적인 어종이 일부 산간 계류에만 서식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는 행위로 즐거움을 얻지만, 동시에 자연을 지키려는 것이 플라이 낚시의 정신인 ‘캐치 앤 릴리스’다.

 

V : VEST 플라이 낚시꾼의 기본은 조끼다. 사진의 조끼는 레인보우 플라이 샵 대표 이은누 씨가 20년 가까이 사용한 제품이다. 낡아서 빛은 바랬지만 멋스러움은 배가됐다.

 

W : WADER 물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는 방수형 바지다. 통칭해서 웨이더WADER 라고 부른다. 특히 고어텍스 제품의 성능이 뛰어다. 웨이더를 입고 계류화를 신는 것으로 플라이 낚시의 하의가 완성된다. 계류화는 등산화와 비슷하지만 물이 잘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X : XENO 플라이 낚시는 무엇보다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고기가 살고 있는 장소에 사람이 이방인XENO으로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낚시에 임한다. 사랑하기 전에 존중하는 건 당연한 일.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고 자연 그 자체다. 자연을 대할 때 남의 집에 찾아온 손님 같은 태도는 꼭 플라이 낚시에서만 필요한 겸손일까?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언제나 우리를 낯설어할지도…

 

Y : YOUNG MAN 미술가 진기종 씨는 작년에 입문한 플라이 낚시꾼이다. “별별 낚시를 했봤지만 플라이 낚시처럼 과정이 중요한 낚시는 처음이었어요. 모든 과정이 유기체처럼 엮여 있죠. 고기를 낚는 손맛에만 치우치지 않고, 자연의 작은 조각마저 좋아할 수 있어요.” 특히 오래된 용품의 가치를 높게 존중하는 것이 플라이 낚시의 매력이라고 했다. “손때가 묻을 수록 플라이 낚시꾼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새것보다는 누군가 쓰던 것들에 애정이 가요.” 그는 대나무대를 사용했다. 어렵고 불편하지만 그게 재미라며.

 

Z : ZACCO TEMMINCKII 잡어는 낚시꾼이 잡으려고 하지 않는 모든 어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류 플라이 낚시꾼들은 열목어와 산천어 이외 어종은 대부분 잡어로 여긴다. 특히 갈겨니ZACCO TEMMINCKII가 대표적이다. 꺽지, 피라미까지 가세하면 잡어계 트로이카.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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