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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2

2011.07.13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새로텍 X10

애칭이 ‘칵테일 오디오’다. 제조사인 새로텍이 왜 ‘칵테일’이라고 붙였는지 궁금해서 보도 자료를 읽어봤다. “새로텍의 달콤한 하이파이 시스템, 칵테일 오디오 X10.” ‘달콤한’이란 수식어 때문에 ‘칵테일’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짐작컨대, CD 재생과 파일 추출, 음악 자료 보관, 실시간 재생 등 음악 감상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기기에 섞었다는 점에서 ‘칵테일’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칵테일 오디오’는 외장하드면서 CD 플레이어이고, 스트리밍 플레이어면서 MP3 플레이어다. 이것은 X10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음악 감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일원화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그 중 하나라도 문제점이 지적될 경우, 이것은 단점이다. 해당 기능이 담긴 단품을 사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테라바이트 용량은 만족스럽지만, 하드 방식은 늘 발열과 소음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이제 CD 플레이어는 정말 ‘음질 때문에’ 찾는 매체다. 과연 X10에 사용된 소니 CD/DVD 드라이브로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액티브 스피커로, 또 MP3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X10에 포함된 클릭식 출력단자를 알고 있을까? 이 밖에 출력단자는 3.5밀리미터 라인 아웃밖에 없다. 이왕 유무선 인터넷을 지원하는 김에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 파일 재생 외에 실제 스트리밍 사이트와 연동되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1테라바이트면 곡당 4메가로 계산, 25만곡 이상인데, 이 정도의 단순한 UI로 원활한 사용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MP3 플레이어의 최종 승자였던 아이팟의 승리는 곧 UI의 승리였으니 말이다. 모든 면에서 판단 착오가 발견되는 가운데, LCD의 실행 화면을 포함한 전체적인 디자인이 인정상 주곤 하는 별 반 개마저 깎고 있다. 출시가가 1테라바이트 기준 60만원, 음악 감상의 일원화를 위한 비용이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진과 보드카로 만든 칵테일에서 맛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야심에 걸맞은 각각의 좀 더 묵직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RATING ★★☆☆☆
FOR ‘다 줄거야’ – 조규만.
AGAINST ‘너의 의미’ – 산울림.

소니 TX10

사실, 방수 카메라를 구입하는 이유는 물놀이보다 장마에 가깝다. 억수 같은 장대비라도 내리치면, 가방은 흠뻑 젖어버리기 일쑤다. 그럴 때 마다 품에 안아야 하나, 비닐에 싸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방수 카메라를 사려고 봤더니, 우락부락하다. 방수 카메라가 대부분 충격에도 강한 ‘방진’ 기능을 포함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찍을 수 있는 ‘튼튼한’ 카메라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제품들에 비하면 TX10은 새색시 같다. 슬라이딩 방식의 덮개를 열면 이너줌렌즈가 있는 평범한 카메라. 크기는 최근에 쏟아지는 4인치 스마트폰보다 작은 정도다. 겉모습만 봐서는 꿀밤 한 대 때리면 작동 안 할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1.5미터에서 떨어뜨려도 괜찮은 방진 설계를 했고, 바다 밑으로는 5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 정도면 한창 장마 중에 손에서 미끄러져도 문제없다. 하지만 다른 근육질의 방수 카메라에 비해 ‘튼튼함’의 지표가 되는 숫자가 아쉽다. 경쟁 제품인 올림푸스 뮤터프와 파나소닉 FT3는 2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끄떡없고, 바닷속으로 10미터와 12미터까지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수치는 딱 숫자만큼의 높이와 깊이만큼 안전하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대략’ ‘좀 더’ 뛰어날 뿐이다. TX10은 이너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모습을 택하면서 ‘좀 더’ 뒤떨어지는 것을 택했다. TX10의 선택은 현명할지도 모른다. 경쟁 제품의 방수와 방진 성능의 비교우위는 일상생활에선 경험하기 어렵다. 스킨스쿠버를 하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야구공 삼아 야구를 해야 알 정도. 단지 걱정이 있다면 일반 카메라처럼 생긴 데 대한 심적인 부담이다. 다른 제품은 겉모습이 ‘피터 아츠처’럼 생겨 흠집이 생겨도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TX10은 사춘기 소녀에게 생긴 흉터처럼 커보일테니까. 게다가 후면 스크린 쪽으로 떨어지면…. 터치스크린과는 ‘뜨거운 안녕’이다. 가격은 최저가 42만원대.

RATING ★★★☆☆
FOR ‘레인’- 이적.
AGAINST ‘언더 더 시’ – 에이 틴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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