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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카메라의 미래다

2011.07.27GQ

파나소닉 루믹스 G3에 획기적인 변화는 없다. 납득하지 못할 변화도 없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카피는 냉장고를 여자의 물건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남자라서 행복해요’라고 카메라에 재활용할 수는 없었다. 남자에게는 조금씩의 자기 혐오가 있어서 말이다. 또 남자들은 그게 도망이든 환기든, 항상 새로운 걸 찾고 있어서 말이다. 남자의 품에 카메라 한 대를 안기는 데 드는 비용보단 새로운 여성 소비자를 포섭하는 비용이 덜 들겠단 계산이 섰다. DSLR을 보다 직관적으로, 부가기능을 잔뜩 넣어 만들었다. 여성 소비자의 눈이 어느덧 DSLR로 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SLR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크기와 무게였다.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시장을 뒤바꿔놓을 수 있었던 것, 더 정확히 말해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시장을 뒤바꿔놓은 배경에는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확실한 ‘다이어트’ 기법이 있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고 표준을 만들었다.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한, 포서즈 시스템에 비해 더 작은 크기의 렌즈 마운트이되, 콤팩트 카메라보다 더 큰 이미지 센서를 쓸 수 있었다. “렌즈 교환이 가능한”, “초소형, 초경량”으로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수식해온 데는, 누가 이 문구에 현혹될 것인지 안다는 계산이 있었다. 파나소닉 G3는 ‘뷰파인더를 장착한’ 렌즈 교환 디지털 카메라 가운데 최경량이다.

2008년 말, 파나소닉 최초의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 카메라 G1이 발표된 이래, 파나소닉 하이브리드 카메라 라인업의 위용은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다. ‘GH 시리즈’는 캠코더를 뛰어넘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이며, 크기와 무게에서 콤팩트 카메라에 비견되는 ‘GF 시리즈’는 소니 넥스 시리즈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전자적 성능으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내달 초 발표될 GF3의 보디는 무게가 겨우 222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G 시리즈는 크기와 성능의 중간급에 위치하면서, 파나소닉 하이브리드 카메라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G 시리즈를 보면 이 라인업의 조직도가 보인 달까? 달리 생각하면, 이 라인업은 그만큼 유기적이랄까? G2에서 가장 먼저 채용된 터치모니터는 다시 G3에서 시야율 100퍼센트의 전체영역 터치 AF로 거듭났다. GH2에서 넘겨받은 고속 콘트라스트 AF와 비너스 엔진 FHD 영상 엔진으로 초점속도와 동영상 화질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터치스크린으로 아웃 포커싱, 색상, 밝기를 조절하는 i오토 플러스가 추가됐다. 보통 땐 액정 모니터로, 눈을 가져가면 뷰파인더로 바뀌는 아이센서는 사이즈의 소형화를 우선해 G3를 시작으로 전체 라인업에서 빠질 예정이다. 말했듯이, 이러한 방향성이 파나소닉 하이브리드 카메라 라인업만의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 힘입어 여성 소비자들의 시각이 좀 더 거시적이면서도 세밀해질 때, 이해할 수 없는 다운그레이드나 소비자의 선택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라인업 배치는 줄어들 것이다.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는 좀 더 소비자 쪽으로 넘어올 것이다. 잘 만든다는 것이 마케팅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질 것이다. 파나소닉이 보여주는 것처럼. 14~42밀리미터 렌즈 기본 키트가 최저가 85만9천원대.

RATING ★★★★☆ 여전히 뛰어난 균형 감각의 하이브리드 카메라. 가격만이 다소 갸우뚱하다.
FOR 파나소닉 하이브리드 카메라 라인업에 대한 믿음.
AGAINST 카메라는 클수록 사진이 잘 나온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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