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정형돈의 어떤 존재감

2011.08.12GQ

착각하지 말자. 정형돈은 〈개그콘서트〉의 에이스였다.

1 착각하지 말자. 정형돈은 <개그콘서트>의 에이스였다. 그는 어색하다는 이유로 늘 화제의 중심이 됐고, 프로레슬링 이벤트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변한 건 정형돈의 예능감이 아니라 해마다 성장하는 <무한도전>이다. 정형돈의 진짜 장점은 리얼 패션을 추구하는 눈부신 패션 감각이 아니다. 그에게 유독 열성적인 팬덤이 있는 건 ‘못나고 어색한 뚱보’ 캐릭터였던 그가 토크, 리얼리티, 스포츠 등 <무한도전>의 다양한 예능 형식을 거치면서 그 시기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화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유재석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는 쇼의 맥을 잘 짚어낸다. 그가 얼마 전 <무한도전>의 가요제에서 유재석 차례에 대신 MC를 본 이유다. 다만 그는 토크와 진행까지 마스터한 경지는 아니고, 그의 능력은 <무한도전>처럼 변화하는 흐름이 있는 쇼에 강점을 가진다. 지금 그가 해결해야할 마지막 미션은 <무한도전> 바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신의 무기를 개발하는 일이다.
강명석( 편집장)

2 정형돈도 분명 어색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기<무한도전>속의 정형돈은 ‘거성’ 박명수를 비롯한 강력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곤 했다. 정형돈은 늘 시간이 문제였다. <개그콘서트>를 일찌감치 떠났던 그는 순간의 무대 장악력을 필요로 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형식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했음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리얼 버라이어티로 돌아선 정형돈은, 역시 일정 시간이 걸려, 다분히 밉상이었던 진상 캐릭터를 결국 매력 덩어리로 만들고야 말았다. (그 기점엔 <남녀탐구생활>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모습을 바탕으로 그간 익힌 예능의 룰을 지키며 익숙하게 치고 빠지는 중이다. 까탈스러운 캐릭터 옆에서는 지극히 허물없이, 대접해야 할 캐릭터 옆에서는 오히려 더욱 뚱하게, 조절의 묘를 발휘하고 있다. 자기 익숙한 대로 해야만 하는 정형돈 캐릭터가 실제 그의 모습이라면, 파트너 또는 조력자로서의 이 균형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분간은, 됐다.
김뉘연(자유기고가)

3 정형돈이 심은하 단발을 하고 나왔을 때부터 나는 정형돈이 웃겼다. 요즘 정형돈은 최고로 웃긴다. 뭘 해도 웃기는 단계에 다다랐다. 정형돈은 긴장하면 토하고 형이 아프면 따라 울던 그 정형돈인 채로 웃기고 있는 중이다. 대단할 것 하나 없는 정형돈이 웃기는 이유는, 나도 그러고 싶은 짓을 하기 때문이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도저히 할 수는 없지만 한 번쯤은 하고 싶은 짓을, 말을 그는 한다. 무대에 한번 오르려면 스타일리스트 눈물 깨나 뺄 것 같은 지드래곤에게 ‘옷 욕’을 하고 정재형의 때로 갸웃할 음악이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런데 그게 남을 비웃어 웃기는 개그의 기초와는 그 궤가 다르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생각으로 비웃는 게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으나 하지 못할 말을 그는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즉각적으로 복근이 당기도록 웃게 하는 것은 정형돈 쪽이다. 정형돈은 쭉 웃길 것 같다. 보고 있나, 정형돈?
컨트리뷰팅 에디터/ 조경아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조경아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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