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2011 크라이슬러 300C

담대하다 이달, 가장 유쾌한 진보를 이룬 단 한 대의 차. 9월엔 2011 크라이슬러 300C다.



억대를 호가하는 가격은 아니다. 납작하고 원색인 스포츠카도 아니다. 그런 채 대형 세단의 익숙한 미덕을 그대로 전시하며, 형태감 자체로 존재를 웅변하는 차가 있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이 되고, 조수석에 앉은 누군가는 어느새 잠들며, 뒷좌석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건네기 위해서는 한껏 손을 뻗어야 닿는 풍만함. 크라이슬러의 기함 300C가 겨냥하는 지점이다.

올 뉴 300C는 2세대다. 1세대가 출시된 건 크라이슬러가‘ 다임러-크라이슬러’였던 지난 2004년이었다. 그때, 300C의 뼈대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공유했다. 헤드램프는 위아래로 두툼했다. 록키가 애드리언을 부를 때 그런 눈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태평양, 이어지는 하체는 교각 같았다. 꺾이는 각도마다 단호했다. 다른 모든 차가 날렵하고, 둥글고‘, 스포티’한 걸 내세울 때, 300C는 그런 식으로 덤덤했다. 차체만큼 두텁게 사랑받았다. 크라이슬러가 판매하는 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팔렸다.

2세대 300C도 기본적으로 같다. 웅장하고 두툼하다. 3센티미터 길어졌고, 2.5센티미터 넓어졌다. 길이는 5미터가 넘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도 3미터가 넘는다. 어떤 요철을 넘을 때의 충격도 3미터를 지나는 찰나에 다 흡수된다. 한편, 높이는 9센티미터 낮아졌다. 앞유리가 누운 각도, 뒷유리가 기댄 각도가 더 커졌다. 부드러워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넓은 격자무늬에서 가로줄로 바뀐 라디에이터 그릴, (전 세대에 비해) 얇고 길어진 헤드램프가 상징하는 건 뭘까? 다임러를 거쳐 피아트와 합병한 전통의 미국차 크라이슬러에 이탈리아 해변 같은 여유가 더해진 걸까? 핸들은 손아귀를 꽉 채우면서 부드럽게 돌아간다. 그 감각이 바퀴로 이어질 때의 반응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차 안에서 조작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은 터치스크린으로 가능하다.

3,604cc 펜타스타 V6 엔진은 최고출력 296마력, 최대토크 36kg.m을 낸다. 수치는 걸출하지만, 가속 패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뒷목이 땡기는 차는 아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9.1킬로미터다.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는 이 엔진을‘ 2011년 10대 엔진’으로 선정했다. 운전석에선 어깨 펴고 허리도 꼿꼿하게. 일인용 소파 같은 시트에 적당한 깊이로 묻혀서 담대한 포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동한 주말에는 그 참에 여수까지 달린대도, 남은 하루가 피로하진 않을 것이다.

8월 중순 오후 1시 15분. 역삼동에서 흰색 셔츠를 입고 담배를 태우던 남자 세 명이 흰색 300C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그들의 동공이 커지고, 입술이 움직였다. 물었을 것이다“. 새로 나온 300C야?” 또 한 명은 말했을 것이다“. 사진보다 괜찮은데?” 연기를 내뿜던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현란함으로 무장하기보단 현관을 열 때마다 기대하게 되는 가족 같은 안락? 진화하는 미국차의 분명한 상징? 이전 세대에서 아쉬웠던 요소들을 이 정도의 균형으로 다듬었다. 호사스럽지 않지만 현실적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법이 백자처럼 간결하다. 가격은 5천9백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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