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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3

2011.09.14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캐논 HFS30

캐논은 과거 XL1을 통해 전문가용 캠코더 시장에 도전했다. 자신들의 장점을 무기로 삼았다. 카메라든 캠코더든 결국 빛을 기록하는 것이고, 빛을 담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렌즈다. 캐논은 뛰어난 광학 기술을 통해 캠코더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영화를 찍는 직군에게 인기가 있었다. 렌즈 교환식 캠코더가 전무할 때였다. XL1은 망원 렌즈를 통해 심도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캠코더였다. 당시 소니는 렌즈 교환식 캠코더에 대해 즉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동영상 프로세스가 견고했고,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소니의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상황은 좀 다르다. 심도 표현이 가능한 동영상 촬영은 DSLR로 가능하다. 특히, 캐논의 5D 마크Ⅱ로 동영상을 찍으면 최고의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캐논 캠코더의 적은 캐논 DSLR이 되었다. 아니, 모든 캠코더의 적은 동영상 촬영이 되는 DSLR이다. 캠코더는 설 곳을 잃었다. 사람들은 동영상이 중심인 캠코더보단 사진이 중심이 되지만 동영상도 잘 찍히는 DSLR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래서 동영상이 중심이 되는 캠코더를 만들 때 더욱 중요시해야 할 것이 있다. 저장 공간과 녹음 성능이다. 이 부분이 DSLR이 가지지 못한 점이다. HF S30은 저장 공간 면에서 좋다. 내장 메모리가 32기가바이트고, 최근 기본이 된 SDXC카드를 듀얼로 지원한다. 2채널 음성 입력이지만 음질도 괜찮다. 촬영 전 3초를 녹화하는 기능은 캐논의 전매특허니까 당연히 포함 되어있다. 문제는 그냥 저냥 평범해 보이는 이 캠코더를 구매할 이유가 있냐는 거다. 성능에서 앞으로 나가거나, 가격 면에서 물러설 필요는 없었을까? 너무 평범해서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친구처럼, 금세 잊힐 것 같은 제품이다. 최저가 97만원대.

RATING ★★★☆
FOR “오빠 한번 믿어봐.“
AGAINST “내속엔 내가 너무 많아서.”

아이리버 바닐라

먼저 밝혀두어야 할 것은 스마트폰 ‘바닐라’는 휴대폰 단말기 ‘초콜릿’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LG가 초콜릿이란 애칭을 단 건 온전히 색깔 때문이었으나, 바닐라는 색깔이나 초콜릿 향료로서의 쓰임새, 심지어 아메리카 원주민과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바닐라’라는 단어가 구축하고 있는 이미지가 이 애칭의 목적이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예쁘고, 하여튼 온갖 ‘캐주얼’과 잘 어울리는 그 단어. 폄하가 아니라, 아이리버가 만들었다는 얘길 듣고, 제목을 제대로 찾았다 싶었다. 마치 아이리버에서 던지는 농담 같았다. 지금 가장 치열한 첨단 산업의 전장인 스마트폰 업계에 뛰어들면서, 아이리버가 지금까지 구축한 성격 그대로,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골똘한 대상이 세상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 순수는 세간의 시각에서는 장난 같다.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농담을 하는 건지 의심한다. 고사양으로 치닫는 스마트폰 전쟁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제품에 대한 진정성이 차라리 여기에서 보였다. 바닐라가 꽤 사랑스러워 보였다. 바닐라를 쓸 만한 사람들은 한정적이다. 아이리버 MP3에 익숙한 중고등학생들, 여자에게 선물할 예쁜 물건을 찾는 순진한 남자들, 〈아즈망가 대왕〉의 캐릭터 상품이 방에 잔뜩 전시되어 있는 남녀들, 우리의 조카들. 그러나 그들이 부끄러워할 것도 그들에게 주면서 부끄러워할 것도, 기기적인 면에서는 없다. 안드로이드 2.2 프로요가 탑재되었고, 만듦새가 특별히 다른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허술하지도 않다. 최적화가 잘되어, 반응 속도는 오히려 더 시원시원하다. 아이리버가 첫 번째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작명과 디자인 감각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RATING ★★★☆☆
FOR 딴 생각을 하다 정차역을 지나치는 소녀
AGAINST 테헤란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신사.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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