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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4

2011.09.23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소니 NEX C3

기대는 무섭다. 기대가 적으면 만족은 커지고 그 반대면 웬만해선 만족하기 힘들다. 소니가 DSLR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기대는 적었다. 하지만 알파 시리즈는 나쁘지 않았다. 춘추 전국 시대에서 선전했다. 이젠 미러리스의 시대다. 미러리스의 왕은 올림푸스다. 파나소닉은 왕의 자리를 탐낸다. 이번에도 소니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칼을 갈고 내보낸 NEX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견고한 성은 난공불락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마이크로 포서드보다 큰 규격과 더 많은 화소수의 이미지센서를 포함했다. 카메라 전문가들 사이에는 ‘판형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필름에선 35밀리미터 보다 중형 필름으로 찍었을 때, 큰 필름 덕분에 뛰어난 선예도와 해상도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결국 좋은 사진은 큰 판형에서 나온다는 크기 사대주의다. 디지털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풀프레임 DSLR을 꿈꾸는 건 필름과 똑같은 크기의 CCD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DSLR엔 그보다 작은 이미지센서가 들어있다. 5D 마크Ⅱ가 1이라면, 약 2/3 정도다. 한데, 마이크로 포서드 진영의 이미지센서는 일반 DSLR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보다 더 작다. 일반 DSLR의 3/4 크기다. 소니의 NEX C3는 기존 DSLR 크기의 이미지센서를 장착했다. 한마디로 판형이 마이크로 포서드 진영보다 더 크다. 사진의 질은 휴대성까지 감안했을 때,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고감도에선 6400까지도 노이즈가 적고, 깨끗한 화질을 담아낸다. 문제가 있다면 렌즈다. 그 흔한 망원렌즈도 없다. 렌즈군이 별로 없다는 건 DSLR의 대용이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렌즈가 보디에 비해 무거워서 사진을 찍을 때 앞으로 기운다는 점이다. 렌즈가 보디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기현상은 저 혼자 좋은 줌렌즈를 만들려는 욕심의 표현인가? 앞으로 쏠려 한 손으로 들고 찍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원래 똑똑한 애들은 머리가 큰 걸까? 최저가 63만원대.

RATING ★★★☆
FOR 과분수.
AGAINST 가분수.

아수스 트랜스포머 패드

휴대폰의 흐름이 터치패널로 이동하고 있을 때, 개발자와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고민이 있었다. 사람들이 물리적인 입력 방식을 버릴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외면한 사람들이 있다면 터치로 타자를 입력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한몫했다. 아이폰이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때 모토로라의 드로이드가 호평을 받고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터치패널과 물리적 패드가 함께 있어서였다. 아직도 물리적인 입력을 고집하는 RIM의 블랙베리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콧방귀를 꼈다. 미니멀이 가장 큰 덕목이라며 물리적 입력은 홈버튼을 제외하고 모두 버렸다. 스마트폰에서 이제 블랙베리를 제외하고 물리적 입력을 고집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 이후 아이패드가 출시 되면서 스마트 패드의 시장이 열렸다. 애플의 반대 진영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 ‘키보드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노트북의 변형을 만들 것인가’ 하고 말이다. 따라할 것인가, 변화를 줄 것인가. 아수스는 두 가지 모두 만들었다. 그 중 트랜스포머 패드는 후자 쪽이다. 키보드를 땠다 붙였다 사용 방식을 두가지로 나누었다. 스마트 패드로도 쓰고 노트북으로도 쓸 수 있다. 이 방식이 힘을 얻으려면 노트북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스마트패드는 보고 즐기는 쪽이어서 키보드를 삭제했지만, 노트북이라면 다르다. 그래서 노트북의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패드는 안드로이드 허니콤을 탑재했다. 그러니까 차세대 노트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란 말이다. 스마트 패드에 키보드 독을 추가로 주는 것에 가깝다. 아이패드 2도 키보드 악세사리를 구입할 수 있다. 결국 다시 원점. 차별화를 꿈꾼 제품인줄 알았는데, 악세사리 사는 불편을 없애준 제품이었다. 아이패드 진영은 강력하다. 메가트론 정도다. 오토봇이 승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옵티머스 프라임이지 범블비가 아니다. 물론 범블비만큼 트랜스포머패드의 외관은 꽤 근사하다. 노트북을 사겠다는 생각만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다.

RATING ★★★☆
FOR 범블비.
AGAINST 메가트론.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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