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고 예쁘다고 말해봐, 김지원

‘오란씨 걸’이라고 불렸다. 몇 편의 광고와 한 편의 영화를 찍었고, 이제 시트콤 <하이킥 3>에 여고생 ‘지원’ 역으로 출연한다. 예쁘다고 말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스무 살 여대생 김지원은, 뭐든지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야말로 예쁘다고 말한다. 그녀가 신중하게 동작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근데 이게 나비인가요? 독수리인가요?”

어떤 음료수 좋아해요? 저 진짜 오란씨 좋아하는데! 근데 오란씨 좋아한다면 안 믿으세요. 촬영 끝나고도 계속 마셨거든요. 제가 원래 시큼새콤달콤한 걸 좋아해요.

미안하지만, 시큼새콤달콤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아요.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촬영하면서도 혼잣말로 그랬잖아요. “왜 이렇게 다크하지?” 막 신나게 일하다 집에 들어가면 조용히 문 닫고 혼자 있어요. 구석에 앉아서 노래 듣고, 조금 떨어진 입장에서 보는 거? 그런 거 좋아했어요. ‘노말’에서 살짝 벗어난 선이라고 주변에서 그러던데?

일단 ‘노말’할 순 없는 게, 너무 예쁘잖아요. 아니요. 주위 분들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예쁜게 아니라 특이하게 생긴 거다, 라고. 하하하.

남자애들 속 좀 태웠을 것 같은데? 남자애들이 무서워했어요. 무표정이 무섭다고요. 관심 받고 싶었는데, 아는 남자애가 한 명도 없어요. 너무 슬퍼요. 또래 애들은 하얗고 눈 동그랗고 작고 마른 애들 좋아해요. 저한테 전화번호 물어본 분들은 다 20대, 30대였어요.

하하하. 대신 더 나이 들면 인기 엄청 나겠네요. 같이 늙는 거잖아요! 이제 결혼도 못해요.

예쁜 애들은 노력하지 않는다, 란 통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전 예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하하. 제가 아는 예쁜 분들은 정말 노력하시던데. 이제 스무 살이니까, 패션지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요. 화장품을 막 열세개를 바른대요. 미모를 유지하려고 이렇게 노력을 하는구나, 했어요. 하, 여자는 참 힘든 거구나. 요새 그런 걸 많이 느껴요.

화장 잘 안 하나 봐요? 그래서 잔소리를 좀 들어요. 부스스한 머리랑 민 얼굴이 더 좋은데. 근데 이제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환상깨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죠. 하지만 전 아직 스무살이잖아요? 젊음의 특권이죠. 아직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 하하하.

스스로 언제 제일 예뻐 보여요?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데요, 안무 연습하고 땀 흘릴 때가 제일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노력했어, 땀도 나고 좀 잘한 것 같아, 생각하면 예뻐 보여요.

땀 흘리면, 얼굴에 혈색도 돌고요. 혈색이 과도하게 돌죠. 아하하. 그렇죠. 전 그 모습이 괜찮더라고요. 이상한 건가요?

소녀시대의 태연 씨가 같은 질문에 답한 적이 있어요. 휴대전화 카메라로, 조명을 10까지올려서 찍을 때라던데? 아하하. 그거 완전 공감. 무결점이잖아요. 피부도 좋아 보이고, 코도 높은지 낮은지 모르고. 요즘 애들은 (양손으로 볼을 가리며) 이렇게 사진 많이 찍는데.

얼굴 작아 보이려고? 그렇죠. 요기(눈)가 맘에 안 드는 애들은 사진 찍을 때 이렇게(손가락으로 V) 찍구요, 이런 데(하관)가 좀 마음에 안 드는 애들은 다 막이렇게(손으로 합장) 찍어요. 그래서 결점을 다 이렇게 가려요.

배우 김지원의 전략은 뭐예요? 눈을 동그랗게 떠요. 눈이 게슴츠레한 게 별로예요. 근데 과도하게 동그랗게 하면 NG예요. 조절을 잘 해야 돼요.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얼굴이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은요? 중학교 3학년 때 찍은거요. 한창 연습할 땐데, 버스 기다리면서 목도리 이만큼 두르고 찍은 사진 있어요.

어떤 점이 좋았어요? 그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연습 다니고 하니까, 눈에 고단함 같은 게 있어요. 겨울밤에 가로등만 켜져 있는 쓸쓸한 분위기도 좋고요.

왜 그렇게 자기 힘겨운 모습을 좋아해요. 한 번 놓으면 한없이 놓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자꾸 저를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어요.

그땐 뭐가 되고도 싶어서 그렇게 연습했어요? 뭐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라는 개념을 들었는데, 그게 뭔가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노래로든 연기로든 나를 표현하고 싶다, 했죠.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그냥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할 말도 못하고, 항상 속으로 끙끙 앓고 살았거든요. 근데, 노래나 연기는 그걸 막 표현할 수 있는 거예요. 어렸을 때 참아왔던 것들을 당당하게 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날 보고 예쁘다고 말해봐, 김지원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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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