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날은 모두 뒤로 2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실패를 이야기하며 성공했다. 잃을 게 많이 늘었지만, 리쌍의 두 남자는 여전히 자신 있게 볼륨을 높인다.

재킷은 Z.제냐, 페도라는 랑방, 서글라스는 DITA by Optical. W, 목걸이는 모두 H.R, 가죽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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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라 마이싱’이나 ‘꼬리아’ 같은 노래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건가? 1, 2집의 거친 음악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꽤 있다.
개리 어렸을 땐 그런 가사가 나왔다. 그런데 나이 들고 나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욕하려 하면 “아, 얘도 먹고살아야 되는데”같은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그냥 안 쓴다. 사회 비판해봤자 벽에 대고 혼자 얘기하는 것 같고.

실제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나?
개리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고, 어차피 먹고살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 상대를 향해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막 쓰다 보면 “어, 나도 그랬던 적이 있는데”싶을 때도 많고. 남 신경 쓰기보다, 그냥 나만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하게 음악을 하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환경운동 같은 거에 대해선 가사 못 쓴다. 아직도 쓰레기 버려가지고.

거의 모든 곡에 개리 혼자 랩을 한다. 길도 시작은 래퍼였다. 다시 랩을 할 생각은 없나?
모르는 일이긴 한데, 아마 안 할 것 같다. 개코는 랩도 잘하고 음악도 잘 만든다. 하림이 형은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 그 사람들의 달란트다. 난 여기까지인 것 같다.

리쌍이 데뷔부터 좀 달라 보였던 이유는 사운드의 완성도 때문이었다. 길이 곡을 쓴다는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Rush’나 ‘리쌍부르쓰’의 적당히 예스러우면서 적당히 고급스러운 소리는, 자신의 노래가 어떤 사운드로 포장되어야 매력적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프로듀서가 만든 것처럼 보였다. 사운드는 ‘노가다’란 얘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노력하고 연구하는 뮤지션이라 생각했다.
사운드라…. 가야 할 길이 108계단 정도 된다면, 아직 한두 계단밖에 못 올랐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귀신 같은 프로듀서들 작업하는 걸 보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나 혼자 드럼 다 짜고, 믹스하고, 엔지니어 한 분이랑 모든 걸 해결한다. 그 친구들은 아예 드러머,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엔지니어, EQ만 만지는 전문가, 심지어 배선 관리하는 스태프까지, 정말 작업환경이 좋다. 게다가 그런 세션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한다. 작업 있을 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출근해서 그것만 연구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있자니 포기 대신,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말해 정석에서 벗어난 ‘또라이 짓’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예 쓰지도 않는 릴 테이프를 낙원상가에서 찾아 녹음하거나, 이리저리 장비를 이어 소리를 통과시켜본다거나.

지금도 릴 테이프로 녹음하나?
그렇다. 요즘은 릴 테이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어렵게 사온 중고품 들어보면 국악 들어 있고, 지구레코드 마크 박혀 있고 그렇다.

프로듀서로서 당신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
음…. 아, (함)춘호 형님이 기타를 쳐주셨는데, 나한테 그러셨다. “길이는 참 틀리는 걸 좋아해.” 그게 정답인 것 같다. 기타가 좀 틀리면 어떻고, 랩을 하는데 리듬이 좀 삐끗하면 어떤가. 이별 노래 하는데 이별한 사람이 그렇게 박자를 딱딱 맞춘다고? 말이 안 된다. 우린 웬만큼 틀리거나 안 맞지 않으면 살려놓는다. 감정이 우선이다. 처음엔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슬슬 사람들이 그런 걸 알아주니까 좋다.

개리의 랩도 모든 흐름과 라임을 짜여 있다기보다, 좀 즉흥적으로 들린다.
개리 언제부턴가 랩 메이킹을 안 하게 되었다. 정형화된 방식을 따르기보다, 내 가사를 써서 최대한 잘 들려주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플로 욕심을 좀 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최대한 느낌 위주로, 메시지 위주로 하려고 했다. 그래도 이번 앨범에선 랩 메이킹을 꽤 많이 했다. 요즘은 내 스스로 좀 지루할 때가 있으니까.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실패를 되씹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내용.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실패가 뭔가?
개리 실패까지는 아니지만, 리쌍 시작하기 전이 제일 생각이 많았던 시기다. 허니 패밀리가 잘됐는데 흩어지고 나니까 뭘 해야 할지 좀 막막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에 돈 받아 쓰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벌 데도 없고, 학교는 잘리고…. 그때 답답해서 서점에 가서
‘이런 직업이 성공한다’ 같은 제목의 책을 보고 있는데 책 마지막 즈음에 저작권, 그러니까 인세를 받는 직업이 대물림할 수도 있어서 좋다고 쓰여 있었다‘. 어, 이건 음악인데?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단순하게.

당신의 가사에서도 드러나듯, 결국엔 긍정적인 사람 같다.
개리 매일은 아니지만 노트에 썼다. 1집 내고 얼마 벌고, 3집 때까지 얼마 벌고. 큰 욕심도 안 부렸다. 딱딱 결심하고 그대로 잘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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