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고 예쁘다고 말해봐, 김지원 – 2

‘오란씨 걸’이라고 불렸다. 몇 편의 광고와 한 편의 영화를 찍었고, 이제 시트콤 <하이킥 3>에 여고생 ‘지원’ 역으로 출연한다. 예쁘다고 말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스무 살 여대생 김지원은, 뭐든지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야말로 예쁘다고 말한다. 그녀가 신중하게 동작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근데 이게 나비인가요? 독수리인가요?”

예쁘다, 예쁘다 소리 듣고 자랐을 것 같은데, 뭘 그렇게 속으로 삭였을까? 사랑받은 건 맞는데, 예쁘단 말은 못 들었어요. “아 고놈 잘 생겼네” 그러셨죠. 제가 좀 욕심쟁이였어요.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는 건 알았지만, 더 많은 칭찬을 바랐어요. 피아노 치는데 누가 너 많이 늘었다?, 하잖아요? 그러면 더 칭찬 받으려고 그만 좀 치라고 할 때까지 쳤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의 기대대로 다 잘할 순 없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절대 못하는 게 있나요? 수학이요. 하하하. 수학을 하면서 사람이 노력으로 다 잘 할 수는 없구나, 하고 느꼈어요.

학업 상담을 해줄까요? 하하. 일하면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예쁜 척? 전 항상 그게 어려워요. 난 예뻐! 난 예뻐! 하면서 예쁘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좀 많이 노력해서, 나는 이 각이 예쁘고, 이 각이 예쁘니까 슛 들어가면 이렇게 해야겠다, 해요.

신체적으로, 카메라가 어디를 잡으면 곤란한 게 있나요? 딱히 그런 건 없는데요. 몸통은 얇고 팔다리가 좀 있어요. 체질이 문제랄까?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팔다리는 그대로.

에이, 무슨 다이어트예요. 열아홉 살 전까지는 놔두면 끝도 없이 먹었어요. 스무 살 넘어가면서, 관리를 좀 했죠. 열아홉 티를 벗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실제로 그때와 좀 달라 보여요. 단지 외형만이 아니라. 열아홉과 스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화장품 광고를 열아홉 때 한 번, 최근에 한 번, 같은 카메라 감독님과 찍었는데요. 예전의 그 상큼함이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 사이 어려운 책을 좀 많이 읽었어요.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 책이라든지, 시라든지. 열아홉 때는 슬픈 영화를 봐도 이게 뭐가 슬퍼?, 이랬는데, 얼마 전에는 <타잔>에서 고릴라 죽는 장면 보고 울었어요.

본인이 좀 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많아요. 이제 막 스물이니까 집에 가면 투정도 많이 부리는데, 일하면서 어린애 같은 건 아니잖아요? 일할 때는 좀 더 어른스러웠으면 해요.

어떻게 하면 어른들과 잘 지내는지 좀 가르쳐줄래요? 일단 인사가 제일 중요해요. 먼저 인사하면, 사람이 무장해제 된달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인사한 다음이잖아요. 인사한 다음부터 할 말도 없고, 어색하고. 어른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조금씩 따라해요. 하지만 어른들이랑 어울린다고 어른인 척하면 안 좋아요. 그냥 자기의 여러 가지 면을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게 좋아요.

<하이킥 3>의 ‘지원’은 굉장히 솔직한 캐릭터죠? 엉뚱하고 귀엽고, 당차게 할 말 다 하죠.

캐릭터에 남다른 의욕이 있겠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러셨어요. “주인공은 없습니다, 여기 나오는 모든 분의 1이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또 너무 놔버리지 말고 열심히 합시다.”

<하이킥 3>에서 배우 김지원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김병욱 감독은 아이들을 성인연기자와 동등한 인물로서, 매력적으로 다룰 줄 안다는 점이에요. 감독님은 네 맘대로 해 보고, 이상한 게 나오면 고치자, 이렇게 해주세요. 하, 너무. 좋아요. 그렇게 저의 숨겨진 좋은 면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지원이한테 부러운 건 할 말 다한다는 점 말고, 또 있나요?  지원이가 스쿠터를 타는데, 고등학생이 그런다는 게 너무 멋있어서 부럽고요. 지원이 때문에 미술책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이제는 저 혼자 막 사서 봐요. 집에서 기타도 치고요.

처음으로 친 곡이 뭐예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요. 코드가 세 개밖에 없어요. 헤헤. 그 다음이 본조비의 ‘유 기브 러브 어 배드 네임.’

하하하. 안 어울리죠?

안 어울려서 좋은 것도 있죠. 앞으로 꼭 쳐보고 싶은 노래는? 이적 아저씨의 ‘왼손잡이’. 기타 빨리 치는 거 해보고 싶어요. 빨리 치는 게 좀 잘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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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