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밤중의 여자들 2

2011.11.08GQ

씨스타 네 여자를 만났다. 효린은 섹시한 보디 수트를 입고 개다리춤을 췄고, 소유는 뛰면서 입으로 “숑숑” 소리를 냈다. 보라는 터지는 웃음을 그대로 뿜었고, 다솜은 새 스마트폰 기종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무대 앞과 뒤의 씨스타는 한낮과 한밤처럼 극적이었다.

보라가 입은 원피스는 알렉산더 맥퀸, 신발은 게스, 목걸이는 햄쿤.

보라가 입은 원피스는 알렉산더 맥퀸, 신발은 게스, 목걸이는 햄쿤.

보라 “자연 태닝이에요. 오일 바르고 햇볕에 누워 있고 그래본 적 없어요. 이런 형광등 불에도 타요. 하얀 게 좋은데.”

화상 입은 건 괜찮아요? 아, 이렇게 됐어요. (정강이의 검붉은 흉터를 보여주며) 이게 딱지가 아니에요. 이게 살이 탄 건지, 살 안쪽이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할 때도 다쳤죠. 네. 이마 다쳤죠. 다리도 긁히고. 제가 원래 진짜 안 넘어지고 안 덜렁대는데 연예인이 되고 나서 계속 다쳐요. 뼈도 부러지고.

1등이 욕심났어요? 그건 아닌데, 계속 1등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한테 기대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같이 출전한 다른 그룹 멤버들이 절 주시하는 것도 느껴지고요. 그래서 뛰기 전엔 별 생각이 없다가 뛰다 보면 점점 빨라져요. 다친 건, 제가 그날 전 종목을 뛰었어요. 결승을 마지막에 해서 몸의 힘이 다 풀렸어요. 이번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1등 했잖아요. 1등 못한 것도 많은데, 저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온 것 같아요. 신기했던 게, 출발선에 서 있는데 샤이니 팬 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절 자꾸 부르는 거예요. “언니 멋있어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하트!” 그랬더니 “보라 짱! 보라 짱!” 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 운동 잘하는 친구들이 동성에게 인기 많은 것과 비슷한 맥락일까요? 그런가 봐요. 넘어졌을 때도 “울지 마, 울지 마” 하는 게 다 들렸어요. 여자 아이돌인데 외모에 신경도 안 쓰고 머리 질끈 묶고 그런 모습에 팬이 돼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강단 있는 여자란 생각을 했어요. 봉춤 추는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도 있죠? 봉춤도 굉장히 고통스럽잖아요. 살이 봉에 쓸리고 팔로 버텨야 되고… 막 ‘깡’이 있는 건 아닌데, 저한테 주어진 건 무조건 해야 돼요. 시도라도 해봐야 돼. 봉춤은 처음엔 저희 넷이 다 배우다가, 결국 저 혼자 하게 되어서 안무를 짜고 준비한 거예요. 선생님이 보여주시는데 이건 정말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안 좋은 시선이 좀 있어서 결국 사용하진 못했죠. 아예 찍지도 못했어요.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예술로 바라봐주셔야 하는데.

클럽 같은 데 가요? 거기 봉 있을 텐데. 절대.

회사에서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못 가게 하는 것도 있고 제가 안 가요. 그런 문화를 배우면 저한테 엄청 도움이 되겠죠. 전 래퍼니까. 녹음할 때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넌 너무 착해, 넌 좀 나빠져야 돼.” 랩을 하려면 좀 건방진 게 있어야 잘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소유가 입은 스커트와 톱, 신발은 모두 돌체&가바나, 반지는 금은보화.

소유가 입은 스커트와 톱, 신발은 모두 돌체&가바나, 반지는 금은보화.

소유 “제가 키가 제일 커요. 뼈대가 크거든요. 살빼기 전보다 자신감이 붙긴 했죠. 옷 같은 거 입어도 이젠 막 남으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 살 좀 뺐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큰 차이는 없어요. 헤어도 비슷하고.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머리였거든요. 살을 많이 빼니까….

머리나 화장도 바꿨다고 생각했어요. 아뇨. 머리색은 또~옥 같아요. 저도 이번에 살 빼고 나서 막 성형했다 이런 얘기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안 나오는 거예요. 전혀, 아예, 네버.

‘성형 의혹’ 같은 게 없어서 섭섭해요? 그런 거 좀 있었어요. 첫 방송할 때 느낌이 남달랐어요. 제가 워낙 살을 많이 뺐잖아요. 처음에 사진 올라왔을 때 사람들이 “포토샵의 힘이다” “방송 나와 봐야 안다” 이런 말 하시니까. 방송 보고 나서 사람들한테 처음 물어봤던 말이 “어때요, 티나요?”였어요. 확실히 다르다고 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다이어트를 끝내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몸에서 어디가 제일 예뻐 보였어요? 몸이요? 얼굴 말고? 팔이랑 허리 라인요. 다리도 많이 빠졌는데 그건 근육이 빠진 거고요.

허리랑 팔이 좀 더 드러나는 의상을 입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겠어요. 그쵸! 되게 아쉬웠어요. 저희는 항상 심의에 걸리니까. 저희는 뭐만 입으면 야하다고 하니까.

‘니까짓게’도 심의에 걸리지 않았나요? ‘니까짓게’ 할 때도 원래 배를 드러내는 옷을 준비했는데, 타이츠를 안에 입었잖아요. 입고 싶은 거 못 입어서 속상해요.

이를테면? 되게 많아요. 제가 평소에 옷 입는 스타일이 되게 다양해요. 어느 날은 진짜 여성스럽게 흐늘흐늘하게 입고 “나 여자예요” 하다가, 어느 날은 아예 남자 옷 입어요.

어떤 여자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 되게… 밝은 성격이에요. 재미있다면 재미있고. 그런데 방송에선 말을 잘 안 했어요. 다들 청순하게 봐주시니까, 저도 항상 긴 생머리에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조용한 아이, 여성스러운 아이 같은 이미지가 생겼죠. 제가 시력이 안 좋기도 하고, 집중하면 인상을 쓰는 편이거든요.

자신감이 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감 없어요. 심하게 없어요. 너무 없어요.

외모를 말하는 거예요? 아니면 노래나 춤? 다요. 아이돌 사이에 있으면 진짜 작아져요.

    에디터
    손기은, 유지성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탭
    스타일리스트/ 김민, 헤어 / 김귀애, 메이크업 / 이미영, 어시스턴트 / 문동명,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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